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황포해수욕장
2019. 9. 1.(日)
불쑥 찾아왔던 9월처럼 어느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는 약했지만 언제 큰 비가 되어 내릴지 몰라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왕 나온 김에 안되면 카페라도 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말없이 신나 있는 아들 녀석의 기분에 맞춰 차에 올랐다. 목적지를 찍으니 소요시간이 30분이었다. 오후 4시에 너무 먼 거리를 움직이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마음먹은 김에 가보자고 결론지었다.
+
주말 내내 부산 처가에 머물러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일요일 점심을 먹었다. 이후에 수유가 인스타그램에서 갈대 잎처럼 보이는 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고 가보자 했다. 위치는 장목면이었었고, 그곳은 부산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는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왔던 길을 되돌아 가다 방향을 틀어서 새로운 길로 들어가니, 골프장이 나왔다. 거제도에도 골프장이 있었나. 관심 없었고 몰랐던 사실이었다. 골프장은 일반도로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펼쳐져 있었다. 라운딩을 즐기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골프를 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캐리를 동반한 아저씨들이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다. 오늘의 목적지에는 그 낯선 골프장 입구에 '드비치'가 돌에 새겨진 입간판 양 옆으로 몇 가닥 자란 갈대 잎이 전부였다.
"뭐야. 여기였나?" 수유가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
울창하지는 않아도 숲을 기대했던 우리는 실소가 나올 뿐이었다. 우리보다 앞서 다른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사정도 우리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이 조금은 우스웠다. 그것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우리는 또 어떠한가...그들의 차가 떠나면서 우리 차례가 되었고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수유는 맘에 들지 않는지, "이게 뭐야. 도대체 사진을 뭘로 찍는 거야"라고 투정을 부렸지만, 나는 도로변을 뛰어다니는 지상이를 잡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골프장 입간판과 그 뒤에 펼쳐진 골프장 넘어 절벽 아래에 바닷가가 보였다. 차도 몇 대 대어져 있었다. 이렇게 가면 아쉬우니 조금 더 내려가 보자고 사진도 장소도 맘에 들지 않아 짜증 난 수유를 꼬드겼다. 그나마 비가 그친 것이 호재였다.
+
거제도 최북단 장목면에 위치한 황포해수욕장은 그 둘레 끝에 '딴섬(까치섬)'이라는 작은 섬 하나가 연결되어 있어 깊게 파진 만이 호수같다. 해수욕장으로 어울릴법한 위용을 갖추지 못해서 정식으로 개장한 것은 2013년으로 보인다. 오후 늦게 도착한 시간이라 물은 많이 빠져 있었다. 물이 빠진 자리에는 미역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아무래도 깊은 만이라서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해초류 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놀이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라서 대중의 선택이 늦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은 바다와 곧바로 연결된 산이 있는 풍경 때문에 캠핑장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니 위에서 바라봤던 차들은 캠핑을 즐기는 중이었다. SUV나 캠핑카를 몰고 와 텐트를 치거나 파라솔 같은 것을 머리 위로 펼치고 여유를 부리는 식이었다. 날씨는 비가 와서 어두웠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몇 안 되는 무리라서 그 모습이 마음에 퍽 와 닿지는 않았지만, 쨍쨍한 주말 오후에 그 모습을 대입해보니 언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길에 거제도에서 캠핑하면서 즐기는 부부 이야기를 나누며 왔던지라 지상이가 조금 더 크면 이렇게 장소를 마련해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음악, 그리고 독서와 대화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상이는 모래처럼 보호색을 갖춘 게를 따라가며 축축이 젖은 백사장을 뛰어다녔다. 자리를 펴고 앉았다 가고 싶었지만, 처서가 지난 9월 오후 6시에는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상이는 손과 발이 엉망이 되었고, 무료로 마련되어 있는 샤워실에서 간단히 씻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거제도에 온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결혼 생활은 3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모르는 곳이 많다. 여기서 얼마나 더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은 곳을 다녀보고 싶다. 그리고 같은 장소이지만, 지상이의 성장에 따라 달리 맛보게 될 시간 또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