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수리남
수리남을 보았다. 수리, 남인가. 수리수리 마수리인가. 했더니 나라 이름이었다. 실제 조봉행이라는 마약상을 모티브로 한 영화의 배경은 90년 말부터 2000년 초반까지다. 스포츠로 따지면, 박찬호부터 박지성의 시대였다. 실제로 조봉행은 국정원과 민간인의 합동 작전으로 인해 잡혔고, 2011년에 10년형을 선고 받고 현재는 출소했다.
마약상을 잡으려 하는 국정원 최창호와 남미 수리남에서 신부로 위장한 마약상 전요환 그리고 전요환 때문에 사업을 말아 먹은 강인구가 등장한다. 영화는 6부작으로 매 회마다 1시간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케일이 크고, 적당한 템포로 전개되어 몰입감이 높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에 숨어 전세계를 상대로 마약을 유통시키는 전요환과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의지로 머나먼 오지에서 사업을 하는 강인구는 닮았다. 오로지 돈이라는 진리에 자신의 삶을 바친다. 그 길을 막아서는 자는 모두 사탄이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 근면함을 지닌 사람들이다. 앞에 놓여진 고난과 역경은 성공을 위한 거름이다. 편안한 길은 불행을,
힘든 길은 행복을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인생은 하나의 전쟁이었다. “FIght for Money”는 강인구의 슬로건이다. 돈을 얻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 무섭게 일을 한다. 강인구와 전요환,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일일일,
돈돈돈이다. 그렇게 번 돈이 어떻게 쓰여지냐는 나중 일이다. 그것이 곧 천국의 열쇠요, 진리의 말씀이다. 홍어를 팔 든, 마약을 팔 든 진리를 향한 길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수요와 공급. 명품 브랜딩. 안전한 유통망. 기본과 원칙, 믿음과 소망에 충실할 때 돌아오는 것은 영광이자 축복이다.
이 시리즈가 재밌는 것은 권선징악 보다는 복수혈전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평민 강인구의 복수심이 거대한 카르텔의 한 축인 거산 전요환을 뚫는다. 국정원의 소명의식, 직업윤리, 정의감 같은 것과는 다르다. 살기위한 발버둥이었다. 강인구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전에 합류했다가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할 정도로 강해져야 했다. 결국 그 집념이 자신의 세계를 무너뜨리게 한 전요환을 활활 태워버린다. 그 불길 속에 타버린 것은 비단 전요환의 욕망과 사악함뿐만이 아니었다. 강인구는 깨닭게 된다. 돈보다 소중한 무엇인가 있구나. 나는 사이비에 가담한 어눌한 신도와 같았구나.
무언가를 좇는 것은 무언가를 놓치는 일이다. 완벽한 것은 없다. 선택의 문제이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그 고민의 끝에 선택한 것이 지금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지금 나는 내게 가장 소중한 것과 함께 있는가.
아니면 복수의 복수를 불러오는 고리에 묶여 있는가.
황정민, 하정우, 조우진, 박해수 등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윤정빈 감독은 첫 시리즈물이었는데, 영화만큼 좋다. 넷플릭스가 영상 미디어 산업의 판을 모두 바꿔 놓고 있다. 어쩌면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도, 시리즈물로 만들어졌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충 얼버무리는 것도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