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달란트 찾기
여기 두 사람이 있다. 둘 다 책을 쓰고 싶은 강열한 욕망과 꿈이 있다. 초심으로 치면 누가 더 크게 바라는 가의 정도를 잴 수 없을 정도 막상막하다. 하지만 결론에서 갈린다.
누군가는 책을 써내고,
누군가는 책을 써내지 못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누군가는 책을 써내고, 누군가는 책을 써내지 못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정신없이 바쁘고 쳇바퀴처럼 쉭쉭 지나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나'를 가장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사람만이 책을 낸다. 이 말을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스스로가 정한 목표 '책을 써낼 것이다'라는 강력한 바람을 이뤄내기 전까지는 다른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내가 가장 원하고 바라는 일을 지켜내기 위해' 하루 해야 할 일들을 제외하고 그 나머지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에 투자하는 용기를 갖고 행동을 하는 것이다.
지칠 대로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글쓰기에 집중한다는 것은 평균적인 결단과 행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TV에서 나오는 재미난 프로그램을 뒤로해야 하고, 다정히 손짓하는 소파와 멀어져야 하며, 내려오는 눈꺼풀에 이쑤시개라도 꽂아놓고 달콤한 침대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그것도 매일. 뼈를 깎는 성장의 시간이다. 자신 있게 말하지만 단연코 그 성장통의 대가는 고통을 감례한 정도의 몇십 배 몇백 배의 감동으로 찾아온다. 책 쓰기는 자기 계발의 압축성장이다. 그렇기에 '나'를 어지간히 사랑하지 않는다면 도중에 그만둘 수밖에 없다.
100일 만에 책 쓰기 프로젝트를 감행했던 나는 D-100부터 시작하여 D-0이 되기까지 정신줄을 꽉 붙잡았다. 100일은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6개월, 1년을 버텨낼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올시다'였다. 압력밥솥에 밥하듯, 고압 축하여 아주 쫄깃한 책 밥을 만들어 내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선 주변 모든 이들에게 딱 100일만 '책 쓰기 시간 확보'를 위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 이해를 구했다. 앞서 설명했던 주변정리, 사람 정리를 끝내고 ( '책 쓰기 프로젝트 시작 전 반드시 해야 할 3가지' 참조) 100일 동안의 구호를 만들었다.
나만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책 쓰기
자신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데 있어 미혼이거나 아이가 없거나 가족이 가까이 있지 않을 경우는 책 쓰기 프로젝트를 이루어 내는데 좀 더 수월하다. 하루 24시간을 남편에게, 자식에게, 가족에게 조각조각 나눠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시간을 사용한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때론 많은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닌, 나 이외의 사람들을 챙기느라 글쓰기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순간, 수많은 이유와 변명은 시도 때도 머릿속에 들이닥친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고, 오늘 하루만은 괜찮겠지 하는 안이함을 받아들이는 순간 끝이다. 딱 한 번 그 사악한 그리고 나약한 나를 만나는 찰나 튼튼히 쌓아 올렸던 벽돌 성은 모래성으로 순식간에 변신한다. 대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스르르 무너지는 것은 바로 그 한순간이면 끝이다.
책을 쓰기 전, 내가 가장 '나 답게' 쓸 소재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더란다. 책을 '아직' 출간해보지 못한 사람은 직설적으로 표현해 독자에게 '듣보잡 (듣도 보도 못한 잡놈 / 잡것)'이 된다. 외국생활 23년. 한국에 연고라곤 거의 없었던 나는 듣보잡 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이 될터... 출간이 되어도 책을 사줄 지인들도, 학연에 닿을 수 있는 사람들도 평균보다 낮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나는 '책'에서 위로를 받았고 '책'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내 방식대로의 Pay it forward 였다. 그 이유가 책 한 권을 써내는 가장 강한 동기였다. 그랬기에 매번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들어올 때마다 파리채로 찰싹~ 때려잡는 방법밖에 없었다. 뒷걸음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 책을 쓰고 싶었다.
듣보잡인 내가 책을 쓰는 데 있어 주제를 정하기 위해선 남들이 가지지 않은 나만의 달란트를 발굴해내는 것이 첫 번째였다. 책 쓰기 주제를 고르는 데 있어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스스로가 가진 것들은 너무 자연스러워 당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달란트를 스스로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책 <<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를 쓰면서 책 쓰기 코칭을 함께 했었다. 책 코칭을 받으셨던 분은 총 11명이었다. 각기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지고 계셨고, 성격도 기질도 각각이었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함께 겪으셨던 것이 있다. 주제를 정하고, 목차의 꼭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보릿고개를 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달란트를 (영어의 '재능'을 의미하는 Talent의 어원 그리스어 Talanton, 즉 달란트. 각자가 가진 능력에 따라 받는 돈) 찾아내는 것.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남과 다른,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요소를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릿고개를 지나며 하는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저 너무 시시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누가 들어주기나 하겠어요?
사람들이 관심 있어할 이렇다 할 이야기가 없어요.
전 왜 이렇게 밖에 못살았을 까요?
뱃속이 텅 빈 것 같고, 빌어먹을 죽도 없는 허기지는 달란트 보릿고개다. 주제를 정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유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데 그 시간이 즐겁기만 하진 않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모자람, 부족함, 안타까움의 감정들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자책과 한심함을 같이 들여 마시는 시점이다. 자신감도 손가락 사이로 슬슬 빠져나간다. 더불어 자존감이 고개를 숙인다. 이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쓰담 쓰담해줘야 한다. 내가 나를 그 전보다 더 찐한 진짜 사랑을 해줘야 할 때다.
내 첫 책을 쓰면서 책 쓰기 코칭을 함께 했는데 그때 느낀 점 한 가지가 있다. 책을 쓰고 싶으신 분들은 누구나 가슴에 돌 하나를 얹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어쩌면 책을 쓰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도 가슴에 꽉 찬 돌 하나를 (혹은 여러 개를) 내려놓고 자유로워지고 싶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가슴에 쌓아 놓았던 돌을 책을 통해 내려놓을 수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고자 책을 쓰고자 했는데 뒤돌아보니 가장 첫 번째로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책을 쓰고 나서 마음이 살랑거리는 기분 좋은 봄바람처럼 간질간질해지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가슴속에 켜켜이 쟁겨둔 돌들 중에 가장 큰 돌 하나를 내려놓는 것 같다.
남들이 겪지 않은 경험, 이야기, 상황들이 배경이 되어주고, 그 과정에서 고난과 실패를 만나, 결국은 반대쪽 터널로 나오는 상태까지 와준 그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고민을 하며 찾아오는 현타가 결코 부드럽지만은 않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별로 꺼낼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오면서 생각이 곪아가기 시작한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벌써부터 무릎을 꿇고 싶은 이 난감함은 많은 이들이 책 쓰기를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 이기도 하다.
내가 썼던 첫 번째 방법은 우선 내가 누구인가를 먼발치에서 고찰해보는 것이었다. 나를 멀리 두고 나만이 가진 무언가를 뽑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매우 전략적으로 '좋은 질문'들을 함으로써 '좋은 대답'을 꺼낼 수 있다. 감정을 좀 덜어내고 장점, 단점, 기회,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적어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업을 할 때 사용하는 SWOT 표를 이용했다. 다만 질문들을 좀 더 내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할 수 있는 질문들로 변경했다.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SWOT ANALYSIS - 나의 강점, 약점, 기회, 위협적인 요인 찾아내기.
생각이 흐르는 대로 멈추지 않고 마구 마구 잡동사니로 나오는 생각들을 느낌들을 적어 내려갔다. 아주 눈곱만큼 의미가 없는 것일 지라도 무조건 적었다. 정리 정돈을 잘한다는 그런 내용까지. 뭉텅이 혹은 아주 자잘한 부스러기 생각들을 모두 쏟아 넣어야 한다.
What do you do well? 무엇을 잘하나?
What are your unique skills? 특징적인 스킬은?
What expert or specialized knowledge do you have? 전문적인 자질 및 지식?
What experience do you have? 어떤 경험을 했나?
What do you do better than your competitors? 남보다 잘하는 것은 뭔가?
Where are you most profitable in your business? 이건만큼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것?
In what areas do you need to improve? 무엇을 잘 못하나?
What resources do you lack? 접할 기회가 없었나?
What parts of your business are not profitable?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든가?
Where do you need further education and/or experience? 어떤 교육이나 경험이 부족한가?
What costs you time and/or money? 시간적 금전적으로 손해 본 것은 없나?
What are the business goals you are currently working towards? 현재 하고 있는 것이 무엇 일까?
How can you do more with your existing customers or clients?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연관되어질 수 있을까?
How can you use technology to enhance your business? 어떤 기술/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Are there new target audiences you have the potential to reach?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Are there related products and services that provide an opportunity for your business? 그들이 좋아하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있을까?
What obstacles do you face?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What are the strengths of your biggest competitors? 닮고 싶은 사람은 누가 있을까? 혹은 경쟁자는 누구 인가?
What are your competitors doing that you're not? 남들에겐 있지만 내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무엇일까?
What's going on in the economy? 경제적인 변화는 어떤가?
What's going on in the industry? 현재 내 사업 분야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위에 나열한 질문에 대해 깊게, 충분히 고민하고 답변을 적어 내려 가길 바란다. '나'에 대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책 쓰기 프로젝트를 완주하려면 반드시 나의 모든 것을 보듬어주고 사랑을 충분히 줘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책 쓰기를 끝낼 수 없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남들과 다른 특이점은 오랜 기간의 외국 생활이었다. 23년 동안 10개국에서 17개 도시에서 살며 일했다. 디자이너로서 승승장구하며 최고의 위치에 도달했을 때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졌던 이야기를 풀어내 보기로 결정했다. 내 삶을 이루고 있던 모든 축들이 도미노처럼 한꺼번에 무너졌다. 번아웃과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왔었지만 다행히도 잘 극복해 냈다. 그 과정에서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돈, 사랑, 사람들에 대해 아주 깊게 고민하고 좌절 시간을 극복한 이야기의 결정체가 바로 <<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다.
제목 :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부제 : 10개국에서 디자이너로 살며 배운 행복의 조건
부제에서도 '10개국에서'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특징을 부각하는 게 좋겠다고 출판사에서 제안해주셨다. 세세한 부분까지 '나만의 콘텐츠'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나'를 잘 알고, '나'를 잘 이해하고, '나'를 사랑해준 모습에서 더 아름다운 글이 나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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