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마주
과거에는 환영받지 못한 것들이 있다. 여성, 인종, 자유, 평등, 민주주의 등 역사는 그러한 것들을 하나둘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앞으로 굴러간다. 우리는 그 흐름에 섞여서 함께 어디론가 흘러간다. 가끔은 아주 명확하게 또 가끔은 어지러울 정도로 불안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희망을 꿈꾸며 어둡고 쓸쓸한 현실을 견딘다.
영화 <오마주>는 환영받지 못해 위태롭게 굴러가다 갑자기 사라진 60년대 여성 감독의 흔적을 좇는다. 우연히 발견된 영화 필름 속에서 유실된 음성을 찾는 것이 시작이었다. 그 책무가 연거푸 흥행 실패작만 만들었던 여성 감독 지완(이정은 분)으로 향한다. 지완은 곧 영화가 단지 목소리만을 잃은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당시의 시대 감성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장면이 무분별하게 잘려나간 것을 알게 되고, 그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 영화를 복원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자신은 과거의 여성 감독의 처지보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잘려나간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무슨 이유로 그렇게 잘려나가야만 했을까.
하는 고민이 왜 나의 삶은 아무도 모르게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필름처럼 외면받는 것일까로 번지는 것 같았다.
아무도 보지 않을 영화. 누구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영화. 하지만 그녀에게는 몹시 소중한 영화와 1세대 여성 감독의 행적을 따르는 여정이 시작된다.
정년을 앞둔 남편과 대학생 아들은 그런 엄마를 응원했었지만, 지친 것 같았다. “꿈꾸는 여자를 만나면 외로워진다”는 남편의 말을 아들에게서 들었을 때, 지완은 무슨 생각했을까. 현실을 뒤로한채 비현실을 쫓는 그녀는 내가 남자였다면, 성공한 감독이었다면 이 모든 외로움과 미련이 사라지게 될까 상상했을까.
결국 지완은 꽁꽁 숨겨져 있던 여성 감독의 흔적과 잘려나간 필름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맡은 업무를 훌륭하게 완수한다.
이후 그녀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흥행작을 발표해 잘나가는 감독이 될지 평범한 주부로서의 생활을 시작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철거를 앞둔 천장이 무너져버린 영화관 안에 앞으로 굴러가지 못하고 멈춰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남긴채 영화는 끝난다.
“자넨 끝까지 살아 남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