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설프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고,

원하는 게 있으면 몰입해 잘하고 싶었다.

삶은 그 어떤 추상적 상상에 겉돌다가

경험이 쌓이면서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이다.

원하는 것이란 하고 있으면 스스로 자랑스러운 거,

잘하는 것이란 어떤 것을 구현함에 있어 이성보다 감각이 더 앞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어떤 것도 제대로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했다.

예상컨대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그런 업, 순간을 가질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오늘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본다.

같은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바라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고 수십 번 들었지만 그닥 별 수가 없는 거 같은 안타까움이 있다.

결국 책을 읽는다.

영화를 본다.

잡지를 본다.

보고서를 읽는다.

뉴스를 본다.

SNS에 들어가보기도 한다.

필요한 게 뭘까

창작의 영감

끊임없는 탐구와 도전

풍족한 자본

멋진 반려자

뛰어난 동료

괜찮은 인맥

적당한 시기

건강한 심신

괜찮은 생각

…

생각이 많아서 난잡해지지 않고 비우고 멍해져 감각을 깨우는 그림 같은 글과 음악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사업이라는 것은 거대한 명분을 지키기 위해

깐깐해지고 치졸해지는 과정인데,

그럼에도 안심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이

얼마나 그리운가.

그럼에도 오늘도 역시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