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은 사회적 병이다

뇌로 보는 인간 - 돈 편 -

by 랩기표 labkypy

1.
자전거를 탔다. 아주 오랜만이었다. 페달을 밟은 발은 아주 신이 났고, 나는 열심히 강둑길을 따라서 바람을 가로지르며 달렸다. 한참을 달려 멈춰 서서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등에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갔다. 약 1시간 정도를 탔는데, 전에 없던 속도감에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다. 돌아가는 길에 맥주 몇 캔을 샀고, 아들 저녁밥을 먹이고 목욕을 시킨 후 아이 엄마와 잠을 자러 간 사이에 뚜껑을 땄다. 그리고 미루었던 다큐를 틀었다.

2.
다큐프라임 ‘뇌로 보는 인간’의 ‘돈’ 편을 보았다. 정재승 교수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어 진작에 방송이 된 것은 알았지만 이런저런 사유로 본방을 볼 수가 없었다. EBS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 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틀었다.

다큐는 정재승 교수가 시민 둘을 자리에 앉히고 게임을 하면서 시작한다. 한쪽에 10만 원을 주고 상대방이 거부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두 경우를 가정하여 몇 대 몇 비율로 나눌 것인지 묻는다. 돈을 받은 자가 정한 비율을 상대방이 거절할 경우에는 둘 다 한 푼도 못 가지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방이 거부권이 없을 때 더 적은 돈을 나눠준다. 거부권이 있는 경우 보통 5:5 비율로 나누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자신의 몫으로 평균 약 72%를 제시한다. 그리고 상대편은 손해를 보더라도 둘 다 가지지 않는 경우를 선택하기도 한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고, 나머지 사람은 불평등을 거부하는 것이다.

다큐는 이 게임 이후 다양한 유수의 학자 들의 실험 결과를 통해 불평등이 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인지 피력한다.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에서 주장한 대로 자본 수익률이 노동 수익률보다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에 사회는 불안정해진다. 이 불안정이란, 빈부로 사회는 갈라서게 되고 그 경계선에서 혁명과 같은 사회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다큐에서는 가난과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유아기부터 인지능력(IQ)이 떨어진다고 밝힌다. 여기에 사견을 붙인다면, 빈부격차는 불평등을 초래하게 되고, 사회는 전반적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협업의 가능성이 저하되어 불만족이 증가한다. 따라서 사회 시스템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큐 속에서 해당 관련 연구를 하는 교수들 대부분이 불평등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같이 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었다. 특정 사람이 가난할 때와 부유할 때의 인지 능력의 차이가 정상인과 알코올 중독지와 같다는 것이다. 이는 가난을 겪는 자가 흔한 말로 조금 더 철이 들었다, 조금 더 대부분의 삶을 긴장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와 동일했다. 다시, 사회문제로 돌이켜 보면 부유한 자 보다 가난한 자들이 자신의 환경에 민감하고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다큐는 어쨌든 인간은 애초에 협업을 중요시하는 존재이고 불평등은 그 본성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이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바꿔갈지는 우리 머릿속에 있다고 밝힌다. 물은 흘러야 하고 순환되지 않는 시스템은 썩는다. 기회가 사라진 사회. 사다리를 걷어 차 버리는 사회. 우리 스스로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과연 우리는 지금 얼마나 사회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개인의 문제와 시스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묻는 다큐였다.


https://youtu.be/tcKplFVvi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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