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금의 역사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도 한다. 전쟁은 인간의 탐욕으로 발발되었고 그 탐욕은 문명을 송두리째 없애버리기도 하고, 그 위에 새로운 문명과 문화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와 현시대를 명명하는 정의는 여러가지다. 그중 하나는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평화의 시대이다. 이 평화는 인간이 발명한 이성을 기초로 다져진 집이며 우리네 판단을 이성적으로 하기 위해 교육과 제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교육되어진 개별 선택들이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졌을 때, 우리네 삶이 결정되며 이를 통해 상호신뢰를 기초로 한 교환가치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싣고 출발했지만, 현재는 어느 누구도 이것이 완벽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빈부격차와 사회주의 중국의 부상 그리고 아랍세계의 갈등과 달러의 평가절하 등 매일 같이 불확실성과 싸우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불확실성만큼 기피되는 대상이 없다. 바로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 세계질서를 지탱하고 있는 기초가 무너지면 우리는 재앙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두려움에 모두 눈을 감고 서로 눈치만 살펴야 하는 꼴이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의문들을 품고 사는 나에게 황금의 역사를 통해서 상호신뢰의 최종 산물인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과 미래사회의 화폐는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묻고 있다. (블록체인, 암호화 화폐 이야기는 없다.) 저자는 중국 칼럼니스트 루안총샤오이고, 오래전에 읽어 기억에 별로 남지 않은 화폐전쟁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
책은 39가지의 사건으로 금의 역사를 돌아본다는 제목으로 겉은 꾸몄지만 황금으로 대표되는 부를 향한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시대를 이끌어 왔고 앞으로 황금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서 질문한다. 성경의 황금송아지 숭배부터 콜럼버스의 신대륙과 마야 문명의 몰락, 최초 황금 화폐 제조국 리디아, 잘 알지못했던 뉴턴의 조폐국 감독관으로서의 금본위제에 대한 공적, 그리고 달러와 파운드의 대립, 브레턴우즈 체제와 자메이카 협정 그리고 플라자 합의 등의 역사적 사실을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에 문외한이었던 내게도 유익했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책의 말미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력의 급부상과 더불어, 이후 우리나라와 익숙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출연 그리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획득으로 인해 미국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미국이 지구방위대 역할을 자처하는 것은 결국 오일과 각종 무역 거래에서 달러로 교환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조폐국 미국이 어떠한 노력도 없이 부를 축적하는 상황에 대한 (중국인으로서의) 비판과 더불어 대안을 제시한다.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금본위제, 상호 신뢰가 바탕된 모순투성이인 달러 제국을 금을 기초로 하여 이성적으로 인간의 탐욕을 제어하자는 주장을 한다. 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 지위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금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화가 실현된 오늘날, 화폐는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화폐는 황금과 연계되어 있을 때 비로소 안정적이다. 역사도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31년 잉글랜드 은행이 파운드와 황금의 태환 중지를 선포하면서 대영 제국은 과거 식민지였던 아메리카에 자리를 양보했고, 1971년 닉슨이 황금창구를 폐쇄한다고 일방적으로 선포함으로써 무소불위의 지위를 누렸던 달러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 후, 미국은 황금을 탄압하고 군사 행동을 취하고 오일달러 들의 수단을 동원해 달러 강세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달러의 약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럼, 달러가 점차 몰락하는 현시대에 황금은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지한 나는 우리 사람이란 스스로 아주 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사는 탐욕 앞에서 모두가 눈먼 자들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금의 역사란, 결국 눈먼 자들의 역사이다. 스스로 눈을 감은 자들의 역사이다.
이런 우리를 지탱하고 인도하는 지팡이는 무엇일까.
_
keyp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