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2/2 - 탈출)

by 랩기표 labky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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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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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00 고시원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김경덕 서장입니다. 오늘부로 건물 봉쇄가 2주가 되었습니다. 애초 공지한 바와 같이 정상적인 경우 건물 봉쇄는 해제되어야 하지만 어제 자로 확진자가 한 명 더 추가되었기에 2주간 추가 봉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당국은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외출을 하게 되면 확산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바, 입주자 여러분들의 협조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왜 이곳만 이럴까. 미디어에서 보는 것과 달리 유별난 조치였다. 김은 짜증이 극도로 차올랐다. 인내심은 바닥을 쳤다. 더불어 중앙 냉방으로 운영되던 에어컨은 어제 갑자기 멈췄다. 고장이 의심되지만 출입 통제로 당장 고칠 수 없다는 주인의 답이 문자로 날아왔다. 불안함과 답답함은 여름의 열기가 더해져 분노로 불타올랐다.

김은 기어코 반드시, 오늘 새벽에 이곳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벽 2시. 근무자는 어딘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 같았다. 김의 방은 2층이었다. 창 밖으로 뛰어내려 바로 앞에 보이는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김은 고개 하나 내밀 수 있는 작은 창에 발부터 밀어 넣어 거꾸로 매달렸다. 그리고 뛰어내렸다. 발목이 저렸지만 걸을 수는 있었다. 다행히 보는 사람은 없었고, 담당 경찰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김은 서둘러 여자 친구 집으로 달렸다. 거리는 한산했고, 24시간 운영되던 편의점은 불이 꺼져있었다.

“자기야, 나 지금 나왔어!” 김은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생각이 든 지점에서 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오빠!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어. 빨리 와!” 미영은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김은 더 힘을 내어 빨리 걸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미영은 김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제대로 씻지 못해 몸이 더러웠는데도 자신을 꼭 안아주는 미영이가 세상 이뻤다. 집으로 들어와 예비 장인 장모께 인사를 드리고 샤워부터 했다. 장인의 옷을 빌려 입고 밤이 늦었으니 어서 자라는 장모의 따뜻한 말에 김은 쑥스럽게 인사를 남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1시간이나 잠들었을까. 전화가 울렸지만 김은 받지 않았다. 곧 담당 경찰이라는 사람이 문자로 김의 위치를 묻고 법 위반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김은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했다. 경찰은 이미 위치추적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출동하여 밖에서 대기 중이며, 일단 나오지 말라는 소리를 하였다. 김은 무슨 소린가 하여 물었더니,

“아직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당 건물에는 이상 바이러스가 퍼졌습니다. 변종 코로나입니다. 증상이 없지만, 갑작스런 발작으로 일시에 사망합니다. 감염경로가 뚜렷하지 않아 현재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해 연구 중입니다.”

놀라운 소리였다. 최초 발생자가 서로 이름만 알던 203호 아저씨였다고 했다. 그는 죽은 지 3일 만에 고시원 주인이 월세를 독촉하려 방문했다가 이상한 낌새에 발견되었다고 했다. 중앙대책본부는 사인이 코로나였다고 확진했으나, 기존과 다른 바이러스라고 했다. 그리고 이후 3일 뒤에 그를 발견했던 고시원 주인도 사망했다고 했다.

잠깐,
그렇다면 에어컨 고장이라는 문자는 뭔가.

속은 것이다. 그리고 에어컨은 고장 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왜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인가라는 물음에 담당 경찰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김은 개 같은 소리라고 중얼거리며 어이없어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일단, 그곳에서 자가 격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고시원에서는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전화를 끊고 그는 털썩 주저앉았다. 아직은 아니다. 나는 확진 일리가 없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그리고 그는 답답한 마음에 거실로 나가려고 문 손잡이를 돌렸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힘껏 안으로 밖으로 밀고 당겼지만, 문은 그대로였다. 늦은 밤이라 혹시나 폐가 될까 봐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길게 이어졌다. 결국 전화를 받지 않은 여자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미안, 조금만 기다려봐... 빨리 해결될 거야.”

그의 마음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예전에 유튜브로 봤던 어느 강의 내용이 떠올랐다.

“100년마다 발생하던 역병은 최근 20년 동안 5번이나 발생했습니다. 이는 인수 감염병의 영향이 큽니다. 육식이 폭증했고, 이에 따라 가축을 좁은 공간에 사육하면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도 전염이 된 것입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욕망과 기후변화에 있습니다. 탄소량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했습니다. 얼어붙은 땅, 동토에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유출된 영향도 크다는 것이 학계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습니다.”

김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시원이 가축우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1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취약한 냉난방 시설. 닭장 안에서 하루에 수십 개 알을 낳는 닭처럼, 그 좁은 방에 갇혀 그들은 노동으로 황금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죽은 듯 들어와 잠을 청했다. 그제야 그것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이상 변화는 이상한 억지와 이론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내가 그 환경에 있지 않았다면, 그냥 쾌적하게 살았다면 어땠을까. 김은 자책했다. 매장된 닭 신세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김은 자리에 일어나 방문을 아주 세게 두드렸다.

“문 열어!!! “



주거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시기인 것 같습니다. 땅에 들러붙어 산지 오래되었지만, 세상이 변하고 있는 지금 정말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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