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경삼림 경찰 223의 일기
머리가 아프다. 술을 많이 마셨다. 지금 이곳이 어딘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이별을 했다. 아주 특별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별은 너무나 순식간에 무심하게 찾아왔다. 방황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변경 거리는 없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정신이 혼미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이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기보다는 도시인으로서의 자격미달이다. 힘들게 획득한 대학 캠퍼스의 낭만이 곧장 도서관의 공무원 수험서라는 현실로 변했을 때의 상실감과 닮았다. 별 거 아닌 것에 우습도록 진지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상실을 채우기 위한 성실이 불안감을 조장했다. 이리저리 무엇이라도 해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이별에 익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다시 사랑을 갈구했다. 하루도 참지 못하고 다시 사랑을 해야만 했다. 우리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이라고 떠들고 다녔지만 이룰 수 없는 망상이었다. 만 년의 상실감은 하루도 버텨내기 힘들었다. 나는 이 술집에 들어오는 첫 여인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습도록 진지했다. 그래서 나는 이 여인 옆에 앉게 된 것이다. 그녀는 나를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나는 잘생겼고, 매력이 있다.
그녀와 많은 술을 마시고 더욱 취했다. 이 늦은 시간에 혼자 이 바에 온 이유를 나는 끝까지 듣지 못했다. 레인코트에 선글라스는 쓸쓸한 밤에 잘 어울렸다. 그녀의 짧은 머리가 내 어깨에 쏟아지고 나의 마음은 그녀에 젖었다. 쉬고 싶다는 말을 듣고 나는 호텔로 향했다. 침대에 널브러진 그녀는 계속 잠만 잤다. 그녀의 몸부림과 거친 숨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티브이에 나오는 영화 두 편을 이어서 봤고, 룸서비스를 이용해 음식을 잔뜩 시켜 먹었다. 그녀의 잠은 새벽녙 어스름이 밀려올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나는 그때 불현듯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나의 이별은 이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나는 이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나는 다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뛰어다닐 것이다. 희한하게도 몸은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