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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성 Jul 19. 2016

갯벌의 안식

대부도고깃배와의조우에서 배 우 다.

검은 갯벌에 파묻혀있는 낡은 고깃배 한 척이 느긋하게 쉬고 있다.

남루한 그의 침묵이 묵직하다.

그를 쉰다고 말할 근거는 그가 배이기 때문이고, 그가 배라는 것은 그가 항해할 채비를 갖췄다는 것이고, 그가 느긋한 이유는 바다를 재촉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항해를 욕망한다.

짙푸른 물 위 파도를 가르거나 따르며 물길을 가를 때 스스로 살아있다 만족하고 안심하게 되니까. 


“푸른 물 가득 차오르면

비로소 항해가 시작되는 거야!

지금은 사뿐히 내려앉아

귀를 간지럽히는 바람소리로 충분한 거지.

저 멀리 보이는 물때가 반드시 온다더라.”     


배는 그의 “배”된 자격으로 이미 충분해 보였다.

썰물로 다녀올 바다가 온 땅을 돌고 고래를 어루만지고 저 어디 아프리카 소년 어부의 손을 씻어주고 구름으로 날아올라 히말라야 고지의 커피나무에 비를 뿌리는 어마어마한 항해를 경영한다는 것을 몰라도, 그는 완전히 배다. 다만 검은 갯벌마을 아기 꽃게랑 낙지랑 갈매기의 수다 속에서 그는 완전한 안식을 누리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와 부활과 재림을 안 우리의 구원을 생각한다.

아버지의 자녀로서 그분을 알아가며 영생을 누리는 우리는 무엇인가를 도모하지 않아도, 그분의 경륜 안에서 친히 이루어가시는 안전한 항해와 같다.

그분의 때에, 그분이 나를 타시고, 내게 친히 맡기실 그 항해를 허락하셔도 아니셔도 나는 이미 그분의 것이니.

이 감격의 충분함이 갯벌 속 찬란하게 빛나는 안식의 비밀이고, 그 안식이 그분의 명령이라니 나도 기쁘고, 저 배도 기쁘다.     

대부도 이름 모를 갯벌, 한가로운 저 고깃배가 내게 기쁘게 안식하라 속삭인다.


"여호와께서 내 주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원수들로 네 발판이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오른쪽에 앉아있으라 하셨도다. 시편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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