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
당신의 요구 사항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신은 모르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나는 새가 바닥에 앉았다고 실패라고 부르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입니다.
잠시 쉬어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어차피 우리는 벌어진 일에 대해서 자기 합리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기 싫으니깐요. 누구보다 자기 자신한테 지는 것만큼 속상한 건 없습니다. 이성으로 똘똘 뭉친 감정싸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진흙탕에서 뒹굴어도 샤워하면 괜찮다는 위안입니다.
사실 그것은 상대방과의 싸움이 승패로 명확하게 결론지을 수 있다는 것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승패는 한낱 장난 같을 수도 있습니다. 영원하고 진정한 승자와 패자는 없습니다.
이 엄중한 상황에서 ‘장난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냐고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거대한 농담 같습니다.
보세요.
어제 그토록 원했던 것이 오늘 아침에 거짓말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달콤했던 말들은 녹아내려 가슴을 찌르는 뾰족한 창이 되어 날아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눈물을 흘리거나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웃음이 나오는 데, 이게 장난 같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네? 다시 한번 말씀해보세요.
음… 잘 모르겠습니다. 말이 많았습니다. 아영 씨, 일단은 제가 급한 일로 여기서 그만 해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곧 연락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