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이 없는 계절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국 대공황과 계급투쟁
검은 화요일이라고 알려진 1929년 10월, 미국 월스트리 주식은 폭락합니다. 이후 미국은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기 전까지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습니다. 이 드라마는 1930년 미국 서부 와이오밍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9세기 말 美 서부에 금광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 듭니다.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쫓아내 마을을 세우고 금광을 캐거나 척박한 땅에서 가축 사육을 합니다. 이 시기를 서부개척시대라고 부릅니다. 이 시대에 터를 잡고 생활하던 주민들은 1900년대 초반 가솔린 자동차의 공급 확대 등으로 석유산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거대 석유 자본으로부터 쫓겨나게 됩니다. 중앙권력이 지방 소도시까지 미치지 못하는 시절, 그들을 보호해줄 공권력은 없었습니다. 스스로 총을 들고 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용역'이라고 부르는 전문 킬러들과는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은 살인을 업으로 하는 자들 앞에서 무참히 짓밟힙니다. 이 드라마의 무대인 와이오밍 또한 대표적인 유전지역이었고 비극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총을 든 목사
이 드라마의 주인공 세스는 목사입니다. 하지만 그는 대표적인 '용역'집안에서 아버지에게 채찍으로 무자비함을 교육받은 킬러였습니다. 사랑했던 여인의 가족이 그의 아버지에게 살해당하자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굴레를 벗어던집니다. 그는 목사가 되어 주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거대 자본의 횡포에 고통받는 이들을 돕습니다.
대공항이 발생하자 은행은 농민들의 담보권을 실행하기 위해서 일부러 대출 값을 갚지 못하게 합니다. 그 방법으로 농작물 가격을 후려칩니다. 시장상인들은 은행의 지시에 따라 농작물 가격을 원가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담합하고 강요하자 농민들은 분개합니다. 그들은 그것에 대항하여 시장에 물건을 팔지 않는 일종의 '파업'을 일으킵니다. 세스는 그들의 편에 서서 돕습니다. 은행은 그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회유와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용역을 고용해 파업 주동자를 살해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고용된 용역은 목사의 형이었습니다. 이야기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복잡한 두 형제의 과거사와 사람의 피를 먹고 자란 거대 자본이 이끈 진보와 발전의 어두운 면을 비춥니다.
무의식 속에 벌어지는 폭력
드라마의 전개는 눈을 뗄 수 없도록 아주 빠르고 흥미진진하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총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뺏기 위해서 존재했습니다. 진보는 빵은 언제 주냐며 묻는 가난한 이들에게 보호복을 입혀 직접 독가스를 쏘는 실험과 같은 잔인함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땅은 그것을 가꾸는 자들이 아니라 소유하는 자들의 것이었습니다. 정의는 선동과 속임수에 무력했습니다. 대낮에 사람들이 모인 대로에서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은 파업 주동자의 아들을 미국의 앞날을 가로막는 자라며 목을 매달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우리에게 무척 낯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 사건 뒤로 숨은 채 '다만 이 소란이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우리 또한 지금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들, 정당한 목적 아래 합리화된 수단으로 행해지는 폭력들이 자행되고 있지 않은지 물어봐야 됩니다.
신은 이웃을 사랑하라고 했지만, 너는 네 이웃이 아니라고 외치는 지금 이 시대가 어쩌면 '신이 없는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신은 사라지고 오로지 그들의 입맛대로 재해석된 이기만이 남은 세상. 니체가 부르짖었던 '신은 죽었다'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됩니다.
훌륭한 드라마였으나, 시즌 2는 제작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2017년 제작이니... 어쩌면 트럼프 영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즌 2가 제작되기를 기대해봅니다.
©️keyp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