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왕

by 랩기표 labkypy

낚시를 했다. 그렇다고 낚시 조끼를 입거나 배를 타고 나선 것은 아니다. 방파제에서 줄낚시를 했다. 형이라 부르는 삼촌 집에서 차를 마시다가 낚시하러 가자는 그의 권유 때문이었다.

장소는 기장 죽성 바닷가였다. 태풍이 오기 직전이라 날은 흐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파제 주변을 둘러싸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가족과 함께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작은 그늘막 텐트 안에서 엄마 아빠가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딸 둘의 모습이 귀여웠다.

방파제 근처에 있는 슈퍼•낚시라는 상호를 단 곳에서 미끼로 쓸 지렁이 한 통을 샀다. 꿈틀꿈틀. 서로 몸이 달라붙은 지렁이 한 마리를 떼어내 바늘에 끼웠다. 적당한 지점으로 줄을 던졌다. 봉돌이 달린 줄은 순식간에 바다 아래까지 슉 들어갔다. 물이 그리 깊지 않은지 곧 땅에 떨어진 느낌이 손으로 전해졌다.


고기를 유혹한다는 생각으로 바닥을 훑으며 당겨라는 수산업계 고위 전문가 형수의 말에 따라 집중했다. 그러나 물 밖으로 꺼낸 낚시 바늘을 볼 때면 애꿎은 지렁이만 시원하게 씻긴 기분이 들었다. ​


몇 번 경험이 있다는 형은 릴이 달린 낚싯대를 잡았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손바닥만한 멸치를 잡았다. 놀라운 순간이었다. 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낚시 바늘에 걸린 녀석의 매끄러운 몸은 반짝반짝 빛났다. 빛나는 멸치는 아이들의 엄청한 환호를 받으며 통으로 들어갔다. 전문가 형수님은 아주 좋은 성과라며 남편을 칭찬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안타까운 순간만 이어졌다. 어딘가 걸려서 낚시 바늘만 끊어 먹기 일쑤였다. 그래도 웃으며 새로 바늘을 달아주시면서 격려하는 형수님께 말했다. 그래도 후드득 입질이 느껴집니다. 그러면 훅(Hook)을 잘해야 됩니다. 훅이라는 단어가 낯설었지만 낚아채면 된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후드득…

또 한 번의 입질이 왔다. 온몸을 비틀어 줄을 당겼다…기보다는 흔들어 제꼈다. 그런데 아주 신기하게도 들어 올린 낚시 바늘에 물고기 한 마리가 달려 꿈벅꿈벅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와-. 잡았습니다! 망둑어네요. 망둑어는 진흙에 사는 거 아니에요? 여러 종류가 있어요. 그게 무엇이 중요하리. 나는 낚시왕이다. 아들이 고기도 못 잡는다며… 낚시하지 말라는 핀잔을 누를 수 있었다. 곧바로 조카와 함께 차에 들어가 있던 아들에게 달려갔다.

이것 봐라! 아빠 못하는 거 없지? 오… 한마디만 남긴 채 아들은 나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그러면 어떠하랴. 기분은 좋았다. 이후 나는 총 세 마리를 낚는 기적을 보였다.

새로운 경험을 추가한 날이다.

도전하고 성취하는 즐거움은 언제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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