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웃핏
제한된 장소에서 섬세하게 펼쳐지는 누아르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폰 부스라는 영화를 봤을 때가 떠오릅니다. 공중전화 박스 안의 주인공과 전화로 명령과 협박을 하는 보이지 않는 악당의 심리전이 아주 볼만했었습니다. 영화 <아웃핏> 또한 비슷한 재미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연의 업에 집중하는 재단사가 있습니다. 테일러와 커터의 차이를 저는 모르지만, 그는 커터라는 것에 자부심이 강합니다. 수년의 노력 끝에 익힌 기술로 자신이 만드는 정장은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의 가게 안에 마피아가 등장합니다. 조직간의 다툼이 벌어지고 그들의 범행을 좇는 FBI의 비밀스러운 발걸음 또한 양복점 안에 들어섭니다.
양복점에 있는 메일함은 마피아가 메세지를 주고받는 역할을 했습니다. 권력의 조율자이자 실체를 알 수 없는 ‘아웃핏’이라는 조직에 대한 경외와 상상과 두려움이 사건을 촉발시키게 됩니다.
처음에는 주인공 재단사와 그의 조수가 평화로운 양복점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후 하나 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 안의 공기를 무겁게 바꿉니다. 그들은 한뜸한뜸 정성스레 놓는 바느질처럼 수 싸움을 벌입니다. 그 와중에도 주인공은 절대로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장소를 지킵니다.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고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숨막히는 전개 속에서 어느 순간 관객은 주인공 재단사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게 됩니다. 도시의 지배자는 잔뜩 움츠린 나약한 재단사를 깔봤지만 그는 큰 바다였습니다. 고요했던 대양이 큰 파도를 일으켜 배를 삼키듯 악당들 모두 재단사의 덫에 빠지게 됩니다.
전투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상대를 얕잡아 보는 오만이라고 했나요.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만 같았던 악당의 자만은 결국 얕잡은 상대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역시나 보통의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사연 있는 조용한 재단사와 도시를 주무르는 악당. 선에서 악으로 악에서 선으로 변하는 이들의 속고 속이는 사건들이 아주 흥미로운 영화 <아웃핏>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