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나이가 들수록 흥미진진해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더 그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유인 즉슨 그 허망함에 내가 몰두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사람들은 부, 명예, 권력을 탐하지 않는 것은 모지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맞다. 그렇게 미친듯이 먹어치우는 탐욕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번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다. 정의당도 싫다. 그들은 이미 기득권이다. 집권하는 동안 대화와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들의 선언문은 얕고 선동적이다. 그속에서 꿈틀대며 사는 국민들은 정말로 어안이벙벙할 뿐이다.
고 채상병 특검법을 거부하겠다고 윤대통령이 말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우습다. 휘두르던 칼이 본인에게 향하자 무서워 내뺀다. 그렇게 돌려세우려고 아둥바둥거렸는데 끝내 돌아왔다. 특검을 거부하는 사람이 죄인이라고 했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틀린 말이 있나? 틀린 것이라면 단지 고결함을 자신의 탐욕의 방패로 삼아 희생시켰다는 것이다.이루고자 하는 이상과 뚜렷한 철학이 없는 사람에게 그것은 단지 일신양명의 일환일 뿐이다. 그 값은 복리로 돌아온다. 우리는 안다. 그런 탐욕으로 다져진 부패와 무능의 끝이 무엇인지.
상대편은 어쩔줄 몰라 하는 적을 두고 웃는다. 정치란 말이야 이런 거란다, 하수야. 이런 말을 내밷는 것 같다. 민주혁명을 부르짖던 그들에게는 이루고자 하는 이상향이 있었고, 정의가 있었다. 투박하지만 그 이상과 정의를 믿었기에 대중은 호응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인가. 자본주의는 빈부 격차와 인플레이션을 크게 발생시켰다. 생산성에 기반한 산업은 인간을 도구화했다. 기술의 발전은 도구화된 인간을 대체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어떤 시대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어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권 다툼의 정치 논리에 빠져 시대정신을 탐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모습에 혀를 찰 뿐이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건 기업인의 몫에 달린 것만 같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뿐더러 한 쪽으로만 치우쳐져서는 안 된다. 정치가 앞날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까.
대중도 문제다. 나도 대중의 일원이다. 역사나 정치 의식이 크게 없다. 국민연금법 두 가지 안을 낸 정치도 무능이지만 그것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더 내고 더 받자에 표를 던진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반박하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아쉽다. 그리고 그 대중을 호도하면서 세력을 모으는 게 정치 논리가 되었다.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성공이다. 앞을 향해 달려라. 나와 그들은 다르다. 경쟁과 차별을 습득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그들을 향해 박수쳐주지 많으면 모래처럼 흩어진다. 올바르게 살라고 외치던 어른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