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투 더 와일드 주인공 일기 형식의 픽션입니다
어릴 적 부모의 위선을 보면서 자랐다. 우리 집은 성공한 사업가의 단란한 가정처럼 보였지만, 안으로는 싸움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였다.
부모는 자신의 아이들이 받는 상처에 둔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것들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자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감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그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나는 꽤나 진지하게 공부하는 성격이었다. 해답을 찾기 위한 철학적 탐구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어두운 굴을 파고 웅크려 앉아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그렇다고 시시한 학교 수업을 대충 하지 않았다. 성적은 좋았고, 선생님들의 칭찬은 이어졌다.
그런 칭찬과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똑똑한 아버지를 꼭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나는 세상과 단절하기로 했다. 소로우의 <월든>을 가방에 넣고 야생으로 떠났다. 20대 초반의 나는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억지웃음과 거짓 칭찬 그리고 본성을 질서 정연하게 누르는 규칙을 벗어나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결국 야생으로 달려드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 지었다. 알래스카에서 사냥을 하고 캠핑을 하며 자유롭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인위적인 것들로부터 벗어나자! 그렇게 하면 진짜 행복이 내 안에서 솟아오를 것이라고 믿었다.
2년 뒤
나는 틀렸다. 죽음 문턱 앞에 가서야 그것을 인정했다. 나는 독이든 식물을 먹고 죽어간다. 주변에는 나무와 풀 그리고 강 밖에 없다. 나의 아픔을 돌봐주고 고통에 찬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물질적인 세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환경에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할 줄 아는 태도였다.
인간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유 또한 혼자서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나는 사람과 머물고 있는 장소에서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지만,
결국 나눌 때 현실이 된다.
완벽한 것은 없다. 나는 오로지 나의 망상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나는 스스로 죽은 거나 다를 바 없었다.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 틀렸다. 잘못된 처방으로 상처가 더 곪은 것이다.
상처는 치료되어야 한다.
치료되지 않은 상처는 더 큰 상처가 된다.
자본주의를 탓하면서 부를 쌓는 행위
성과주의를 탓하면서 경쟁하는 행위
정의를 강조하면서 예외를 인정하는 행위
평등을 말하면서 기회를 독점하는 행위
평화를 부르짖으면서 전쟁을 하는 행위
이 모든 것들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지엽적인 철학에 따른 해결책은 결국 다툼뿐이고 이는 곧 상처에 상처를 더할 뿐이다.
진짜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나저나 소로우도 월든을 쓰면서 누군가한테 들려주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로우가 자연 속에서 머물면서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당시 숲에서 머물 수 있었던 것도 유명한 강연가였던 에머슨이 물려받은 자신의 사유지를 내어주면서 가능했다. 결국 그 또한 완벽하게 세속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집을 나와 농장일을 하고 집시와 생활하면서 나 또한 완전한 자연으로의 회귀는 불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쉽게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나의 죽음은 그런 면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by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
©️sce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