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15권이 알려준 답 — The부자북클럽이 걸어온 길
"경제 공부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뭘 먼저 읽어야 해요?"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5년 전 제가 가장 답답했던 질문이기도 해요.
서점에 가면 경제서만 수백 권이에요. '주식 투자', '부동산', '재테크', 'ETF', '경제 흐름'... 분야도 너무 많고, 책마다 하는 말도 다릅니다. 유튜브를 켜면 더 혼란스럽죠. 누구는 지금 사라 하고, 누구는 절대 사지 말라하고. 결국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른 채 시간만 흘러갑니다. 제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2021년, The부자북클럽을 시작할 때 솔직히 뚜렷한 커리큘럼 같은 건 없었어요. 그저 "경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모였고, "이번 달은 이 책 읽어볼까?" 하며 한, 두 권씩 눈에 들어오는 책들의 제목부터 모으며 골랐을 뿐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경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경제공부를 하는 방법, 추천 도서리스트, 경제학을 전공하고 연관된 산업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의 경제서를 읽는 방법 등 수많은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너무 진지한 경제공부 책리스트를 보고 있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더군요. 금방 포기할 것만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좀 더 편하게 경제 공부를 할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으로 읽기 편한 책 그리고 경제 사상가들에 관한 책, 등 너무 어렵지 않은 책들을 섭렵해 보기 시작했어요. 부담스럽지 않지만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중심으로 온라인 서점을 뒤지며 모든 리뷰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5년이 지나고 이제 6년 차에 들어선 지금, 총 115권을 읽었습니다. 뒤돌아보니 신기하게도 흐름이 있더라고요. 미리 설계한 게 아닌데, 마음이 이끄는 대로 책을 고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순서'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순서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희가 5년간 걸어온 길의 핵심은 이겁니다.
WHY → HOW → WHAT → 다시 WHY
처음엔 "왜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를 물었습니다. 그다음엔 "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배웠고, 그 후에야 "무엇에 투자해야 하는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결국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경제 공부를 시작할 때 WHAT부터 찾아요. "어떤 주식 사야 해?", "ETF 뭐가 좋아?", "부동산 지금 사도 돼?" 마음이 급하니까요. 하지만 그건 기초 체력 없이 100kg 역기를 드는 것과 같습니다. 운이 좋으면 한 번은 들어 올릴 수 있어요. 하지만 지속할 수 없고, 다칠 확률이 높습니다.
WHY가 단단해야 시장이 폭락해도 흔들리지 않고, HOW를 알아야 공포와 탐욕에 휩쓸리지 않으며, 그래야 비로소 WHAT을 제대로 고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경제공부와 돈공부를 저만의 방식으로 정리한 표로 먼저 설명을 드릴게요.
The부자북클럽에서는 사실 둘 다 다루고 있어요. 전체적으로 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1~2022: 돈공부 (마인드셋, 습관) : 개인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보기 시작
2023~2024: 경제공부 (거시경제, 역사) : 세상이 돌아가는 구조를 이해하기
2025~2026: 돈공부 (실전 투자, 본질) : 실용적으로 행동으로 바로 옮기기
내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연결된 지점에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부의 그릇을 빚다
핵심 테마: 인문 / 철학 / 마인드셋
첫해, 저희는 투자 기술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질문을 던졌어요.
"나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돈이 있으면 뭘 하고 싶은가?"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어요. 경제 공부하자면서 왜 철학책을 읽냐고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 시간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투자는 기술 이전에 '태도'입니다. 돈을 담을 수 있는 단단한 자아와 철학적 질문이 없으면, 시장이 흔들릴 때 나도 같이 흔들려요. 작은 수익에 자만하고, 작은 손실에 절망하고, 남들이 산다니까 따라 사고, 남들이 판다니까 공포에 팔고. 그러다 결국 "주식은 도박이야"라며 떠나게 됩니다.
첫해는 그릇을 빚는 시간이었습니다. 돈을 담아도 새지 않을 만큼 단단한 그릇을요.
대표 도서: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멘탈의 연금술》,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자본주의의 규칙을 익히다
핵심 테마: 자본주의 원리 / 심리 / 습관
2년 차에는 게임의 룰을 배웠습니다.
왜 열심히 일만 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는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은행, 금리, 통화량, 빚... 이런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읽던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아, 이래서 월급만으로는 안 되는 거구나." 충격이었습니다. 분노도 있었고요. 왜 이런 걸 학교에서 안 가르쳐줬을까 하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작업을 했습니다. 내 무의식 속에 숨어있던 '가난의 패턴'을 찾아내는 거예요. 돈을 대하는 나의 감정과 습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돈에 대한 두려움이나 죄책감 같은 것들. 이걸 인식하지 못하면 아무리 지식을 쌓아도 행동이 따라오지 않거든요.
대표 도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머니 패턴》, 《돈의 심리학》, 《부의 추월차선》
돈의 물길을 읽다
핵심 테마: 인플레이션 / 금리 / 미래 산업
3년 차에는 시야를 넓혔습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기 시작했어요.
팬데믹 이후 세상이 급변하고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환율 폭등... 뉴스에서 매일 쏟아지는 단어들이 드디어 들리기 시작했어요. "아,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구나." "환율이 이렇게 움직이면 내 달러 자산은 이렇게 되겠구나."
이 해에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거예요. 예측하려 하지 말고, 시나리오별로 대응하라.
금리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어요. 둘 다 가능하다고 인정하고, 각 경우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정해두는 것. 이게 진짜 실력이더라고요.
대표 도서: 《부의 시나리오》, 《돈의 힘》, 《K배터리 레볼루션》, 《부의 대이동》
역사에서 미래를 훔치다
핵심 테마: 경제사 / 인구 / 지정학
4년 차에는 더 긴 시계열로 세상을 봤습니다.
튤립 버블, 남해회사 버블,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위기, 그리고 비트코인... 수백 년간 버블은 반복되어 왔어요. 형태만 다를 뿐, 인간의 탐욕과 공포는 똑같이 작동합니다.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이 말은 역사상 가장 비싼 문장이에요. 매번 버블의 정점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거든요. 역사를 알면 이 말에 속지 않습니다. 공포에 팔지 않고, 탐욕에 사지 않아요.
또 하나, 인구 구조라는 '정해진 미래'도 배웠습니다. 출산율, 고령화, 인구 이동... 이건 예측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숫자예요. 이걸 알면 10년 후, 20년 후 어떤 산업이 뜨고 지는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대표 도서: 《부의 빅 히스토리》, 《대한민국 돈의 역사》, 《정해진 미래》, 《전세가를 알면 부동산 투자가 보인다》
무기를 손에 쥐다
핵심 테마: ETF / 채권 / AI 활용 / 실전 투자
5년 차, 드디어 실전입니다.
어느 정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전체 구조를 보며 적용할만한 통찰력이 쌓였으니 이제 내 계좌를 불려줄 구체적인 무기를 장착할 차례. 월배당 ETF로 매달 현금 흐름을 만들고, 채권으로 리스크를 헤지 하고, AI 도구로 정보 수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단계가 가장 재미있어요. 실제로 돈이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4년간의 기초 체력이 없었다면 이 재미를 느끼기 전에 시장에서 퇴장당했을 거예요.
아는 것을 넘어 실행으로. 이 해에 우리는 진짜 투자자가 됐습니다.
대표 도서: 《나는 미국 월배당 ETF로 40대에 은퇴한다》, 《다시 쓰는 주식 투자 교과서》, 《AI 2025》,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변하지 않는 것에 투자하다
핵심 테마: 대전환(Cycle) / AI 버블과 실체 / 인간 본성
그리고 6년 차인 올해, 우리는 다시 '왜'로 돌아왔습니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어요. 누구는 혁명이라 하고, 누구는 버블이라 합니다. 이 거대한 기술 파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결국 기술은 변해도 인간의 욕망과 돈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2021년에 "왜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를 물었다면, 2026년에는 "돈 너머의 진짜 부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어요.
5년간의 여정이 하나의 원을 그리며 완성됩니다.
대표 도서: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 《제4의 대전환》, 《AI 버블이 온다》, 《돈의 얼굴》
돌이켜보면, 저희는 본능적으로 이 순서를 따랐던 것 같습니다.
미리 짠 커리큘럼이 아니었어요. 그해그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뭘까?"를 고민하며 책을 골랐을 뿐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돌아보니 이런 흐름이 있었어요.
어쩌면 경제 공부라는 게 원래 이런 순서로 가게 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초 체력 없이 무거운 걸 들 수 없듯이, 마인드셋 없이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고, 시스템을 모르면 투자 판단을 할 수 없으니까요.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이 순서가 '정답'이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저희에게 맞았던 길일뿐이에요. 누군가는 실전부터 부딪히며 배우는 게 맞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역사부터 시작하는 게 맞을 수도 있어요.
다만, 만약 지금 "뭘 먼저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을 느끼고 계신다면, 우리가 걸어온 이 길이 하나의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적어도 저희 6명은 이 순서 덕분에 5년을 버텼고, 지금도 매주 수요일 밤에 모이고 있으니까요.
어떤 책을 어떤 순서로 읽었는지, 왜 그 책이 그 시점에 필요했는지, 그리고 지금 다시 읽어도 좋을 책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풀어드릴게요.
다음 편: 2021년 — 부의 그릇을 빚다
왜 우리는 경제서가 아닌 철학책부터 읽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