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공공재인가 사유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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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터
넷
소
시
민
하루종일 인터넷에 접속해 있다. 일도 여가도 모두 인터넷을 통한다. 만약 내가 오프라인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모은 정보의 영향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인터넷 왕국의 소시민으로 살고 있다. 왕국에서 사는 시민들은 스스로 나라의 주인처럼 생각하지만,
아니다
소유자는 따로 있다. 각각 통신 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oder, ISP)와 콘텐츠 제공자(Contents Provider, CP)라고 불리는 왕과 귀족이다.
왕은 인터넷이라는 왕국을 건설한 사람이다. 귀족은 왕국을 즐겁게 해준다. 그들이 만든 관습과 제도에 적응한 우리는 소시민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영위하는 그들 왕국에서의 삶은 나에게 편의와 재미와 안식을 주었다. 유익했다. 대신에 나는 나의 정보가 데이터화 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돈도 지불했다. 기본료와 추가요금. 저항할 생각은 못했다. 거부할 수 없는 이 거대한 왕국에서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세금이었다.
이렇게 다소 평화롭던 왕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왕과 귀족 간 다툼이 발생했다. 시작은 왕이었다. 그들은 점점 커지는 귀족들의 영향력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귀족들의 사업으로 인해 땅은 점점 좁아지고 왕은 시민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더욱 영토를 확장했다. 영토 확장을 위한 비용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날이 갈 수록 귀족들은 영역을 더욱 확장했고, 힘에 부친 왕은 귀족에게도 일정 부분의 비용을 요구했다.
귀족들은 반발했다. 그들은 왕국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아이디어로 시민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었고 그만큼 왕국에 대한 시민들의 로열티가 상승하고 불어나는 세금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리, 넷플릭스 가문은 시민들을 위해서 봉사합니다. 왕은 그런 우리를 보호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이로 분쟁은 점점 심해졌다. 결국 중재기관에 이 문제를 현명하게 판단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둘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다시 현명한 판관에게 판단을 맡겼다.
판결은 유보되고 있고,
싸움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 틈 속에 끼어 있는 소시민은 조금 허탈하다. 안정적인 왕국 운영을 위한 책임 여부를 두고 벌어진 싸움에서 우리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주는대로 받아 먹는데 익숙해졌고,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의 횡포가 시작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불안하다.
그리고 각자 다른 기지국을 가진 왕들은 스스로 세금의 한계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 각 왕국이 과도한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법으로 그 권한을 제한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법이 폐기 되었다. 왕은 더 많은 시민과 더 많은 세금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오로지 시민에게만 더 큰 부담을 지게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왕 위의 왕, 대왕(정부)께서는 공정위 같은 친위부대로 가격 담합은 막을 것이다. 어쨌든 추후가 궁금하다.
가끔 인터넷 왕국으로부터 나의 돈과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격 받기도 했지만, 죽창을 든 농민들의 애한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갑자기 이 거대한 인터넷 왕국에서의 시민이란 무엇이며 그의 역할은 또 어떻게 정의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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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공공재인가 사유재인가
이제 나의 인터넷 왕국은 과연 공적영역 또는 사적영역인가의 기로에 서있다. 2015년 미국에서 망중립성 이론이 정착이 된 이후로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개방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2017년에 이 정책이 폐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거대 사업자에 대해 차별적인 사용료를 부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천부적인 지위를 획득한 왕들은 오랫동안 공유재로 여겨왔던 인터넷을 사유재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해는 된다. 유지 관리를 위한 노고가 클테니깐. 그렇다면 그 권한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라고 하면 어떨까. 권력은 중독이다. 권좌에서 내려올 일은 절대 없다. 결국 이 인터넷 왕국의 평화는 왕과 귀족, 두 관계의 상호이익을 위한 합의가 아니라 인터넷 소시민의 행복 증진에 힘쓸 때 유지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은 공공재 개념의 접근으로 시작해서 더욱 면밀한 운영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유에 예외를 두거나 적당히 한정 지어선 안 된다. 효율만 따지는 건 더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인터넷 왕국은 누구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고, 결국 시민의 안녕이 가장 큰 가치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