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날개

픽션입니다

by 랩기표 labkypy

팔에 깃털이 났다. 처음에는 그저 조금 이상하게 자란 털이니 하고 뽑아버렸지만, 뽑힌 자리에 더욱 굵고 희검은색이 선명한 게 다시 돋아났고 그것은 분명 깃털이었다. 그래도 아직 날이 차가워 긴 팔을 입었기에 외출할 때는 깃털을 옷 안에 잘 숨기고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깃털은 팔 전체를 덮을 수준으로 자랐고, 크기도 점점 커졌다. 어떤 식으로든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았다.


아빠와 엄마는 이것을 보고 흠칫 놀라며 마치 나를 감염병처럼 멀리했다. 여동생은 이마저도 병신같은 나에게 잘 어울린다며 비웃었다. 친한 친구에게 말했더니 만나자는 말을 할 때마다 바쁜 일정이 있다며 피했다.


나는 일종의 모멸감과 외로움 속에서 위기를 느꼈고, 결국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입구에서 외래 신청을 접수하는 간호사가 물었다.

“팔에 깃털이 자랍니다.”

나는 일반 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듯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간호사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더니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이것이 장난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안내에 따랐다. 곧 덩치 큰 남자 간호사가 다가오면서 물었다.


“기호 씨죠?”

“네.”

“저를 따라오시죠.”


나는 순순히 그의 들썩이는 슬리퍼의 손짓을 바라보며 동행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종합병원 홀 중앙을 지나 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서 오라는 듯이 눈빛을 내게 보냈고, 나는 걸음을 서둘러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갔더니 작은 문이 하나 있었는데, 간호사는 그 문을 직원 전용 카드로 열고서 나를 다시 눈으로 불렀다.


들어간 곳은 아늑했다. 까만 뿔테를 쓴 나이 든 의사는 푹신한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일어서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서 앉으라며 손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항상 불만 가듯했던 일반적인 병원진료 속 환자와 의사의 만남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상황이었다. 간호사가 나가자 의사는 물었다.


“팔을 한 번 보여주시죠?”

나는 셔츠를 말아 올려 깃털이 자란 팔을 보여주었다.

“언제부터 이랬나요?” 의사가 물었다.

“3개월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빨리 자랐습니다. 뽑으면 더 빨리 자라는 것 같아서 그냥 뒀더니 금세 팔 전체를 감쌀 정도로 자랐어요.”

“네, 그렇군요.” 의사는 이 기이한 현상에 아무렇지 않은 듯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께서는 조금 놀라실 수는 있겠지만, 팔에 깃털이 나는 현상은 20년 전부터 발견되었고 학술적으로 엔젤윙스, 천사의 날개라고 불립니다. 2002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일 년에 딱 한 명에게 이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것도 2월에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놀라며 물었다.

“그러니깐, 이 현상은 말씀드린 바와 같이 20년 동안 이어져왔고, 그것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선생님께서는 그 연구기관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제가 있는 병원에 오신 겁니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의사는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최근에 심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나요?”

“음… 개인적인 일이기는 한 데, 아주 힘든 일이 있어서 약간 우울증 같은 증상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잘 적응하셨죠?”

“잘…이라는 의미가 애매하지만, 제 인생에 있어 그게 크게 중요한 사건은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요?”

“그리고라면…”

“그냥, 평소 생각 말입니다. 예를 들면 어떻게 살아야겠다던지 등등의 이야기요.”

“음… 그래서 저는 ‘위기를 기회로 삼자’ 뭐 그런 틀에 박힌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어요. 과거와 현재 그릭 미래를 잇는 저만의 신성한 작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집중하는 것이 얼마만이었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생활이었습니다.”


의사는 메모지에 이것저것 적다가 내 말이 멈추자 계속하라는 식으로 고개를 들어 보였다.


“이것이 전부예요. 좌절과 후회. 안도와 기대. 반성과 성장 뭐 이런 생각들이 교차하고 생업 그리고 글과 그림, 이것이 저의 요즘 생활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이전과 심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못했던 것을 다시 시작하니 좋다는 느낌? 그리고 예전에는 이것을 부와 명예를 위해 하다 보니깐 숨 가쁘게 쫓아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이것들이 저를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그런 느낌입니다.”


“그 만족감을 절대적인 양으로 비교해볼 수 있을까요?”


“음… 예전에는 100점 만점에 10점이라면 지금은 99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특별한 생각이 든 게 있나요?”


“좀… 별개인 것 같지만, 상상력이 풍부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여유로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여유로워서 풍부해진 것인지, 풍부해져서 여유로워진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물질적인 면에서는 형편없는데, 정신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글과 그림이 쉽다 어렵다, 좋다 나쁘다는 차원이 아니라 내가 저기에 있구나, 내가 스며들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의사는 몸을 뒤로 젖힌 채 말을 이어갔다.


“우선, 이것을 천사의 날개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현상을 겪은 사람들을 천사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적인 승리와 현실의 성취를 모두 일군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최악의 상황에서도 상상력과 호기심이 극대화되는 사람을 뜻합니다. 천사들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아실 만한 분들도 계시고, 조용히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도 계십니다. 축적된 데이터에 따르면 그들 모두 깃털이 난지 3개월 만에 날개가 생겼고, 이후 한 달 뒤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1년 뒤 각자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어냈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는 말씀은?”


“그러니깐, 그들의 강한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특정한 목표를 설정해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흔한 말로 판을 바꿨다, 질문을 자체를 바꿨다고 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관련된 자료는 나중에 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우리 기관이 하고 있는 일은 방금 같은 질문과 더불어 주기적으로 천사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입니다. 다소 당황스럽겠지만, 여기에 서명을 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더욱 중요한 이야기들을 해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됩니다. 천천히 준비가 되실 때 해 주시면 됩니다.”



이후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의사와 나눈 뒤에 두 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에게 먼저 이 사실을 알렸더니, 아빠와 엄마는 “내 그럴 줄 알았다.”면서 나를 감싸 앉았고,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는 말”은 지인에게 전화할 때 반드시 붙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들려오는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아이고~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저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그때 그거라고 말씀드리려고 했었는데, 역시는 역시네요.”라는 사후확정형 본인인증식 대화가 이어졌다.


동생은 갑자기 궁금한 게 있다며 고민 상담을 시작했고, 친구는 집에 찾아와서는”아버지, 어머니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며 인사를 했다.


나는 누구일까. 이제 무엇이 되는 걸까. 나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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