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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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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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지수는 가난했다. 부모 복이 없었다. 다행히 불행한 현실에 발목 잡혀 방황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벗어나려 했다.
공부를 잘했고, 목표가 뚜렷했으며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리고 내성적이지만 예의가 발랐다. 그는 부모가 자신에게 주지 못한 기회, 사교육과 안정된 생활형편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미성년 성매매를 플랫폼 사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카톡으로 친구와 대화하듯이 틈틈이 고객과 연락을 주고받으면 됐다. 왕철이라는 퇴역 군인을 고용해 현장 감독을 시켰고, 날이 갈수록 시스템은 탄탄해졌다.
죄책감은 없었다.
누구도 지수를 책임지지 않았고,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 삶을 밀고 나가야 했다.
지수는 자신의 처지에서 가장 돈을 쉽고 빠르게 그리고 많이 벌 수 있는 선택을 했다.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개발했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혁신적 발상으로 상을 받을 자격도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뭐 어차피 선과 악은 한 끝 차이가 아니던가.
그렇게 불법적 수단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지수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가서 평범한 직장을 가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위태로운 세계는 갈라지며 끝없는 혼란을 뿜어 내었다.
지수는 전학 간 학교에서 규리라고 하는 친구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는 완벽했다. 공부며, 외모며, 부유한 집안이며, 활발한 성격에 일진도 못 건드는 권력. 지수에게는 그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지수는 담임 선생님 권유로 멤버가 오직 규리 혼자인 동아리에 가입하게 된다. 그 동아리 이름이 사회문제 연구 동아리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문제적 인간이 담당 선생님의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세상은 보이는 것 뒤로 얼마나 많은 얼굴을 숨기고 있던가.
어쨌든 그로 인해 지수는 규리와 친해진다. 문제는 규리가 지수가 숨기고자 했던 비밀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수가 가난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문제였다면, 규리는 그 반대로 천부적 특권층에 머물러야 된다는 부모의 강요와 억압이 문제였다. 과도한 압력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상대를 파괴시킨다. 규리는 이성과 절제가 파괴되자 비행적 폭주를 시작한다.
규리는 성매매 플랫폼이 설치된 지수의 휴대폰을 훔치고 그것을 볼모로 동업을 제안한다. 협박과 다툼 그리고 설득 끝에 지수는 결국 규리 제안을 승낙했고 일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미성년 여성 성매매자는 지수가 만든 플랫폼 서비스에서 탈퇴하고 아이돌 남자아이가 합류하면서 건달들과 엮이게 된다. 결국 여럿 목숨이 죽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경찰이 개입하면서 사업은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지수는 혼란스럽다.
왜 이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였는가.
결국 지수는 이 모든 상황에서 탈출하기로 마음 먹지만, 자신이 여자 친구를 성매매시켰다는 이유로 날아든 복수의 칼 앞에서 쓰러진다. 규리는 마지막까지 지수를 끌어안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그 끝은 그들의 생각과 계획만큼 단순하고 로맨틱하지 않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희망을 가진다. 희망은 현실적 노력을 통해 구체화된다. 목표가 생기고 성취를 위해 밤낮없이 에너지를 쏟는다. 하지만 그 노력의 정도를 떠나 그 수단이 반사회적이고 악의적이라면 모든 희망은 한순간에 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여기서 묻는다. 더 나은 미래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나의 현실을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가. 그리고 내가 꿈꾸는 희망찬 미래는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있는가.
평범한 학생, 평범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고 그때, 그 순간, 그 모습을 하고 행동한다. 우리는 악마가 되고 천사도 된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위기와 고난을 무슨 가치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하며 나를 지켜내야 된다.
내성적이지만 예의 바른 지수는 없었다.
무자비한 성매매를 종용하는 업자 지수는 조용히 일을 처리 할 뿐이었다.
©️keyp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