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파도가 지나간 자리
두 개의 얼굴, 갈등하는 존재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는 항상 두 개의 시선에서 갈등한다고 한다.’
영화는 아주 차분하다. 아름다운 장면을 담은 화면을 보는 나의 눈은 그만큼 차분하지 못하고 분명히 경이롭게 흔들렸다.
1920년대, 세계 전쟁이 끝나고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인은 외딴섬의 등대지기 계약을 맺는다. 임시직이지만 사투의 현장에서 돌아온 그는 아무도 없는, 외롭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는 곳으로 간다. 더 이상 둘 사이에서 다투는 사람이 아니라,
두 바다 사이를 이어주는 불빛이 되기로 한다.
그는 행정구역상 외딴섬의 관리청이 있는 마을에 사는 한 여인을 만난다. 교육자 집안에 참전한 두 오빠는 그와는 달리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바다를 사이에 두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운다. 아무도 가지 않는, 심지어 전임자가 정신병으로 자살까지 하는 바람에 더욱 기피하게 된 섬의 등대지기 정규직 자리는 그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그녀와 결혼한다.
둘은 함께 섬으로 돌아와 행복한 날을 보낸다. 둘 만의 시간은 아무런 간섭이 없는 섬에서 꽃을 피우고 아이를 갖게 된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시작된다.
두 번의 유산은 그녀를 정신적으로 무너뜨렸다. 그녀는 둘의 사랑으로 충분했던 삶이 새 생명이 들어섬으로써 완벽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땅에 묻은 두 아이로 인해 삶은 불안해졌고, 앞으로의 인생도 그와의 사랑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괜찮다고 다독거리며 둘의 사랑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위로하지만,
하나의 사랑은 두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작은 구조선이 파도를 타고 섬으로 천천히 흘러 들어온다. 배 안에는 죽은 남자와 젖먹이 딸이 있었다. 그는 등대지기 의무를 다해 관할청에 보고하고 아이를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맡아 키우길 원한다. 두 얼굴의 사랑은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처럼 갈등을 겪게 되고 결국, 남자는
뱃길을 열어주는 등대처럼
그녀의 방황하는 마음을 받아들여 잠시 쉴 수 있도록 인도한다.
이야기는 흘러 그는 아이의 생모를 발견하게 되고, 누구보다 순수한 감성과 사랑을 품은 친부가 악마 같은 적대국 독일 출신이라서 맞이 한 안타까운 죽음을 알게 된다. 이후 그와 그녀는 아이를 다시 돌려줄 것이냐 말 것이냐로 갈등한다. 영화는 이 갈등 속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사랑과 위선과 이기심과 분노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미로 노래하 듯 보여준다.
삶은 언제나 불안하다. 선택은 또 다른 불안을 연장하는 것일 뿐이고 그 속에서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사랑으로 내 주변을 감싸는 일이다. 아이를 친모에게 돌려주고 모든 책임을 지며 아내를 지킨 그의 선택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가 기른 아이를 끝까지 지키고 싶어 남편을 배신하는 그녀의 선택 또한 틀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와 그녀를 치유한 것은
두 얼굴의 사랑이 다시 하나로 된 것은
두 바다를 이어주는 등대처럼,
흔들리지 않고 상대를 향해 비추는 두 사람의 진정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