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성장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인터넷 용어 중에 '따갚되'라는 말이 있다. 2015년경 디시인사이드의 대출 갤러리에서 시작된 이 용어는 '따서 갚으면 된다'의 줄임말인데, 당시에 도박을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을 받던 유저들이 ‘따서 갚으면 된다’고 항변하던게 그대로 밈이 되었다.
뉴스를 보다 보면 간혹 이런 횡령범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중에 다 갚을 생각이었다"라며 변명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묘한 자기합리화가 느껴진다. 인터넷 용어 중에 '따갚되'라는 말이 있다. 2015년경 디시인사이드의 대출 갤러리에서 시작된 이 용어는 '따서 갚으면 된다'의 줄임말인데, 당시에 도박을 위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을 받던 유저들이 ‘따서 갚으면 된다’고 항변하던게 그대로 밈이 되었다. 그 말이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위험한 도박 심리를 비꼬는 용어가 되었고 주식판이나 코인판에서도 왕성하게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AI 산업에서는 이런 위험한 발상이 때때로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법적, 윤리적 문제는 잠시 뒤로 미뤄둔 채 우선 서비스를 출시하고 보자는 전략이 하나의 흐름처럼 자리 잡아가는 듯하다.
작년에 뉴스로 접하게 된 AI 음악 생성 스타트업들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 Suno와 Udio는 AI 모델 훈련을 위해 저작권이 있는 음원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2024년 6월,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 워너뮤직 같은 음반업계의 거물들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Anthropic, OpenAI 등 주요 AI 기업들의 저작권 소송을 맡았던 로펌 Latham & Watkins를 고용했다는 것이다. 무허가 저작물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도, '공정 이용'이라는 법적 방패를 들고 맞서려는 모양새다. 결국 처음에는 도덕적인 문제를 잠시 덮어둔 뒤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거액의 합의금을 준비하든, 돈으로 소송을 방어하든 생존하려는 모습이 마치 ‘거액의 대출을 받은 뒤 도박이나 코인으로 돈을 따서 갚는’ 모양새랑 비슷해 보인다고나 할까.
큰 흐름으로 봤을 때,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이러한 ‘따갚되’메타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보인다. GPT-3 모델의 학습에는 약 1,287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이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 가정의 연간 평균 전력 소비량(10,632킬로와트시)을 기준으로 하면, 약 121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런 엄청난 에너지 소비가 기후변화에 미칠 영향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수록 이상기후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발상을 달리 해보면 이러한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다. 'AI를 더 발전시켜 탄소를 제거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낸다면? 지금 당장의 탄소 발자국은 크지만, AI가 찾아낼 해결책이 그보다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 말이다. 당장에 탄소를 아끼기 위해서 AI의 발전을 미뤄두는 것보다 차라리 기후위기를 대출받아서 해결방법을 만들어 갚는다니… 아찔하지 않은가?
https://www.yna.co.kr/view/AKR20210223118800063?utm_source=
실제로 이런 상상이 완전히 허황된 것만은 아닌 듯하다. 구글 딥마인드는 자사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에 AI를 적용해 에너지 소비를 40%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AI의 힘이 입증됐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를 신속하게 예측해 백신 개발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워싱턴대의 단백질 구조 예측·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스카이코비원' 백신의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었다.
당장의 문제만 유야무야 넘기면 후에 올 거대한 보상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서 모든걸 해결해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선성장 후해결' 전략이 언제나 통할 거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초기 성장에 성공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인 불신과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AI 산업은 지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쪽에는 빠른 혁신이라는 유혹이, 다른 한쪽에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무게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줄타기의 관객이자 심판이 되어, 그들의 선택이 만들어낼 미래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