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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키샘 Jun 04. 2023

엉뚱한 피드백과 방목

자기 주도 학습 코칭하기 (1)

  

몇 년 전 일입니다. 지인 T 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하소연에 의하면, 가장 큰 고민의 원천은 수학 시험을 망친 중학생 큰 딸이었습니다. 아이가 시험에 필요한 아주 중요한 자료를 깜빡하고 학교에 두고 와서 한밤중에 학교로 찾으러 가더니, 늘 백점 아니면 한두 개 틀려오던 수학 점수가 70 점으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너무나 크게 충격을 받았고, 두 딸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며칠 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답을 내렸는데, 일단 과외 선생님을 그만두게 했으며, 새로운 방과 후 보습학원을 물색해서 등록했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호되게 화냈던 것이 미안했던지 그다음 주말에는 아이가 원하는 곳으로 놀러 갔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가 시험을 망쳤을 때 보여주는 제일 전형적인 피드백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아이가 그동안 해온 학습의 프로세스와 도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것을 변경하는 것입니다. 

저는 원래 어린아이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성향인지라, 그녀의 똘망똘망한 큰 딸과 마지막 스치면서 나눴던 대화들을 머릿속에서 스캔해 보았습니다. 

"어른이 되기 싫어요.” “어째서?” “어른이 되면 결혼해야 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잖아요. 절대 절대 아이를 낳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시험이 있던 그 주만 해도 두어 번 제법 큰 부부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시간이 흘러서 T로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어쩌면 당시의 문제의 근원과 해결점이 전혀 다른 방향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그녀의 자식 사랑을 못 느낄 리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그녀는 헌신적인 엄마로 주위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완벽하지 못한 부모였던 것이죠.  


이 글의 뜻을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글을 쓰는 저와 마찬가지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은 모든 이야기의 대전제 중 하나입니다.  

또한, 시험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 학습의 프로세스와 도구를 개선하거나 변경함으로써 실질적인 효과를 보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갈 수 있다는 당연한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입니다.   


또 다른 관점을 살펴볼까요?  

이 책을 읽으시는 부모님들 중, 아이 학습의 문제를 “방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원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아이의 독립심이 강하여 그 일환으로 학습에서의 적극성이 강한 경우, 부모님은

아이의 자율성에 맡기며 그런 태도를 견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다는 건 일단 다 시켜주고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그만두게 하는 것, 아이의 선택과 결정으로부터 부모님의 영향력 간의 거리를 두는 것으로서 가정에서 교육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그러한 방목적 태도를 교육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선택하신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주도 학습’과 ‘방목적 태도’는 전혀 무관한 것이며,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정반대의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아이의 학습 과정을 결과만 놓고 바라보는 결과주의적인 시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이가 시험만 잘 봐 오면 아무 말 없이 그저 맡겨 놓는 부모님들, 아무 고민 없이 “의사 될래” “변호사 될래”라고 아이가 장래 희망을 말할 때 단순히 즐거워하며, 또 실제로 의대

법대에 입학한 아이를 자랑스러워하며 다른 부모들로부터 부럽다는 말을 들으실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 엄청난 후회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님들은 아이의 학습 동기가 무엇인지, 슬럼프가 왜 오는지, 어떻게 그 슬럼프를 극복하는지, 공부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와 멘탈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로 귀한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의 성적이 우수해서가 아니라, 방목적 교육관 자체를 받아들이셔 실행하고 계신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좌절과 고민, 문제 해결과 기쁨과 만족이라는 성장 스토리는 평범한 아이의 경우 학습을 중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이 빠진다면 가정 내에서 아이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도외시하고 아이를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터에 남겨두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턱없이 길고 긴 양육기간을 가집니다. 그렇죠? 우리 아이들은 그 기간의 대부분을 “공부”라는 것과 씨름하며 보냅니다.  

자기 주도 학습은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알려주고 배우는 내용이 아닙니다. 자기 주도 학습은 학습자 혼자만의 힘으로 갈 수 있는 길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과정이 사실은 자아의 변화를 동반하며, 학습자와 지도자의 2인 3 각으로 진행되어 가는 관계적 프로세스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주도 학습은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 단위로 만들어서 수행하고, 자신이 세운 기준으로 피드백하여 다시 목표 혹은 계획에 수정을 가하는 일련의 작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솔직하면서도 긍정적인 내적 소통이 필요하며, 기존의 자기가 알고 있었던 벽을 넘어서는 시야, 즉 코칭의 시야와 만나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양육자” 혹은 “교사”로서의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게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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