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게임
넷플릭스 제공
인생은 게임에 비유되기도 한다. 언제나 단계를 거듭하는 미션이 있고, 그 미션은 갈 수록 어려워진다. 가끔 익숙해져 내가 강한 자라고 생각이 들 때 즈음에 난제에 봉착한다. 그동안의 모든 노력과 결실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여기서 깨달아야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껏 나를 지켜주었던 모든 지식과 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이런 인생이 게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끝은 항상 죽음이라는 것이다. 죽기 전에 마지막 미션은 없다. 우리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는 달리 ‘잘’ 살아갈 방법이 없다.
주인공 이름은 아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와 영어명이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아리스가 게임 세계로 간 것은 정말로 이상한 일이었다.
게임 세상에 들어선 아리스는 절친 둘과 함께 생명을 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게임에서 승리하면 며칠 동안 살 수 있는 ‘비자’가 발급된다. 사람들이 사라진 도쿄 도심 전광판이 안내한 특정 건물에 들어가 미리 마련된 휴대폰으로 얼굴을 인식하면 참가 신청이 된다. 일단 참가하면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만약 도망칠 요량으로 밖으로 나가면 하늘에서 레이저를 쏘아 죽게 된다. 수수께끼를 풀고, 총을 든 술래를 피해 진지를 찾거나 참가자를 속여 살아남아야 한다. 죽지 않으려면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고 승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왜 게임을 하는지
왜 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졌는지
왜 내가 선택되었는지
그리고 이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생존은 물리적인 것들로만 가능하지 않다. 희망이 필요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저 끝에는 분명 빛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필요하다. 희망은 무엇으로도 명확하게 구체화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 위로와 용기를 얻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을 공고히 다져줄 수 있는 ‘역사’가 필요하다. 다친 다리를 낫게하거나 몸에서 암덩어리를 끄집어내는 것과 같은 극적인 연출은 절망 속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큰 효과를 가져온다. 믿고 싶은 것을 더욱 강하게 믿게 된다.
짧은 생을 허락받은 이들에게 ‘비치’라는 곳은 희망이었다. 게임에 승리하면 ‘비자’와 함께 트럼프 카드를 받았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비치’에서는 모든 트럼프 카드를 모으면 현실 세계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선전했다. 비치를 만든 야쿠자 출신 ‘모자 장수’는 불확실한 삶을 즐기자며 모두에게 수영복 차림으로 파티를 즐기게 했다. 그들은 환호했고 ‘비자’ 만기를 앞둔 이들은 조를 짜서 게임에 참가해 카드를 모았다. 그곳에서는 게임이 생사가 달린 문제가 아니라 그저 유흥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것 같았다. 아리스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게임에서 친구 둘을 잃고 절망하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사는 그에게 비치는 또 다른 ‘이상’ 세계였다.
하지만 이 ‘파라다이스’ 호텔에 세워진 ‘비치’는 곧 무너진다. 희망은 개별적이기에 결국 혼란이 찾아왔다. 비치는 거짓 진리를 앞세웠기에 그것이 부정되면 모든 의미가 사라지는 모순에 부딪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게임 ‘딜러’는 이를 이용해 ‘비치’를 게임 스테이지로 만들어 서로가 죽고 죽이는 비극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결국 아리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끝에 게임을 해결하지만 ‘비치’는 더 이상 ‘이상’ 세계가 아니게 되었다.
트럼프 카드는 숫자와 영어로 나뉜다. 시즌 1은 숫자 카드를 모두 모으자 새로운 스테이지가 열리는 것으로 끝난다.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보는 내내 아주 깊이 빠져 들었다. 독특한 세계관으로 우리를 초대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계란 무엇인가. 살아가는 건 무슨 의미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주인공들은 목숨을 건 게임을 하나둘 풀어가면서 게임 세계의 실체를 찾기 위해서 고민한다. 우리 또한 지금 내 앞에 있는 문제들에 전전긍긍하며 만들어진 세상의 실체를 찾는 일을 반복하고 있지 않는가. 그들과 함께 하는 동행이 흥미로운 이유이다. 시즌 2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린다.
©️keyp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