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한 주변 정리가 먼저
책을 쓴다는 것은 마치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
달리기를 하기 전, 몸을 충분히 예열시켜 경련이 일어나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 이 경련은 책을 쓰는 동안 참 자주 나타나 주신다. 때론 머리에 나기도, 몸에 나기도, 생각에 나기도 한다. 특히 글이 막히는 날들엔 손가락에도 오기도 한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치더라도 끊임없이 움직여줘야 하는 다리와 짧고 긴 호흡 조정이다. 이 두 가지에 영향이 가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을 포함한 '내 주변 정리'이다. 그래야 달리기를 멈추는 일이 없고, 호흡이 모자라 주저앉는 경우의 수가 준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마치기 위해 해야 할 3가지. 이 세 가지는 책을 쓰는 동안 정신이 분산되고 집중을 하지 못할 때마다 반복해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책을 써보니 가장 큰 방해는 바로 '나 자신'이다.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의심과 두려움 그리고 시시각각 바닥에 떨어지는 자신감을 수도 없이 챙겨 와야 한다.
'사람들이 이걸 읽겠어?'
'내가 뭐라고... 난 못써.'
'이런 이야기까지 풀어놔야 하는 걸까? 왜 굳이?'
'쓸 말이 없어.'
'난 글을 못쓰는 사람인가 봐. 그만 두자.'
'너무 쉽게 생각했어. 난 이런 거 못해.'
'나중에 하자. 지금은 준비가 안됐어'
책 쓰기를 그만두라고 머릿속에서는 별의별 변명과 자기 위안이 모락모락 피워 나와 주신다. 그것도 끊임없이. 그때마다 책을 계속 쓰게 만드는 것은 바로 '책을 쓰는 이유' 즉, 나를 위한 선언문이다. 나만의 책을 쓰는 이유가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책 쓰기를 그만두고 집 나가려는 정신줄을 단단히 붙잡아줄 동아줄이 되어 준다. 나도 도망치려고 할 때마다, 자꾸 막힐 때마다 '내가 책 쓰는 이유'를 계속 상기시키고, 읽고 또 읽었다.
책을 쓰는 이유를 가장 먼저 적는 것은 '첫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기도 하다. 얼마나 절실하게 원했는지 그 마음을 차분히 적어 내려가며 생각의 에너지를 다시 받아올 수 있다. 마음이 해이해질 때, 집중이 되지 않을 때, 머리가 복잡할 때 두세 번 반복해서 읽었다. 그리곤 다시 책 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아래는 내가 첫 책 <<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를 쓰면서 적었던 '내가 책을 쓰는 이유'이다.
책을 집중해서 쓰기 위해서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책을 쓰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집이 좁더라도 상관없다. 나만 쓰는 책상 하나 정도의 공간이면 된다. 혹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힘들다면 책 쓰는 동안은 남에게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장소라면 충분하다. 책을 쓰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자신만의 공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몰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고 그 자리에 앉는 순간 작가로 짠~하고 변신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찾아온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글을 쓰게 되면 집중력이 올라가는 동시에 몸과 생각이 스스로 습관을 만들어간다. 내가 책을 쓰는 공간 -> 책을 쓸 시간-> 책 쓰기 의식의 흐름이 반복되면서 이 패턴에 몸이 적응하기 시작한다. 습관을 만드는 21일 동안 매일 꾸준히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앉아 있어야 한다.
책은 온몸으로 써야 한다.
온몸의 감각을 조금씩 깨우기 시작하면 반응이 올 때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감이 들어온다. 몸이 먼저 반응할 때도 있고, 의식적으로 잡힐 듯 말듯한 멋진 언어의 조합이 왔다 갔다 한다. 난 단어들을 곱씹고 요리조리 돌려본다. 한 단어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글 보따리 하나다 풀린다. 그런 날은 두세 시간 만에 한 꼭지가 풀리는 기분 좋은 날이다.
항상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은 책을 쓰는데 큰 영향을 준다.
이번 기회에 오랫동안 쓰지 않은 물건들,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해 보는 것이 어떨까?
내적인 면을 계속 바라보고, 탐색하고 글로 풀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어떤 날은 밀물처럼 쑤우욱하고 들어와 쓸거리가 풍부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썰물로 쏴 아악 빠져나가 쓸만한 말이 바닥이 나는 날도 있다. 썰물을 만나는 날이 자주 발생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봐야 한다.
글을 쓸 '기분'을 가지고 있다 가고 단 숨에 뺏어가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만 만나며 살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는 에너지를 쪽쪽 뽑아가 버리는 에너지 드라큘라가 참으로 많다. 가장 서로를 사랑하고 믿어주어야 하는 가족이 그런 경우도 있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얼마나 내 에너지를 잘 보충하고 맑게 지켜내느냐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들' 혹은 '내 에너지를 더럽히는 사람들'을 정리해야 한다. 책을 쓰는 동안에는 애인, 가족과 싸우는 일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 기분이 엉망인 날에는 글도 엉망으로 나온다. 그런 글을 읽는 독자들이 그 글을 좋아할 리가 없다.
내가 했던 방법은 핸드폰을 열어 연락처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전부 확인한다.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사람들은 연락을 지웠다. 항시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들 역시 반드시 만나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거리를 두고 만나지 않았다. 이런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내 안에 흐르는 에너지를 청소하는 것과 같다. 나쁜 에너지를 받지 않고 거부할 능력도 작가에겐 필요하다. 더 이상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살 용기 말이다. 맑은 에너지를 지켜낸다는 것은 바닥에 얌전히 침체된 평온한 마음을 진흙탕으로 만드는 요소들을 없애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우린 사회적인 동물이라 좋든 싫든 수없이 많은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우리 마음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을 우리 인생에서 멀리한다면 책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더 담백하고 고소해진다. 자신에게 옳지 않은 인간관계를 계속 이어가게 되면 끊임없이 발생하는 부정적인 에너지 침입을 무차별적으로 받게 된다.
100일 만에 책을 쓴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단기간에 (실제로 해보면 짧은 기간이 아니다.) 모든 에너지와 관심을 한 주제에 몰입시켜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완성된 책 한 권이 나올 확률이 더 높다. 정확하게 정해진 목표와 날짜가 있기 때문에 한 곳만 보고 질주를 할 수 있다. 체계화된 전략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가게 된다면 책을 100일 만에 쓸 수 있다.
100일 동안 '책 쓰기'가 삶에서 우선순위로 둘 수 있다면 가능하다. 일상생활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과 에너지를 책 쓰기에 몰아주어야 한다.
첵 <<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 작가 줄리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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