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은 발견하는 것

카페 배양장

by 랩기표 labkypy

함박웃음이 가득한 곳, 함박마을

마을 입구 간판이 눈에 들어오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좁은 마을 길 따라 곳곳에 낚싯배가 떠 있는 거 보니 입질이 좋은 모양이다. 지명은 풍화리 산양읍이라는 곳이었는데, 통영의 또 다른 섬 함박도라고 불리기도 했다. 작은 언덕을 올랐다 내려가는 기분으로 섬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작은 포구가 보였다. 양식을 치는 스티로폼을 단 뗏목도 보였고 그 맞은편에 카페 배양장이 있었다. 날은 아주 맑고 따뜻했다.

벽을 흰색으로 페인트칠 한 카페는 원래 전복, 멍게를 배양하던 곳이라고 한다. 가운데 길을 두고 1층 건물 두 동이 마주 보고 있었다. 그 길 위로 옥상이 연결되어 있어 카페 문 앞에 들어설 때는 마치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내 키보다 두배는 될 것 같은 큰 문은 양쪽으로 여밀게 되어 있었다. 미세요라는 안내가 붙은 쪽을 힘을 주어 밀었더니, 새로운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페 가운데 길게 놓인 테이블에는 30명도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쪽 귀퉁이에서 몇몇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창 밑에 흰 천으로 자리를 덮은 곳에 앉았다. 음료와 빵이 나오자 지상이는 엄청 맛있게 먹었다. 바라보는 내가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배를 채운 아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조용한 공간에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오니 스스로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우 달래 얌전해졌으나 곧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옥상은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앉아서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날이 따뜻하면 종일 눌러앉아도 좋을 법했다. 주변으로 전구가 줄에 달려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을 보니, 해가 지면 그 모습이 얼마나 근사할까 상상이 되었다. 옥상을 벗어나면 곧 다른 평지로 연결되었는데, 카페 위치가 작은 언덕을 벗 삼아 만들어졌기 때문에 카페 건물은 언덕 아래, 옥상은 언덕 위가 되었다.

한 동은 이렇게 카페로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을 했다면 맞은편 동은 아직도 멍게를 배양한다고 한다. 지금 시즌이 배양하는 기간이고, 일반인에게도 진짜 배양장을 공개한다고 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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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참으로 기분이 좋다. 사람이 아닌 공간 그 자체로써 대접을 받는 느낌이다. 그 공간에 있는 나도 특별한 존재로 느껴지고, 어떤 일을 하던지 그 일이 근사해질 것 같다.

이곳에서 개성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배양장이라는 이름부터 그 본연의 모습을 지키면서 매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참 개성이 넘친다. 배양장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작은 어촌의 풍경과 한적한 시간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멍게 배양을 하는 동네 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정말 함박웃음이 나는 마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성 강하다는 것은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움이다. 내가 누군지 알고 나의 장점을 살려내는 것. 곧,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것이다. 그럴 때, 조화로움 속에 새로운 개성이 생겨난다. 개성이라는 것이 다른 것과의 차별성이라기보다는 오롯이 내가 되는 의미로 다가온다. 그러면 그 공간이 주인과 동네 사람들과 외지인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듯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https://youtu.be/y8IMgYVjG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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