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keynote

피곤한 인간에게는 한계가 주어지는 법이다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by 랩기표 labkypy

나는 무엇인가를 꿈꾸다 그리워하고 또 후회를 하다 잔망을 떨며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나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은 한편으로 슬픈 것이다. 세상은 이토록 험하고 무서운데 나는 아직도 철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고만 있는가. 물 속에 들어갔으면 수영을 배울 일이지 왜 튜브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가. 그래서 너는 저기 저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겠어? 아니.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볼까. 그러다 또다시 허우적 허우적. 비틀비틀 위태롭게 살다가 나는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삶이란 해치워야 할 끼니 같은 것이 아니라 정성을 쏟는 음식이다. 생활이란 꾸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어가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 의식하지 않으면 삶을 가꾸어 가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이어갈 뿐이다. 그런 의미심장하고 근사한 가치와 생각들은 나를 벗어나는 순간 우스운 꼴을 면하지 못한다. 그게 현실이라는 생각. 현실적인 생각은 언제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며 고개를 젖힌다. 부러워해야 할 대상을 바라보며 부끄러워하면서 꾸역꾸역 흘러가는 생활을 다시 잇는다.

생활인이 되다보니 다시 삶을 꾸려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글도 쓰고 음악도 만든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도 해보고 나름의 만족을 얻는다. 그러다 끼니가 찾아오면 짹짹 아이 입속으로 밥을 밀어 넣는 생활을 한다. 무엇이 더 비현실적인지 이제는 경계가 모호하다. 역시나 삶은 생활이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과도 같은 것이다. 조명. 사운드. 배경. 티켓팅. 고려할 것들이 많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러한 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

“가난은 피곤하기 마련하고, 피곤한 인간에게는 언제나 한계가 주어지는 법”이다. 또 “세계라는 건, 결국 개인의 경험치”일 뿐이다. 그러니 피곤한 인간에게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시 관념에 싸여 빈약한 상상력에 기반한 삶을 살아갈 것은 분명하기에 생활이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나도 하나의 조명이 되어 불을 밝혀 어둠에 갇혀 있는 누군가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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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은 박민규 작가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https://youtu.be/qQ_Rh2-Vr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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