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와 글쓰기는 다르다.

책 쓰기가 어려운 이유

by 줄리킴

책 쓰기와 글쓰기는 다르다. 글을 써야 '책'을 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글만 쓴다고 '책'이 나와지진 않는다.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책'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차이점을 한번 짚고 가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점은 많지만 포괄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 3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점 1



'책 쓰기'는 띄어 쓴다.
'글쓰기'는 붙여 쓴다.

'글쓰기'는 띄어쓰기가 없다. 붙여 쓴다. 반면 '책 쓰기'는 '책'이라는 단어와 '쓰기'라는 단어가 떨어져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글은 쓰는 대로 바로 글쓰기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책 쓰기는 여러 글들이 한 주제 아래 논리적으로 엮어져어야만 책이 된다. 글만 쓴다고 책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는 곧 글을 매일 쓴다고 해서 책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책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글은 어디든 발행할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브런치를 포함해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 무료로 글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들이 많다. SNS에 올리는 짧은 글도 글이다. 일기장이 될 수도 있고, 메모장에 떠오르는 생각들, 잔상들을 두서없이 적어내도 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책 쓰기는 '책'으로만 나와져야 '책 쓰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책 쓰기’에서 '책’이라는 단어와 ‘쓰기’라는 단어가 떨어져 있는 이유는 그만큼 책을 쓰는 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숨을 쉬어내어야만 책으로 나오는 긴 과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글쓰기는 글의 길이나 주제에 따라 빠르게는 몇 분 안에 혹은 몇 시간 만에 할 수 있다. 하지만 책 쓰기는 글쓰기처럼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이 걸린다. 책 쓰기가 장거리 달리기라면, 글쓰기는 100미터 달리기라 할 수 있겠다. 주제에 맞춰 호흡과 체력 배분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책 쓰기'를 끝낼 수 없다.


글쓰기는 몰아쳐 써낼 수 있지만 책 쓰기는 몰아쳐 쥐어짜 낸다고 써지는 것이 아니다. 단시간에 나와지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글을 쓰고 싶은지, 책을 쓰고 싶은지 목표를 정하고 다가선다면 하루 만에 책을 써낸다는 허황된 책 쓰기 프로그램 같은 선택을 하지 않게 될 테다.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점 2




'책 쓰기'는 독자들이 돈을 내고 본다.
'글쓰기'는 독자들이 돈을 내지 않고 본다.



기본적인 '책 쓰기'의 조건을 보자면 '책 쓰기'는 결과물이 손에 있다. '책'이라는 물건이 내 손에 잡힌다. 그리고 이 소중한 책은 독자들의 손에 전해진다. '책 쓰기'는 서점에서 진열되든 디지털 책 '이북'형태로 나오든 구매를 해야 읽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책은 '책'이라 인정할 수 있는 고유번호인 ISBN 번호를 가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책'의 형태를 말한다. 자발적으로 발행한 소책자나 정보성을 위해 제작한 무료 배포 이북과는 별개의 문제다.


'글쓰기'를 해서 블로그나 글쓰기 플랫폼에 올리는 글은 독자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 글 자체만으로는 가치가 없다. 여기서 '가치'라 말하는 것은 '돈을 지불할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 그 글이 좋고 안 좋고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가 싫은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에 대한 가치도 아니다. '팔 수 있을 만한 글 (=돈을 지불하고 읽고 싶은 글)’이 모여 '책'으로 나와 독자들이 돈을 내고 보고자 하는 금전적인 가치를 말하고자 한다. 독자들이 '돈'을 내고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곧 독자가 책을 쓴 작가에게 '시간'을 내주는 행위이고 작가는 그에 대한 값어치를 주는 글을 써줘야 한다.


참고로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글쓰기' 어떤 서비스나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쓰는 마케팅용 카피라이팅이나 판매용 글과는 또 다르다. 이는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무언가를 팔기 위해 글과 사진이 통합되고 구매를 이르키기 위해 쓴 것이다. 목적이 전혀 다르다.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독자를 위해 독자가 읽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한 권의 책'을 위해 온 열정과 열의를 쏟아붓는다. 그 열정과 열의의 방향이 독자에게 필요한 '겹핍'을 향해있어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차리게 해 주거나,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상기를 시켜 줄 수도 있다. 독자에게 만족, 동감 혹은 위안 등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선물해줘야 할 테다. 독자로 하여금 행동을 취하게 할 수 있는 경우는 정말 대단한 글의 힘을 가진 것일 테다.


책은 독자가 유료로 안 읽어주면 출판사가 망한다. 작가가 받는 10% 내외의 인세도 날아간다. 글쓰기는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았다고 내가 망하는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 쓰기'는 독자에게 감정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경제적인 도움을 주거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어떤 특정 가치를 전달해 줘야 한다.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점 3




'책 쓰기'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글이 “함께” 써야 채워진다.
'글쓰기'는 나만의 생각과 글로 채워져도 괜찮다.


처음 책 쓰기를 하시는 분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일반적으로 200장에서 300장 분량이 되는 '책 한 권'을 쓰는데 자신만의 생각과 글만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책 쓰기는 장기적으로, 생각과 논리를 모아,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주제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 의견, 통계, 연구 자료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책의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다.


내 생각이 주가 되어야 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쉽고 정확하게 설명을 하는 데 있어 다른 전문가, 현자, 신문자료 및 연구 결과들을 사용하면 신빙성이 높아진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책 속에 배열을 할 수 있다면 독자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책 쓰기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높여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주제를 파고 들어가면 발견되는 파편들을 모아 모아 자신의 생각과 몸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것이 '책 쓰기'이다.

글쓰기는 온전히 자신만의 생각과 영감이 떠오를 때, 즉 원하는 시기에 단기적으로 원하는 길이만큼만 써도 된다. 책 쓰기는 하루 만에 쥐어짜서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책 쓰기는 일정 기간에 (개인차에 따라 다르지만 비교적 장기간에 몇 달부터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일정 분량의 글을, 일정 기간 동안, 일정한 구조로 집중해서 써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지만 '책 쓰기'를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자칫 '글쓰기'가 '책 쓰기'보다 덜 가치 있는 것으로 비칠 것 같아 걱정이지만 그건 아니다. 책 쓰기와 글쓰기의 차이가 있어도 둘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글쓰기 자체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어떤 날엔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마구 쏟아져 나오는 때가 있고, 어떤 날은 황당할 정도로 첫 줄 쓰기가 어려워 고통스러울 때도 있기 때문이다. 책 쓰기와 글쓰기 둘 다 속이 차여있지 않으면 밖으로 절대 꺼낼 수 있는 것이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을 해야 글이 나오고, 글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쌓아야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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