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소모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는 법
투고 7일째, 메일함 앞에서 또 초라해졌다. 새벽 3시 37분. 알람 없이 눈이 떠진다. 메일함을 열었지만 새 메시지는 없다. 화면을 끄고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심장이 빨라진다. 또 시작이다.
4년 전 첫 책을 냈을 때는 하루에 30번도 더 메일함을 확인했다. 안달복달하는 꿩처럼, 조급한 마음에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그때의 나는 기다림을 몰랐다.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답장만 기다렸다.
이번엔 다르다.
같은 불안이지만, 다른 루틴을 갖게 됐다. 4년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이거다. 그때는 “이 출판사에서 거절하면 어쩌지? “였다면, 지금은 “이 출판사에서 거절하면 다음 출판사로”다.
경험이 만든 루틴. 그게 나를 구했다.
첫 책을 냈을 때는 메일을 보낸 지 2시간 만에 답변이 오기도 했다. 이번엔 12월 중순이라 그런지, 연말 업무가 많아서인지 연락이 느리다. 첫 책은 에세이였지만 두 번째는 경제경영(자기 계발) 분야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4년 전에 출간기획서를 제출하고 기획출판을 해봤던 경험이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이번에는 애를 끓이며 안달복달하지 않게 되니까. 경험해 봤느냐 아니냐가 이리도 중요한가 보다.
이젠 원고 투고에 대한 기다림에도 루틴이 생겼다. 4년 전과 달라진 기다림의 기술을 총 5가지로 정리해 봤다.
“하루 3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첫 책을 냈을 때는 끊임없이 메일함을 체크했다. 화장실 가면서도, 밥 먹으면서도, 심지어 잠들기 직전에도. 답장이 올 리 없는 새벽 2시에도 확인했다.
이번에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메일 하루 3회 체크 (오전 6시, 점심 12시, 오후 3시) 새벽/밤 확인 금지 원칙“없으면 없는 대로” 마음 훈련
아침에 일어나서 눈뜨자마자 확인하는 걸 금지했다. 매일 새벽 2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으로 잡았다. 2015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단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들어 눕지 않은 이상, 앞으로도 새벽 4시~6시는 성장을 위한 시간으로 지킬 예정이다.
내 생활 패턴에 맞춰 아침 6시, 그리고 오전 업무 끝나고 점심 식사하기 바로 전인 12시, 그리고 오후 3시. 딱 세 번. 1주일 동안 시간에 맞춰 알람을 맞춰놨다.
알람이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춘다. 떨리는 손으로 메일함을 열 때마다 마음이 요동친다. 그래서 시간을 정해두면 마음도 그 시간에만 요동치게 된다.
나머지 시간은 평온하다.
“이미 보낸 원고다. 건드리면 안 된다.”
투고하고 나면 자꾸 더 좋은 문장이 떠오른다. “아, 저 부분을 이렇게 쓸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손이 근질거린다. 원고 파일을 열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미 보낸 원고다. 건드리면 안 된다.
투고 후 1주일은 원고 건드리지 않기 “더 좋은 문장” 유혹 차단법완벽주의 vs 완성주의
원고 파일을 아예 다른 폴더로 옮겨버린다. 그리고 “더 좋은 문장”이 떠오르면 별도 메모장에 적는다. 지금은 완벽한 원고가 아니라 완성된 원고가 중요하다. 이미 투고했으니 결과를 기다리는 게 우선이다.
투고 후 1주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 건드리지 말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수정이 아니라 다음 준비다. 완벽을 향한 집착은 완성을 방해한다. 나는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완성주의자로 살기로 했다.
“불안은 몸으로 먼저 온다.”
새벽 3시 37분에 눈이 떠지는 것처럼. 잠이 깨고, 심장이 빨라지고, 집중이 안 된다. 불안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낸다.
불안할 때의 신체 신호 인식산책/운동/명상 중 하나 선택
새벽 기상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기
불안할 때의 나는 주로 일로 불안함을 다스린다. 하지만 책을 쓴 후에는 좀 다르다. 첫 책을 썼을 때 나를 관찰하고 패턴을 발견했다.
기다림이 초조할 때 책을 읽으면 진정이 된다. 조급함이 불안의 크기를 키울 때 그 마음을 글로 써내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아무도 긍정적인 대답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근심이 나를 덮칠 때 영화를 본다.
이번에 새로 발견한 또 다른 방법은 밖으로 나가 20분 산책을 하는 것이다. 메일함을 확인하고 답장이 없으면 바로 밖으로 나간다.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거구나. 괜찮아.”
새벽에 일찍 깨는 에너지를 투고 걱정에 쓰지 않고, 독서나 글감 정리에 쓴다. 어차피 깨어 있을 거라면 생산적으로 쓰자는 다짐을 한다.
“기다리기만 하면 답답하다. 그 시간에 다음 수를 준비한다.”
추가 투고처 리서치
출판사별 편집 성향 파악
시장의 니즈 분석
32곳에 보낸 상태지만, 추가로 50곳을 더 정리해 뒀다. 답장이 오는 곳들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특성, 설립연도, 장점, 대표 출간서적 리스트, SNS 채널 등을 더 깊게 훑어본다.
출판사 홈페이지, 블로그를 보면서 최근에 어떤 책들을 냈는지, 내 책과 결이 비슷한지 한 번 더 확인한다. 편집자의 SNS가 공개되어 있다면 그것도 확인한다.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지, 어떤 책에 관심이 있는지.
거절 메일이 오더라도 원고를 봐준 것에 대해 바로 감사의 이메일을 보낸다. 이런 작업을 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이 출판사가 안 되면 저 출판사가 있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지가 보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기획출판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할지 미리 생각해 둔다.
자비출판 시뮬레이션
독립출판 vs 전자책 옵션
에이전트/기획사 경유 검토
첫 책을 출간했을 때 기획출판을 했던 터다. 두 번째 책 역시 기획출판을 하고 싶다. 그게 최우선 목표다.
만약 안 될 경우라면 어떻게 할까? 부크크나 유페이퍼 같은 독립출판 플랫폼들도 비교해 봤다. 전자책으로 먼저 내고 반응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편집과 디자인은 어떻게 해결할지, 유통은 어떻게 되는지.
선택지가 다양하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꼭 기획출판이어야 해”라는 목표는 있지만 그것이 강박이 되지는 않도록 다양한 방면을 생각해 본다.
하나의 길이 막혀도, 다른 길은 열려 있다.
다음 체크리스트를 적용해서 사용해 보시길 바란다.
1. 확인 시간 3회 고정 ( __시, __시, __시)
2. 스마트폰 메일 알림 끄기
3. "답장 없음 = 거절"이라는 생각 차단
4. 일주일 단위로 상황 점검
1. 원고 파일을 다른 폴더로 이동
2."더 나은 문장" 메모장 따로 만들기
3. 1주일 후 재검토 일정 캘린더 등록
4. 완벽 vs 완성의 기준점 명시
1. 불안 신호 3가지 파악 (수면/식욕/집중력)
2. 대체 활동 1가지 선택 (산책/운동/취미)
3. 새벽 기상 에너지 활용법 정하기
4. 주 3회 이상 실행 목표
1. 추가 투고처 10곳 리서치
2. 목표 출판사 편집진 SNS/인터뷰 확인
3: 투고 메일 제목/내용 A/B 테스트
1. 자비출간 비용 견적 (편집/디자인/인쇄)
2. 독립출판 플랫폼 3곳 비교
3. 전자책 출간 프로세스 조사
4. 에이전트/기획사 10곳 연락처 정리
4년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이거다. 그때는 “이 출판사에서 거절하면 어쩌지? “였다면, 지금은 “이 출판사에서 거절하면 다음 출판사로”다.
선택지가 보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루틴이 있으면 시간이 덜 아깝다. 메일함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는 대신, 정해진 시간에만 확인하고 나머지 시간은 다음을 준비한다.
기다림도 기술이다.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것. 4년의 경험이 만든 작은 여유다.
기획출판에 대한 답장 대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을 준비하는 것뿐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투고 후 기다리는 동안, 당신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나요? 혹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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