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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Mar 24. 2022

한심한 세상의 안락함보다 위대한

[영화] 비거 스플래쉬

목소리를 잃은 락스타는 삶의 의미 또한 잃고 방황했다. 자유롭게 누구보다 높고 멀리 날아가던 그녀는 어느 날 그녀의 프로듀서와 결별을 선언하며 연인 관계를 정리했다. 프로듀서는 그녀의 잠든 영혼을 깨웠던 인물이었다. 그녀 속에 잠재된 에너지를 일으켜, 그녀가 하늘 위로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붙여줬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리듬과 손짓에 따라 날아올랐다. 사람들은 그와 그녀가 만들어낸 작품에 열광을 했고, 어느덧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게 된다.


아마도 그녀가 그를 떠난 것은 그녀가 목소리를 잃은 직후였을 것이다. 어느 날 그녀는 무리한 작업과 투어로 목소리를 잃게 된다.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서 그녀는 긴 수술을 해야만 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런 말을 할 필요 없이 지낼 곳을 찾아 이탈리아 작은 섬 판텔레리아로 간 것이다.  


그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문득 자신의 삶이 위태롭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프로듀서와 함께 곧 떨어질 것만 같은 비행을 하고 있는 이카로스처럼 보였다. 목소리를 잃기 전에는 너무나 당연했던 삶들이 낯설어졌다. 두려워진 세상을 떠나 그녀는 되도록 먼 곳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녀는 여행길에 프로듀서의 친구였던 다큐멘터리 감독과 동행했다. 다큐멘터리 감독은 찢긴 날개를 안고 절뚝대며 걷는 그녀를 품에 안고 평안과 안식을 선물한다. 그녀는 자신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만 내려와 잠시 쉬며 자신을 돌아보며 안정적인 삶을 꾸려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은 조용했고, 겸손했으며, 무엇보다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프로듀서와 정반대인 그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손길이 자신의 상처를 낫게 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는 놀랍게도 프로듀서가 자신의 딸과 함께 그녀가 머무르는 휴양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을 때 흔쾌히 수락한다. 락스타는 여전히 정착과 모험, 이 두 세계 안에서 방황 중이었던 것이다.


프로듀서가 합류하게 되면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차분한 바람이 불던 휴양지는 복잡한 기류에 휩싸인다. 프로듀서의 딸은 다큐멘터리 감독을 유혹하고, 프로듀서는 날갯짓을 잃어버린 락스타의 여린 모습에 안타까워 자신과 다시 한번 비상하자며 유혹한다. 다큐멘터리 감독은 자신들의 안락한 세상을 깨부수는 프로듀서의 자유분방함에 치를 떨고, 그의 딸의 유혹에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한다.


영화는 이처럼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계가 결국 휴양지의 수영장 안에서 부딪히며 비극으로 끝난다.


프로듀서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했지만, 변해  여인의 마음은 인정할  없었다. 그의 자유는 한심한 세상의 안락함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했고, 그녀를 구원하겠다는 그의 교만이 자기 자신을 헤어 나올  없는 심연 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락스타는 타인에 기대 자신의 세상을 구축하려는 행위로 두 가치관이 충돌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게 되고, 결국 파국으로 가서도 어느 한 곳에 진정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치 이상의 기대와 희망 품고 떠날 뿐이다. 그녀가 목소리를 찾게 되는 그날, 그녀는 다시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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