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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어야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영화] 백엔의 사랑

by 랩기표 labkypy

원하는 것이 없었다. 무기력한 삶. 그저 흘러가는대로 몸을 놔뒀다. 살쪄 보기 흉했으며, 잘 씻지도 않아 냄새가 났다. 그나마 좋아하는 것은 담배였다. 동생은 이런 나를 보고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며 개돼지라고 화를 냈다. 그럴때면 나도 발끈하여 동생과 치고 박고 싸웠다. 평생을 일만 하며 산 엄마는 연신 눈물을 흘릴 뿐이고, 자존감을 잃은 아빠는 눈치만 보며 슬슬 피하기만 했다.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던 삶에 권투가 들어온 것은 우연이었다. 보통 소중한 것의 대부분은 우연히 찾게 된다. 밤 늦은 어느 날, 지나가는 길에 권투연습실에서 토할 정도로 연습을 하는 어느 남자 권투 선수를 보고 궁금했다. 그는 무슨 이유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살까.

주변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많았다. 100엔 편의점에서 하루 18시간 일하는 직원. 매일 구슬땀을 흘리면서 도시락을 만드는 가족, 밤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찾으러 오는 부랑자.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성장은 다른 이야기였다. 바둥거리며 버티는 것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차이가 있다. 과연 그 차이는 무엇일까.

원하는 것이 생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서로 싸우다가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하는" 권투가 하고 싶었다. 그렇게 살아있는 감정을 단 한 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한 번도 좋거나 싫음을 내뱉은 적이 없었던 나를 부셔보고 싶었다. 그나저나 성장이라니 그것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해내고 싶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나는 프로 선수가 되었다. 공식 경기도 가졌지만 패배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기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나는 절망했지만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 주먹으로 세계를 뚫어라.' 나의 세계는 내가 만들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내 주먹에 달려 있었다. 나는 이제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다. 원하는 게 없었던 이유는 그저 내가 찾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딱 한 번만 이겨보고 싶었다고!"


https://youtu.be/kKQkQ-hoy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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