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1/2 - 고립)

by 랩기표 labky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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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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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 더 이상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건물 입구에는 경찰이 짝을 이루어 감시하고 있었다. 김은 고개를 겨우 내밀 수 있는 크기의 창을 열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담배를 피거나 서로 농담을 나누었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키득거리기도 했다. 김은 그 장면들을 목격하면서 덤덤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김은 지금 입에 문 담배가 마지막 남은 한 개비라는 것에 문득 불안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꼈다. 김은 괜히 하늘을 보며 욕을 해보았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에 앉아서 하던 일을 이어갔다.

다음 주까지 들어와야 하는 자재 들은 이미 납기 지연을 예고했다. 전화로 업체 담당자를 독려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확진자가 나와서 공장은 폐쇄되었고, 언제 재가동이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회사는 이 사실을 듣고 뚜렷한 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실무자들에게 과제 해결을 독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은 이 2평짜리 고시원에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대면으로 그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회사는 한 달 전부터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그 전날 김은 노트북을 지급받고 작은 고시원에 들어앉았다. 서울에 연고가 없었던 김은 한 푼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에 택한 곳이었다. 벌써 2년째 머물고 있었다. 회사와 가까웠기 때문에 김은 아주 마음에 들어했었다. 여자 친구인 미영은 이런 김의 생활이 못마땅한지 항상 핀잔을 주었다. 그래도 김은 이게 다 우리를 위한 일이라며 두둑한 통장 잔고와 투자 수익률로써 미영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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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시원에 자리 잡은 사람들 대부분 나이가 많았다. 모두 어디론가 출퇴근을 하는 것 같았지만 그 행로는 뚜렷하지 않았다. 간간히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은 이름 석자 정도만 알았다. 서로의 신상을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불문율은 자연스럽게 김의 몸에 붙었다. 그래도 익숙해지니 지낼만했다. 대부분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잠만 잤기 때문에 조금의 불편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김은 자위했다.

사실, 김은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쓰도록 의무화가 되고, 사무실 아래층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야 실전임을 느꼈다. 그것을 깨닫고 걱정이 슬금슬금 찾아왔을 때 재택근무가 실시되었다. 카페를 오가며 일을 하고 가끔 집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여자 친구 옆에 앉아 일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라고 김은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의 고시원에 확진자가 발생했고
연이어 외출금지 조치가 건물 전체에 내려졌다.

여자 친구는 이런 상황에 대해 걱정이 심했다. 김은 전화와 메시지로 일단 안심시켰다. 김은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재택근무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별일 아니라는 식의 답변을 받았다.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났다.

김은 여전히 이곳에 머물고 있다. 공용 샤워실은 단수가 되었고 지정된 시간에만 한 명씩 돌아가며 사용했다. 화장실 또한 예약제로 운영되었다. 두통이 찾아왔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작은 창밖에 고개를 내밀어 숨을 고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며칠 전 방역을 위해 방문한 담당자에게 언제쯤 나갈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부당한 처사를 인터넷에 올렸다.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대부분은 무관심했다. 그나마 달린 댓글은 같은 처지라는 말들이 많았고, 이 엄중한 상황에서 중앙대책본부 지시를 잘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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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혹시 몰래 나올 수 있겠어?” 미영이가 김에게 전화해서 다짜고짜 물었다.

“잘 모르겠어... 왜?” 김은 당황스럽게 답을 했다.

“엄마가 우리 집으로 오래. 예비사위가 저렇게 있는 꼴을 못 보겠데. 일단 우리 집에 있자. 이게 뭐야.. 생활도 그렇고 얼굴도 못 보고.. “

“일단 알겠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다 해볼게.”라고 답하면서 걸어서 20여 분 떨어진 미영의 근사한 아파트 단지가 떠올랐다.



- 2부​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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