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범가족
지친 일상. 꼬여만 가는 삶.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 극한의 상황에서 박동하(정우 분)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의 현장을 발견한다.
죽은 사내 둘이 있는 차 안에 돈 가방이 들어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황스럽다. 긴박한 순간이지만 동하의 선택은 일단 돈을 먼저 챙기자는 것이다. 너무나 필요했던 돈. 이것은 어쩌면 천운일지도 모른다는 착각.
그러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남의 것을 탐한 것의 대가는 혹독했다. 완벽한 범죄는 없었다. 결국 마약상과 얽히게 되면서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손에 이용당하게 된다. 소중한 것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삶을 밑바닥으로 밀어 넣는다.
박동하의 가족은 서류상 완벽한 가족이었다. 명문대를 졸업한 부부와 아들, 딸 두 명의 자녀가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남편은 계약직 교수였고, 엄마는 번역일을 하면서 주부생활을 했다. 그러나 이 모범가족은 한꺼풀만 벗겨 들여다 보면 아픔이 가득했다.
동하는 정규직 교수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한다. 정규직 교수들의 뒷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 비비기도 하고 돈을 써가며 정규 교수직을 노렸지만, 끝끝내 성공하지 못한다.
아들은 희귀병을 앓고 있어 돈이 많이 들어간다. 박봉으로 생활을 꾸리기 힘들어 가장의 어깨가 무겁다.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해결한 문제는 하나도 없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는다. 아내는 더 이상 너는 내 가족이 아니라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이 사건을 목격한 것이다.
상황이 사람을 바꾼다. 어쩌면 동하의 잘못된 선택은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로부터 느끼는 소외감과 교수가 되지 못한 자괴감으로부터 비롯됐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사건의 전개는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다. 마약상, 모범가족, 경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상선’이라는 숨은 권력자의 욕망의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겨눈다.
비리 경찰과 결탁한 부패집단이라는 클리셰에 겉으로는 이상적이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 가족이 합류해 흥미를 유발한다. 선정적인 장면 보다 등장인물들 간의 미묘한 감정 변화 교차에 집중해 오히려 장르적 특성을 잘 살린 것 같다.
폭력이 일상을 비참하게 무너트리면서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는 사회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악에 물든 경찰이 제기능을 하지 못할 때, 계약직 교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해 부정한 방법을 택했을 때, 모든 비극이 발생했다.
하면된다.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되게 하다가 안 되면 더 노력해라. 동하의 아내 강은주(윤진서 분)의 “나는 결과를 중시한다.”라는 말이 어쩐지 무섭게 다가왔다. 팍팍한 세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낭만이 아니라 누아르 같아서 조금은 서글프다.
“여기서 끝날 것만 같죠? 당신, 선 넘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