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상상을 하거나 흥미로운 것을 보면 일단 한다.
일단 하다 보면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계속할지 그만할지 판단할 수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냐 묻는다면…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다. 축적된 데이터에 의해서 충분히 가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다.
어쨌든 나름의 기준에 의해 재밌는 일에 몰두한다. 재밌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행위 또는 주기적으로 나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루틴이다. 그 둘 다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수준 이상의 실력을 쌓아 취향을 정립하여 스타일을 완성하는 게 생의 목표이자 지향점이다.
잘하면 재밌다. 재미를 찾고 나면 의미를 찾게 된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재미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을 기점으로 새로운 관계 또는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으로 나를 넘어 이 사회가 더 재밌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망상을 하게 된다.
나는 대부분 행동하는 타입이기에 사건사고도 많았다. 물론 모든 게 다 실패는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 후회하지 않는다.
가끔 이렇게 쓸데없이 거창 해지는 내 모습을 볼 때면 한 숨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친구는 이런 나를 보고 “또 스토리 쓰고 있네”라고 핀잔을 줬는데, 할 말이 없었다.
농구를 좋아한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즐기는 타입이다. 고맙게도 적당한 운동신경을 물려받아 동네 농구장에서 뛰면 몇 득점할 수 있다. 대학시절에는 농구동아리에 들었다. 공식 경기에서는 후보로만 머물렀다. 그래도 연습은 꾸준히 나갔고, 자주 수업을 빼먹고 농구를 했을 정도이니 어느 정도 광기에 차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어제는 오랜만에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동아리 후배들과 모여 회사 내 다른 동아리와 농구 시합을 했다. 오랜만에 5:5 경기를 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긴장도 되었다. 점수판도 등장했다. 8분 경기에 4쿼터로 진행되었는데, 2쿼터가 지나자 유체이탈을 했다. 몸은 내 것이 아니었고, 알아서 움직였다. 그렇게 움직이는 내 모습을 보며 스스로 신기했다. 몇 득점을 올렸고, 실책도 하여 머리를 감싸며 동료들에게 사과도 했다.
즐겁게 농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역시 일단 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농구는 보는 재미와 하는 재미가 있다. 나는 보는 재미보다 하는 재미가 더 좋다. 지인 중에 보는 것이 더 좋다는 사람도 있어 이건 역시 취향 차이인 것 같다.
어쨌든 재미를 위해서는 농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막상 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연습과 경험이 없으면 잘할 수가 없다. 나보다 크고 빠른 상대 선수 앞에서 주눅 드는 것은 축적된 경험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하다 보면 자신의 장점을 찾게 된다. 왼쪽 페널티박스 바로 끝을 손흥민 존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자신이 제일 슛하기 좋은 포지션과 공을 몰고 패스를 받는 자신만의 리듬이 생긴다. 이럴 때 하나의 선수로서 어느 정도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재밌어진다.
무지막하게 잘하는 상대를 맞이해 진다고 해도 재밌다. 한계를 시험해보고 또 극복할 대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하다 보면 실력은 늘고 더 재밌어진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결국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이 부족해 재미를 잃게 되면 위로 가는 것을 그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해야 된다. 즐길 수 있을 정도만 하고 다른 길을 찾으면 또 보인다. 바로 나의 무대가.
여하튼, 농구를 하면서 또 느꼈다.
일단 한다.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느낄 수도 바꿀 수도 없다.
뭉친 다리로 겨우 걸으며 그래도 즐거웠구나, 또 다른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생겼다.
아들이 좀 더 크면 같이 운동장에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