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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세상은 우리의 것일까

넷플릭스 <더 소사이어티>

by 랩기표 labkypy

- mene, mene, tekel, upharsin: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 (세고 세어 보았고 재고 나누었다.)
<다니엘서 5장 25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고립
도착해 눈을 떠보니 다시 학교 앞이었다. 갑자기 시작된 동네 악취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른들의 결정에 따라 우리는 2주간 캠핑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출발 후 비가 내렸고 학교와 동네를 벗어난 또래 십 대들처럼 우린 신나게 떠들며 뜻밖의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어두운 밤, 학교 앞에 다시 내렸다. 모두 어리둥절한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저마다 상황은 비슷한지 문자로 전화로 안부를 묻고는 이상하다는 생각 외에 뚜렷하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밤이 지나 아침이 왔다. 돈 많은 친구들은 차를 타고 동네 경계까지 가보았지만, 다리는 끊어져 있었고, 쓰러진 나무로 길은 막혀 있었다. 우린 기약 없는 만남을 기다리며 고립되기 시작했다.

#생존 규칙
다행히 동네 마트에 먹을 것은 그대로였다. 닥치는 대로 먹고 마셨다. 걱정 많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Everything's gonna be ok'라는 생각으로 술도 몇 병들고 와 마셨다. 친구들과 밤새 돌아다니기도 했고, 교회에서 파티도 했다. 하지만, 불안했다. 그 불안의 출처를 자세히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몇몇 동네 밖에 머무는 친구들이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였고, 거리에는 반쯤 먹다 버린 음료와 과자봉지가 굴러 다녔다. 생활 쓰레기도 점점 쌓여갔고 깔끔하고 교양 있기로 명망 높은 웨스트햄은 점점 그 반대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때, 예일대 입학 예정인 우등생 카산드라는 스스로 영웅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기약 없는 만남에 대한 절망적인 청사진을 이야기했고, 생각은 최악으로 행동은 최선으로 하자는 식의 표현을 하며 여러 규칙을 제시했다. 낭비로 고갈될 수 있는 식량 배급을 조절하고, 주변을 청소하고, 머물 곳이 없는 친구들을 위해서 공동주택 개념을 제시했다. 그리고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위원회를 꾸렸으며, 모든 구성원에게 각자 맡은 바 업무를 부여하고는 무노동 무취식이라고 했다. 어느새 사회주의 사회가 된 것이었다.


#사랑
그 속에서도 러브스토리도 계속됐다. 우리 학교 대표 커플인 해리와 켈리는 서로 헤어진 것 같았다. 부유한 집안의 미남미녀 커플이었지만, 어쩐지 켈리는 해리가 싫어진 것 같았다. 아마도 철없이 행동하는 축에 해리가 포함되어 있어 실망한 듯. 역시 여자는 성숙한 남자를 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혀 예상밖에도 아웃사이더 차가운 철의 여인 엘과 양아치 정신분열자 켐벨이 어느 날부터 한방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따뜻하고 친절한 베카가 게이였던 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기독교 신자 헬레네와 우리 학교 쿼터백 루크가 언약을 했다. '그녀는 나를 아주 특별한 사람을 바라봐줘, 그러면 나는 계속 그녀를 볼 수밖에 없어'라고 했던 말은 인생 고백인 것 같다. 짧은 평화 속에 이별과 만남이 이어졌고 흥미로운 십 대 청춘 드라마는 계속될 것 같았다.

#갈등
하지만 카산드라의 죽음과 동시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가상 졸업파티를 마친 후 뒷마무리 하던 카산드라는 괴한의 총에 사망했다. 범인은 우리 안에 있었다. 무서웠다. 동기생들끼리 총질이라니. 그리고 그녀가 왜 죽어야 하나. 마땅한 이유도 없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욱 절망하게 되었고 그녀의 규칙도 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다. 이 혼란 속의 형제들을 구원할 것은 규칙과 질서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그 동생 앨리가 언니의 규칙을 유지하는데 동의했다. 그 규칙대로 일상은 유지되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 갇힌 동네에서 안전과 생존을 보장할 수 있도록 그것을 보강했다. 강화된 규칙은 강한 권력으로 이어졌고 그것에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겼다. 부자 친구들이 부모 재산 소유권에 대해 아쉬워했고, 흑백선전으로 일괄된 선동에 권력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아이들은 이유 없이 분노했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이것이 모두 잘못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안타깝게만 바라볼 수밖에...


어쨌든 우리는 고립되었고, 생존법칙이 필요했다. 경제적으로는 모든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사회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택했다. 먹거리를 위해서 위원회를 구성해서 자급자족 방법을 찾아 연구했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연구해 문제 원인을 찾고 해결하고자 했다. 나는 이것이 아주 똑똑한 방법이라 생각했고 어린 우리가 이토록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 외 것들은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발생되었다. 어떤 이유로 우리는 점점 나누어지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부모로부터 갈라졌고, 외부 세계로부터 나누어졌고, 우리 스스로 편을 가르고 있고, 가끔 나조차도 지금 내가 누군지 모를 때가 있다. 갑자기 또 떠오른다. 악취는 왜 어떻게 시작되었고 우리는 왜 또 한밤중에 여기에 내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곳은 어딘지. 우리가 생존할 수 있을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벽에 쓰여 있던 성경구절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는 내내 파리대왕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이 인간 왕을 벌하는 성경구절로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어른과 아이들의 세상이 평행우주라는 개념으로 나누어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입니다. 정치, 연애 등의 요소가 십 대 청춘 드라마의 것을 빌려 아주 재밌게 풀어냅니다. 위 글은 갇힌 아이들 중 한 명의 일기로 가정하여 쓴 글입니다.

*시즌2는 현재 촬영 중이라고 합니다. 더욱 멋진 스토리로 돌아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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