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입니다
전화를 하면서 계속 꽃무늬 원피스를 눈으로 좇았다. 그녀가 횡단보도에 섰을 때, 겨우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녹색불로 바뀌자 나는 빠른 걸음으로 겨우 4차선 도로를 건넜다.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나는 왼쪽으로 가야 했다. 왼쪽으로 가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오른쪽으로 길을 꺾었다. 나는 나 스스로 했던 약속을 떠올리면서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고 생각하며 내 갈 길을 갔다.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 있는 약속 장소로 갔다. 만나기로 한 친구 셋은 소주 한 병을 다 비우고 있었다.
“왜 늦었어.”
신이 나에게 따져 묻자.
“아니, 너희들이 일찍 온 거야.”
나는 웃으며 답했다.
다음 날 출근이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양이 술 한잔 하자고 불러 마련된 자리였다. 만나서 술잔을 나눈 적도 오래여서 그런지 그동안 텍스트로 주고받던 이야기를 말로써 풀어내느라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자 양이 여자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헤어진 것 같아”
왜냐고 우리는 동시에 물었다. 그동안 깐깐한 여자를 만났지만 이상형에 가깝다고 했던 양이었다. 양은 소주를 마시고, 비워져 있던 내 술잔에 술을 따르면서 말했다.
“잘 모르겠어. 종종 다투기는 했는데, 그냥 갑자기 내가 싫어졌다고 했어. 그게 웃긴 게 내가 오랜만에 가방을 하나 사줬는데, 표정이 밝지가 않은 거야. 그래서 오늘 무슨 일 있냐고 물었지.”
“그래서?”
김이 재촉하며 물었다.
“없데, 그냥 갑자기 언젠가부터 내가 짜증이 난다나. 그랬어.”
양은 한숨을 뱉고서 나를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너한테는 할 말은 아니다. 이후로 어떻게 되어가?”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냥 그렇지 뭐… 됐어…”
그러자 김이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 생겼다고 했다.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다. 진지한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우리 모두는 모두 놀랬다. 그동안 반반한 인물에 괜찮은 직장에 성실하고 착한 성격까지 모두 완벽했던 그에게 좀처럼 짝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김이 누군가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더니 “나중에 시간 되면 오라고 할까? 여기 근처에 살거든. 너희들도 보고 싶다고 하네.”
우리는 환영의 의사를 표했고, 김은 다시 바쁘게 손을 움직이더니 한잔 하자고 잔을 내밀었다.
나는 그때 오늘 버스에서 있었던 일을 테이블 위로 끄집어내며 말했다.
“재밌는 건, 세상은 알 수 없는데, 마치 알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그래서 더욱 우리 스스로 열심히 뭔가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양이 말했다.
“버스 안에서 바로 연락처를 물어봤어야 했어.”
나는 이어 답했다.
“야, 그런 종류의 느낌이 아니야.”
양은 다시 내게 말했다.
“이런 느낌 저런 느낌이 어딨어. 그냥 너 말대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었다고 해도 모두 같은 거야. 어떤 기회를 놓치기 싫은 마음. 지나간 버스에 손 드는 것보다 비참한 건 없다는 기분. 다 그런 거 아니겠어? 그래서 일단 손들었고 늦었으면 뛰어라도 보는 거 아냐?”
그런 걸까. 잘 모르겠다. 아영 또한 그랬던 것일까. 그래서 내가 좋은 결말을 얻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잠시 고민하며 시선을 술집 문에 두고 멍하니 있었다. 그때, 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꽃무늬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운명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꽃무늬 원피스는 작은 가게 안을 눈으로 훑더니 우리 쪽 테이블을 향해 걸었다. 아. 순간 나는 혹시라는 생각을 했다. 김은 그런 나의 생각을 읽은 듯 나를 마치 째려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꽃무늬 원피스에게 인사를 했다.
“선영아 어서 와. 내 친구들이야.”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선영은 나를 보더니 움찔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처음 보는 것처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박기수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