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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복이 와요

[영화] 조커

by 랩기표 labky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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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조명에 끌어당긴 화면.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어떤 특정한 의도가 숨겨진 듯하여 혹시나 한눈 판 사이에 놓쳐 버릴까 봐 깜박이는 눈썹마저 불안한 시간. 담배연기가 그의 코와 입 사이로 흘러나올 때 함께 기어나오는 고통과 외로움과 분노. 그 냄새는 맡을 수 없었지만 세상은 잠시 뿌옇게 탁해졌다. 하지만 그의 엄마는 주인공을 해피라고 부른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쓴 편지로부터 알게 된 자신이 혼외자라는 사실은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어쩌면 태어나서 1분도 행복하지 않았던 그를 유일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것이 그의 생부 토마스 웨인 회장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딱 한 번만,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몰래 찾아간 곳은 극장.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자본주의 부속품 찰리 채플린이 깊고 깊은 구덩이 아래로 떨어질 듯 말 듯, 그 주변을 위태롭게 돌고 도는 장면을 보게 된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신사와 숙녀 들의 깔깔깔 웃음이 극장을 채운다. 그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따라서 웃는다. 그렇지, 그는 광대였다. 그리고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했다. 영화 속 화면처럼 누군가 자신의 아픔과 위태로움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때, 그를 보고 코미디언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나보다 더 적합한 코미디언이 또 있을까 생각하는 그 순간 그의 마지막 희망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봤다. 따라간다. 결국 마지막 희망은 산산이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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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병이 있습니다. 웃지 않고는 견디지 못합니다. 아니, 웃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당신은 이해 못하겠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겠지만, 나는 웃게 됩니다. 네? 코미디 클럽에서 왜 나만 따로 웃었냐고요? 사실은 그때도 당신들이 이해 못하는 상상 때문에 웃었습니다. 조크입니다. 알겠어요? 그 머레이가 말했던, 아무도 웃지 않는다고 비웃던 그 조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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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는 웃지만, 웃어서 광대가 된 건 아닙니다. 웃지 않으면 광대가 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웃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사장이 나보고 웃지 말라고 하니 나는 광대가 아니더군요. 근데 웃긴 건 광대가 아니니깐 다시 웃게 되더군요. 진짜 웃음이 찾아왔습니다. 자유롭더군요. 억지로 웃을 때는 모두가 나를 깔보더니, 진짜 웃음이 나오니 모두가 나를 잘 대해주더군요. 당신은 언제 어떻게 웃어요? 여하튼, 내가 그때 지하철에서 버릇없는 녀석 셋을 죽였을 때, 나는 춤을 췄습니다. 심장이 두근대고, 음악은 어느 때보다 빨라졌습니다. 양팔은 45도 기울어지고, 손 끝은 희미하게 경련이 일면서 휘어졌습니다. 그리고 세네 바퀴 돌았죠. 거울을 보니 그때 웃고 있더군요. 광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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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라는 것은 잘 모릅니다. 근데 세상 사람들은 별거 아닌 것에 전부 정치적이라고 붙이더군요. 숨겨왔던 것일 뿐인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대부분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그들도 그때 알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싸움을 멈춘 것이 아니라 잠시 중단한 것이었다는 것을요. 결국 다시 일어선 것입니다. 거짓과 법과 제도와 교육으로 꾹꾹 눌러 담았던 것이 열이 오르면서 압이 올라 터진 거죠.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때, 쥐나 장티푸스처럼 귀찮은 존재 같은 것들이 국방군을 투입해서 몽땅 쓸어버려야 할 정도가 되니 그들이 그러더군요. 이건 정칙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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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할 말이라... 물러서지 마세요. 불평등과 무례함에 비겁해지거나 겁먹지 마세요. 저는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사회 갈등이 조성된다고요? 그 원인이 저라고요? 저는 그 반대입니다. 하나의 결과일 뿐입니다. 선을 긋고 편을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갈등과 모순이 발생됩니다. 저는 제 안팎으로 아무런 경계 없이 서 있는 상태입니다. 극단이 극단을 향해 달려갈 때, 그 중간 과정이 생략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무엇이 있을까요.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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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아직도 머릿속에는 선이 굵은 악기들이 찢어지고 몸부림치는 소리들이 가득합니다.


근사한 하루 보내시길.


영화 조커를 보았습니다. 예상만큼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다양한 해석과 의견들이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굳이 이 지루함에 또 하나 얹을 생각은 없었는데, 영감 받은 자로써 어떠한 흔적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해서 짧게 남깁니다. 영화 배경, 에피소드, 감독의 이전 작품과 영감 받은 마틴 스콜세지 작품, 호아킨 피닉스의 특별함. 그의 인터뷰. 망상과 현실의 경계 등 영화가 끝난 후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 했습니다. 저는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잡아서 옮겼습니다. 더 철저하게 써보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차후 영화 같은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인용할 시간을 기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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