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2021년부터 다양한 재테크 서적과 유튜브, 강의 등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주식에 소액으로 투자한 것이 전부였고, 은행에 다니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적금, 펀드, 저축보험 중심의 금융상품에만 익숙해졌습니다. 10년 넘게 월급이 자동으로 들어오는 삶을 살다 보니, 월급 외의 현금흐름에 대해선 깊이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던 것이죠.
공부를 거듭하면서 처음 '배당주'라는 개념을 접하게 됐습니다. 은행 PB 자격증인 CFP(국제 재무공인설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거기서 배운 내용은 대부분 부자 고객들을 위한 자산관리에 대한 내용들이었을 뿐, 그때만 해도 은퇴설계를 배당주로 한다는 발상 자체가 생소했습니다. 아니, 할 수 없었던 게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배당을 1년에 한 번 주거나 아예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배당은 그저 주식투자를 오래한 사람들이 받는 보너스 정도로만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시작한 미국 주식, 특히 미국에만 존재했던 월배당 주식과 ETF의 구조를 알게 되면서, 이거야말로 제가 회사를 떠나기 위해 만들어야 할 현금흐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배당주가 답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막상 2022년,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를 떠난 첫날부터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해방감도 잠시, 월급이 끊긴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된 것이죠. 그동안 '회사를 그만두면 이렇게 해야지'라는 계획은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반복했지만, 막상 바로 회사를 떠난 삶을 살게 되니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전략이 부족했습니다. 이제는 계획이 아닌, 진짜 투자하면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였습니다. 현실적으로 부부 합산 월 800~900만 원이던 월급이 제가 육아휴직 후 500만 원 이하로 줄어들었고, 2023년부터는 부부 모두 동반 휴직상태에 들어가고 거기에 모든 육아휴직 급여가 종료되어 월급이 0원이 되는 상황이 다가오기에, 휴직을 하자마자 2023년과 그 이후를 버틸 수 있는 방법, 나아가 회사를 완전히 떠나도 되는 삶을 만들 방법을 실제로 만들어서 현금흐름을 일으켜야 했지요.
그런 현금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했던 것은, 과연 우리가 매달 얼마를 써야 살아갈 수 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월 생활비를 꼼꼼히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20대 중반부터 가계부를 써오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짜 가계부’가 절실한 시점이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매달 지출을 정리하면서 고정지출과 변동지출을 명확히 구분하고, 우리의 순자산과 부채 현황도 하나하나 다시 점검했습니다. 우리가 매달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금액은 얼마인지, 어떤 항목에 낭비가 있었는지, 줄일 수 있는 지출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해 나갔습니다. 이 과정은 뒤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투자 공부도 당연히 예전처럼 짬을 내어 간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하루 종일 몰입해서 해야 하는 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용어조차 생소했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을 확보해 공부하고, 노트에 정리하면서 점차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하루에 한 종목씩 미국 배당주나 ETF를 공부하며 블로그에 글로 정리했고, 이 과정을 기록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블로그가 지금도 운영 중인 ‘발버둥연구소’입니다.
처음에는 조기은퇴를 향한 발버둥 속에서 나 자신을 위로하고자, 응원의 글귀나 월 가계부 정리, 배당주 공부 내용 등을 정리한 그야말로 개인적인 기록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방문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고, 제 글을 읽은 분들이 공감과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기 시작했습니다. 방문자가 많지 않은 작은 블로그지만, 그 안에서 저는 큰 힘을 얻었고, ‘발버둥연구소’는 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공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블로그 글을 보고 조기은퇴를 준비 중인 파이어족 커뮤니티에서 함께 공부해보자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이미 경험이 있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 배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에, 저는 자연스럽게 그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동안 제가 공부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소규모 공부 모임이나 세미나 자리에서 제가 어떻게 투자하고 기록하고 있는지를 발표하게 되었고, 이 경험은 곧 실제 강의 요청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배당주를 주제로 한 강의를 10회 이상 진행하게 되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 남의 도움을 받던 입문자였던 제가 직접 공부하며 투자한 경험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경험은,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단순히 블로그에 투자 관련 글을 쓰는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투자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배당주와 ETF에 대한 이해도는 점점 깊어졌고, 실제 투자금도 꾸준히 늘려갔습니다. 2023년 무렵에는 배당주에 약 3억 원 이상의 시드를 투자하게 되었고, 매월 300만 원이 넘는 배당금을 수령하며 완전히는 아니지만 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시행착오와 배운 점들은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가던 재정적인 부분과는 달리,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오랫동안 쉬어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안다’는 말처럼, 저에게는 장기간 일을 쉬고 무언가를 준비해본 경험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투자 공부를 마친 후에도 시간이 남자, 정작 회사를 떠난 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평생 주어진 일에 치이며 살아온 삶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죠. 그 결과,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일지를 설계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은 다짐처럼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돈도 중요했지만, 동시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미뤄왔던 운동을 다시 시작해 건강을 회복하는 일도 병행해야 했습니다. 버킷리스트는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약 10가지 정도의 소소한 항목들로, 시간만 있다면,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실천 가능한 것들이었죠. 그래서 오히려 저의 성격에 딱 맞았고, 하나씩 실천해나가는 일이 큰 부담 없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매일의 일상을 차분히 정돈해가다 보니,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휴직 6개월 만에 20kg 가까이 늘었던 체중이 10kg 이상 감량되었고, 탈모로 고민하던 머리카락도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휴직 후에도 몇 달 동안은 회사에서 실수하거나 짤리는 꿈을 꾸는 등 불안한 심리 상태가 계속되었지만, 이런 증상들도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 병들어가던 몸과 마음이, 시간을 되찾자 마치 회사나 학교에서 아파서 조퇴하면 이상하게 밖으로 나가는순간 아픈게 씻은듯이 없어지는 것처럼 거짓말처럼 나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제야 저는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회복할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었다는 것을요.
이렇게 2023년이 오고, 아내도 함께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부부 모두의 수입이 ‘0원’이 되는 상황. 우리는 진짜로 회사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는 한 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불안함 속에서도 투자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고, 배당 외에 성장주 투자도 병행하면서 자산은 조금씩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다시 회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1월, 저는 육아휴직이 종료되며 사직서를 바로 낼지, 일단 복직할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고민 끝에 복직을 선택했지만, 이미 마음은 회사를 떠날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나 있었기에, 다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미련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내 역시 같은 상황이었고, 우리는 퇴직금을 온전히 받고 성공적으로 회사와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조용히 정리 기간을 몇개월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2024년 11월, 부부가 각자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회사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부터는 진짜 의미의 ‘조기은퇴’가 시작되었습니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월급 없이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 스토리의 1부에서는 저희 부부가 회사를 떠나게 된 배경과 과정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제 2부 부터는 저처럼 막막함과 시행착오를 겪는 분들께 직접 부딪히며 익힌 투자 노하우와, 회사 밖에서의 실제 삶을 구체적으로 나누어드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