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삶을 차지한다.
여유가 많았던 삶은 사실 빈자리가 많은 거였다.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그 안에 누구를 태울지 어떤 생각을 심을지 몰라 널널했기에 빈수레가 요란한만큼 시끄러웠다.
세월이 흘러 젊지도 늙지도 않은 지점에 무언가를 가득 실은 채 닿으니, 나는 그때 무슨 생각으로 살았길래, 도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그런 짓을 벌여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나 자책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여울 뿐이다.
그럼에도 어차피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핑계 삼아 슬픔이나 아픔들을 겨우 놓아버릴 수 있으니 우습다.
그러나, 우연은 세상에 없다. 모든 우연은 필히 나의 지난 행위와 연관되어 있기에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즉 내가 원했던 결과가 아닌 불운이 완전히 나의 선택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은 틀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혼란이 시작된다.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만이 확실하다는 사실. 그러나 그 사실 또한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으로 다시 진리를 찾는 나약함.
우연으로 만난 인연이 친구가 되고, 서로가 너무나 다른데 친구라는 지위에 걸맞게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것을 보니 역시나 삶은 우연으로 치장되어 있다.
그리고 또 이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다가 나의 삶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 누군가는 곁에서 묵묵히 바라봐주기를 원해서 내가 먼저 그들을 바라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의미들이 충돌해 모든 정체가 불분명해지는 가운데 그 안에서 너야말로 내가 확신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나도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친구들에게 너무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