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투고 이후 기다림을 버티는 시간

새벽 4시, 컴퓨터 화면에 건넨 손키스와 불안의 해부

by 줄리킴

새벽 4시, 전날 적어둔 원고 투고 이메일을 다시 읽어본다. ‘보내기’ 버튼을 누르기 직전, 손가락이 잠시 멈칫한다. 떨린다. 긴 들숨을 하고 잠시 호흡을 멈춘다. 후—. 딸깍. 화면에 손키스를 보낸다.



“제 책을 내줄 출판사, 한 곳이면 됩니다. 제발.”



원고 투고는 내 손을 떠났다. 가슴은 콩닥콩닥, 해야 할 일은 했지만 마음은 허전하면서도 더 복잡해진다. 따뜻한 커피만이 유일한 동지다. 커피를 한 모금 삼킨다. 따뜻한 커피가 목을 타고 내려와 잘했다고 위로해 주는 것 같다. 근데, 이젠 뭘 하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없겠네.



3일 뒤 불안이 슬금슬금 소리 없이 쳐들어온다.

새벽 3시 37분. 알람 없이 눈이 떠진다. 기획서와 샘플 원고, 전체 원고를 보낸 지 삼일이 지났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지만 보통 4시 30분쯤 일어난다. 새벽 비행도 아닌데 4시 이전에 깨어 있는 건 드물다. 마음이 상당히 불안한가 보다.



투고를 하고 나니 마음이 휑하다. 퇴고를 위해 몸과 마음, 에너지를 쏟아낸 시간과 공간이 텅 비어버렸다.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불안과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할 일에서 마음이 잠시 떠나 있다. 기획서를 받았다는 투고확인 메일이 3곳에서 왔다. 1주일 이내로 답을 주겠다는 곳도 있었고, 2~3주 정도 걸린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금 당장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출간기획서를 보내기 전이 가장 치열한 시간이었다. 2주 동안 퇴고를 하며 <본찰력>이라는 책을 완성했다. 본찰력은 ‘현상을 넘어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라는 내가 만든 신조어다. 초고는 A4 200매가 넘었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앞단에 들어갈 간단한 설명은 포함도 하지 않은 것이 그렇다. 기본적으로는 A4 100매 정도면 적정하다고 하는데 길어도 너무 길다. 잠재적인 독자가 될 수 있는 지인들에게 한 꼭지를 피드백을 받았다. 그들의 공통 의견은 “좋은데 너무 길다”였다.



본찰력은 브런치북으로 묶었다. 2024년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에 걸쳐 초고를 적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lobalbusiness



나의 초고는 항상 넘친다. 나에게도 독자에게도 깊이가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는다. 내가 느낀 바를 생생히 전달하고 싶은 과몰입이다. 그러니 당연히 독자는 버거울 수 있다. 어차피 더 나은 글을 위해 수많은 퇴고를 통해 더 깎아낼 글들이니까.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었다.



한 주제를 너무 깊게 파고들다 보면 TMI(Too Much Information)가 된다. 그래서 과감히 무게감을 덜어내고, 쉽게 읽히는 버전으로 바꿨다. 초고를 깎고 깎아 80매로 줄였다. 너무 많이 줄인 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메일함 앞에서의 초라함




초고를 쓰는 과정에서 짬짬이 출판사 목록을 만들어두었다. 첫 책을 쓰고 사용했던 출판사 목록도 있다. 어떤 출판사는 자사 사이트에서만 온라인 투고를 받는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원고가 줄을 선다는 대형 출판사가 많다. 사이트 대신 편집부 전용 이메일로만 원고투고를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상하게도 출간기획서와 전체원고를 보내기 전이 덜 불안하다. 내 손에 남아 있을 때는 고칠 수 있으니까. 보내고 나면, 시원섭섭하면서도 별의별 걱정이 다 생긴다. 그래도 어쨌든 ‘예스 혹은 노‘의 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아무리 이메일을 확인해도 답장은 없다. 별의별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냥 책일 뿐인데, 왜 이렇게 생사를 오가는 기분일까. 메일함 앞에서 나는 여지없이 초라해진다. 첫 번째 책에서도, 두 번째 책에서도 변함이 없다.


의심의 목소리가 스며 나온다.

“초고에서 너무 깎아내 버렸나?”

“누가 내 책을 출간해 줄까?”



첫 책 이후 길어진 공백은 나를 조용히 의심하는 법을 가르쳤다. 생각은 원고를 투고하기 2주 전으로 시간이동을 했다. 퇴고를 하면서도 틈틈이 투고 이메일 리스트를 만들었다. 파급력이 강한 출판사들을 내 마음 우선순위 1, 2, 3으로 분류했고, 투고 관리 파일을 만들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겠지만, 그냥 기다리기만 하는 걸 못하는 성격이라 이거라도 해야 마음이 안정된다. 안 그러면 감정의 굴을 파고 들어가 안 나올게 뻔하다.



첫 책을 썼을 때는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를 때였다. 다행히도 그때는 북코치의 가이드와 도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다. 정신줄을 단디 잡고, 똑같은 감정의 파도를 타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투고 파일의 숫자




우선 32곳에 개별 이메일을 보냈다. 그 외에도 200여 곳을 우선순위로 나눠 정리했다. 예전 첫 책을 쓸 때 북코치에게 들은 조언이 있었다.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인 첫 작가의 등판은 양으로 승부하라는 것. 당시 만든 이메일 리스트를 모두 가지고 있다.


2021년, 청년정신에서 첫 책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를 냈다. 벌써 4년 전이다. 그 후 얼마나 달라졌을까? 외부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많은 것이 변했다.



정식 출간 이후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한 권을 끝까지 써낸 사람이라는 상징. 앞으로도 꾸준히 써내기 위한 하나의 징표. 아직 걸음마지만, 글쓰기의 고통이 성장의 거름이 된다는 걸 알기에 기꺼이 걷겠다. 서고, 걷고, 뛰고. 더 잘 쓰고 싶다. 나만의 언어와 표현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더 키우고 싶다. 작가로서 성장하는 이런 장대한 꿈을 꾸다가도 현실로 돌아오면, 마음은 금세 풀이 죽는다.


“아직도 답변이 없네. 어쩌지?”



보내기 전엔 내 이야기였다.
보내고 나면, 누군가의 판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