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어른 김장하
김장하 선생님 다큐를 보았다. 감동적이었다. 한의사가 되어 큰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사익을 취하지 않고 장학사업과 기부사업을 하여 사회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내용이었다. 다큐와 미디어는 차도 사지 않았다는 제목으로 근검절약형 인간의 됨됨이를 선전했다.
내용을 더 들여다 보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할 정도의 사례가 빼곡하다. 숱한 장학생 중에 훌륭한 인물이 된 사람도 등장한다. 그의 업적을 기리고, 감사를 표하면서 다큐는 아주 풍성해진다. 돈은 똥처럼 모이면 냄새가 나고, 뿌리면 거름이 된다는 철학을 가진 김장하 선생님. 자신의 업을 위해서 묵묵히 걸어온 모습을 보는 동안 눈물이 핑돌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 다큐에서 주인공 김장하 선생님보다 다큐 기획자이자 경남도신문 은퇴자인 김주완 기자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는 기자 생활 동안 가진 자에 대한 반감이 컸다고 했다. 가진 자들의 이면과 부정 행위를 폭로하는데 기자 생활을 바쳤다고 한다. 그의 딱딱한 말투와 경직된 얼굴에서 그 세월을 가늠할 수 있었다.
김장하 선생을 취재하는 것이 어쩌면 그의 글 인생에서 최초로 숨겨져 있던 밝은 보석을 드러내는 작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어둠 속에서 부패한 면을 긁어내다가 빛을 밝혀 선한 영향력을 비추니 그 결과가 놀랍다고 했다. 사람들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취재에 동참하고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는 적이 없었다고 한다.
나는 김주완 기자를 몰랐다. 그는 은퇴 후 이 다큐로 그 전보다 훨씬 더 큰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기자든 누구든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봐주기를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주완 기자는 성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가 전에 했던 것과 다른 방식이었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을 알리려고 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람들은 동물적으로 어둡고 습한 곳을 피한다. 남을 욕보이거나 잘못된 것을 끄집어 내 비판하는 작업에 대해서 공감을 할 지는 몰라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는 꺼려한다. 반대로 남을 칭찬하거나 선한 면을 드러내는 것은 그리 어려워하지 않는다. 나도 그러한 사람처럼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답은 없다. 다만 세상을 바꾸는 길은 생각을 바꾸는 길이다. 잘못된 세상을 꾸짖는 것은 쉽다. 그러나 올바른 길로 나서게 하는 용기를 주는 것은 어렵다. 고객에게 자부심을 주게 하라는 경영방식을 빌리자만, 대중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길 수 있도록 하라는 메시지가 들린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검사 출신 상사께서 검사시절 나쁜 사람을 잡다보니 어느 날 거울 속에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가정에서도 엄하고 딱딱한 아버지가 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공직을 떠나 일반 기업에 들어왔더니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고, 어느 날부터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정과 부패에 눈 감을 필요는 없지만, 그것에 매몰되기 보다는 내가 지향하는 삶에 더 가까기 다가가는 것이 더욱 풍요롭고 기쁜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러겠지. 그런 감성주의에 빠져 이 썩은 세상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지 못하는 겁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