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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성 Feb 14. 2020

론리 밸런타인

2020. 밸런타인에 사랑하고 있나요? Yes.

밸런타인데이가 유월절처럼 지나가기를

숨 죽여 기다리는 연인들.


스티커를 떼어내면 

끈적이는 접착제 자국이 아파,

아무 새 것을 사지 마.

축제에서 도망쳐.


주지 못한 초콜릿을 삼키고

네게 입 맞추는 꿈에서 깨어나

숱한 허물과 죄악이 되풀이되지 않길 기도하며

영롱해진 아침.


새끼를 핥는, 

가장 낮은 짐승이 된 상상을 해.


감히 내 혀에 주님의 보혈이 맺히길.

수줍어하지 마.

내가 당신을 핥아줄 거야.

고통과 상처를 다 한 모금에 모아 삼켜줄 거야.


그리고 다시는 불안하지 마.

우리 구원의 기도를 입술에 담아 당신 가슴에 포갤 거야.

수줍던 네 눈동자 속 미세하게 흔들리던 두려움은

지난밤 이미 다 씻겨 흘러간 걸.

안도의 눈물에 녹은 두려움이

땅 속 짐승,

가라앉은 혼들의 울부짖음 틈에서

이미 천형을 받고 있는 걸.


난 오늘 당신을 온 마음으로 받아낼 작정이고,

당신은 오늘 나를 관통해야 해.

두려움을 관통하고

악몽을 관통하고

고통을 관통하고

피에 신음하며

그분이 끊은 저주의 사슬을 던지며

기념하고 환호해야 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당신의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당신에게만 갇힌 나는,

두려움이 온전히 내어 쫓기는 꿈속으로 다시 잠들며


홀로 황홀의 축배를 들어.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으니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밖으로 내버립니다.


왜냐하면, 두려움은 형벌이 있기 때문인데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완전해지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그분이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요한일서 4:18-19, 히브리헬라 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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