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결정했어!” 하기 전에 돌아보세요

[서평] 팩트 풀리스

by 랩기표 labkypy


우리는 다양한 사실관계에 엮여서 산다. 하나의 사건은 그 다양성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인간의 특성상 좀처럼 상세히 연구하고 들여다 보기보다는 흑백논리로 일관하기 일쑤다. 또한 바쁘기 때문에 누군가의 논리에 의해서 상황을 인지하고 지지하거나 부정하기도 한다. 그런 개인의 합으로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는 지금 이 시대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한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현명하지 못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한다. 일부 배운 기득권들은 민중을 개돼지라고 평하기도 하고,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행위에 대해서 무식하다는 말로 무시하곤 한다. 하지만 故노무현 대통령은 '깨어 있는 시민'을 강조했고, 어제자 문대통령의 대담에서도 혁명과 진보는 영웅이 아닌 일반 시민의 역사라며 소수가 아닌 다수의 힘을 강조했다. 기술의 발전은 대중에게 더 많은 참여와 책임을 강요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 이런 다수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들을 보면 집단지성을 강조하고 있고 일부 경영자의 판단을 벗어나 다수의 똑똑한 임직원들의 협력과 통합을 중요시한다.

반면에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거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치와 언론은 극적인 포퓰리즘으로 치닿고 있으며 바라보는 시민들은 피로하다. 문제는 선택의 순간에서는 중립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 어쨌든 일보 전진이다. 이러한 체제 속에서 우리가 갖춰야 할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합리적인 태도에 대한 개념을 이 책은 설파하고 있다.

이야기는 책의 저자(작가는 혼자서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한다)의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의사 시절 아프리카 한 마을에 퍼진 특정 병균을 막기 위해서 마을을 봉쇄했고 그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식재료 등을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배를 타고 이동하다 수몰해 죽은 내용이다. 결국 그 병의 원인은 잘못된 식습관에 있었고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판단으로 수많은 목숨을 잃게 했다는 반성으로 이 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외 다른 예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판단의 기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치명적인 오류들을 이야기한다. 그 주제는 아래 챕터의 제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01장 간극 본능
02장 부정 본능
03장 직선 본능
04장 공포 본능
05장 크기 본능
06장 일반화 본능
07장 운명 본능
08장 단일 관점 본능
09장 비난 본능
10장 다급함 본능
11장 사실 충실성 실천하기

그 치명적인 오류란 결국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판단을 내리는 경우다. 언론이나 기타 미디어로 부터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고 그로 인해서 생겨난 편견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장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시장성을 저평가하는 것이고 가난한 나라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 근본적인 조치가 아닌 겉핥기 식 처방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정된 예산이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보이는 것에 치중하면 생활환경 등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당장 급한 치료에만 쓰이게 되고 이것은 곧 제대로 된 대책이 수립될 수 없다. 기업 관점에서는 제대로 된 시장분석이 되지 않아 수요 파악에 실패하여 미래시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은 그동안 수많은 심리학 실용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독왕 빌 게이츠가 극찬한 이유는 판단의 대상을 세계로 확장했고, 부와 건강지표를 통해 1단계부터 4단계로 나누어 그에 따른 미래 세계의 청사진을 그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에게 환경, 인구, 경제, 정치 등의 문제 중 일시적으로 심각해 보이는 문제에서 눈을 돌려 조금 더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책의 가이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책은 말한다. 무지에서 벗어나라. 편견에 사로잡히지 마라. 극단적인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테이터에 묻히지 말되, 판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라. 행간을 읽어라. 등의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다. 이에 대해서 딱히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읽어보면 세계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이 가고 지금 벌어지는 극단적인 대립들 속, 그 넘어 다른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 뻔하지 않냐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이 유명한 건 우리가 그만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채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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