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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미래, 내가 살아야 할 미래

[영화] 더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

by 랩기표 labkypy

내가 살고 싶은 미래
내가 살아야 할 미래


피터 리볼시 감독의 영화 ‘The House of Tomorrow’


#심장병 소년
나는 불발탄이다. 아직 제거되지 못한 숲 속 어딘가에 묻혀 있는 폭탄이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나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삶은 불공평하다. 왜 나만 이토록 슬픈 운명을 짊어져야 하는 것일까. 어디에도 답을 물을 곳이 없다. 엄마도 아빠도 누나도 그리고 신도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알려 주지 못했다. 나는 부정하고 싶었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온종일 세상과 다투며 살아가다가


펑크를 만났다.

펑크 음악은 부정의 끝이자, 부정의 부정이었고,
그것은 결국 내 삶을 제대로 살고 싶다는 긍정의 몸부림이 되었다.

내가 이 치유할 수 없는 병을 안고 살아야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모님은 별거를 시작했다. 아빠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들의 남은 생을 후회 없이 살 수 있도록 자유롭게 두자는 엄마의 의견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아빠는 하나님께 기도를 하기 시작했고 조금이라도 나에게 해를 입힐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나와 함께 또 다른 의미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세상 모든 슬픔을 구제할 수 있다는 은혜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교회 청년부를 이끄는 리더로 활동 중이다. 착했던 누나는 나의 험한 욕설을 되받아 주면서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이다. 그런 사실을 누나는 알려나 모르겠다. 어쨌든

절대 안정과 기도

이것이 내게 강요된 일상이다. 나를 죽음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쳐진 울타리 속에서 허락된 일탈을 즐기며 지내던 어느 날, 아빠의 주선으로 교회 아이들과 함께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에 갔다.

#마음병을 앓고 있는 천재소년
엄마 아빠는 기억에 없다. 나는 줄곧 할머니와 살았다. 학교도 다닌 적은 없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숲 한가운데 완벽한 구조로 만들어진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라는 이름의 집 안에서 모든 생활이 이루어진다.

할머니는 자연과 인간이 상호 의존하며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연구했다. 자연 파괴는 우리 스스로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최소한의 수고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것들을 통해서 발견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콜라를 먹지 못하는 것 등의 조금의 불편은 있었지만 우리의 성과는 일부 매우 놀라운 점이 있었고 나는 할머니의 꿈이 언제 가는 실현될 것 같았다.

할머니는 바깥세상은 불안정하고 불합리한 것으로 구성된 곳이며, 따라서 아버지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상을 떠난 것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이곳에서 할머니의 친구이자 동료이자 귀여운 손자로 지내면서 일반적인 내 나이 또래보다 안전하게 더 많은 지식을 습득했다. 대신에 나는 엉뚱한 장난을 칠 친구도 롤러코스트 같은 아찔한 경험도 가질 수가 없었다.

진리탐구와 신세계 개척

이것이 내게 주어진 과업이었다. 또한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이 훌륭한 원통형의 집을 관광지로 운영하였고 나는 이 집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안내자 역할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를 만났다.


#둘의 만남
둘은 다르면서 같았다. 각자의 이유로 삶은 그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른 삶을 살았지만, 그 나이 때 애들처럼 어떤 식으로든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찾고 싶어 했다. 심장병의 아이는 부정하고 싶은 세상과 더 멀리 떨어지면서 자신을 찾으려고 했고, 마음병의 아이는 반대로 세상 깊숙이 더 들어가 자신을 치유하고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 정반대 편에 서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그 둘의 만남은 그들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해 주었으며 펑크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준비한다.

심장병의 아이는 심장이 터질 정도로 무대 위에서 소리를 질러 보는 것이 꿈이었고, 마음병의 아이는 세상과 단절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내어놓고 싶었다. 그러므로 인해 나는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전혀 다른 세상에 속해 있던 둘은 하나가 되어 밴드를 만들었다.


#가슴을 열어라
밴드를 만들고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한 여정 속에 많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할머니와의 다툼과 가출. 연습 도중 심장이상으로 스러져 병원으로 이송. 친구를 향한 믿음과 실망 등. 여러 고난을 이겨냈지만 고대했던 단 한 번의 공연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끝날 것 같았던 그 순간, 할머니가 손자의 꾐으로 만들어진 거짓 대학 강의 청탁을 수용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할머니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는 모두에게 열렸다.

그동안 관광코스를 홍보하는 팜플렛을 만들고, 언론사와의 굴욕적인 인터뷰까지 감행하면서 억지로 대중에게 손을 내밀었던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는 그제야 대중들에게 진정한 초대장을 보낸 것이다. 이 두 아이는 할머니와 아빠를 속여 '하우스 오브 투모로우'에서 동네 펑크 매니아를 끌어 모아 함께 공연을 진행한다. 웃통을 벗고 수술 자국이 선명한 가슴을 드러내며 심장이 터져라 불렀던 노래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 무대를 덮치고 나서야 멈춘다.

그렇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며 이상을 좇던 ’내일의 집’은 고립되어 있었다. 완벽한 진리는 세상에 없다. 어떠한 철학도 자신을 영원히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미래의 집이란, 완벽한 이론으로 높게 세워진 성이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의해서 드나들 수 있는 길이었다. 우리를 옭아메는 말들. 원래부터 그런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진리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같은 것들이 부정되는 순간이었다.

어떤 이유든, 인간과 공간은 열려 있어야 한다. 열린 가슴과 공간이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것만이 진정한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미래의 집,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이란 집은 결국, 각자 다른 아픔과 상처를 품고 사는 우리가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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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pyo 2019.7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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