2-택배에 믿음을 담아보아요.

브런치 작가가 되어, 공식적으로 쓰는 첫 글.


이 글을 쓰기까지 ‘나는 과연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완벽주의가 고개를 들었고, 그 생각은 한동안 나를 붙잡아 두었다. 아무리 언어를 좋아하고, 책 읽기를 즐겨왔어도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빠가 매일 내게 해줬던 한 마디가 떠올랐다.


○○아, 고민하지 말고 그냥 해봐.


그래, 그냥 해보자. 그냥 써보자.


얼마 전의 일이다. 우리 측 실수로 고객의 물건이 약간 손상된 상태로 몇 달 전 뉴질랜드에 도착했었다고 한다. 물론 핑계를 대자면…, 새로운 포장팀이 들어오기 전, 이전 직원이 남긴 작은 사고였다.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이번에 그 고객은 우리를 다시 찾아주셨다.


이유를 모른 채, 그분은 택배 상태 그대로 “다른 물건과 합치지 말고 개별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가끔 들어오는 요청이라 대수롭지 않게 개별 포장을 도와드렸다. 나중에서야 이전 배송에서 제품들이 합쳐지면서 약간 파손되어 속상하셨다는 것, 그래서 그런 요청을 하셨다고 했다.


그게 내 실수가 아니었음에도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당황스러웠다. 죄송한 마음과 함께, 솔직히 말하면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 (왜 전 직원분은 그때 그렇게 포장해서 키맨트랜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렸을까… 하는 오버스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다시 천천히 생각해보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고객은 그 일을 겪었음에도 우리에게 아무 말 없이 다시 한 번 배송을 맡겨주신 거였다. 그건 결국 ‘신뢰’라는 두 글자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신뢰를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뢰, 믿음. 이러한 단어를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있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을 보내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위한 제품을 부탁한다. 누군가는 나를 위한 택배를 준비한다. 단순한 택배 박스 하나지만, 그 안에는 무게 이상의 것들이 담겨 있다. 기다림, 사랑, 감사함, 미안함… 그 수많은 감정이 담긴 택배를 전달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내가 단순히 쇼핑몰에서 시킨 택배보다, 그 마음은 훨씬 간절하고 더 기다려진다. 그 마음들이 담긴 ‘보내고 받는다’는 행위가 매일 우리의 손을 거쳐간다.


그것을 옮기는 일에는 고객님들의 큰 믿음이 들어 있다. 어쩌면 내 온전한 마음을 수신인에게 그대로 옮겨줄 것이라는 그 마음을 아는 우리는, 그것들을 손에 꽉 쥐고 안전하게 전달해야 한다.


작은 박스 속에 담긴 마음을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한국에서 뉴질랜드까지 놓는 가장 중요한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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