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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샘 Aug 30. 2019

[영드소개] 1, 더 크라운 시즌 1 (2016)

-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더 크라운 시즌 1 (2016) :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아직도 군주제를 유지할뿐더러 끊임없이 왕실 스캔들로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나라 영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왕실은 영국 사람들은 물론 53개 영연방 국가들의 구심점이었고, 이제는 영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이 되기까지 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지위에서 물러나 군주제 마저 위태롭던 시기에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의 재임기를 그리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 1. 2016년 10부작으로 제작된 시즌 1에서는 엘리자베스 윈저 공주의 결혼식부터 여왕 대관식과 함께 그녀의 재임 초기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현재 시즌 2까지 방영되었고 올해 11월에 시즌 3가 방영 예정이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역의 클레어 포이, 필립 공 역의 맷 스미스, 마거릿 공주역의 바넷 커비, 그리고 처칠 수상 역의 존 리스고 등이 열연하며, 왕실 소재의 드라마 임에도 묵직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최대한 사실에 근접하여 지루하지 않게 묘사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영국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드라마가 아닐까싶다.   

 

엘리자베스 2세는 큰아버지였던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인 이혼녀인 심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갑자기 퇴위하면서 왕위에 오른 아버지 조지 6세의 큰 딸이었다. 말더듬이여서 공식 석상에서 연설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왕위에  오르기를 원치 않았던 조지 6세는, 처칠 수상과 함께 2차대전때의 버팀목이 되면서 영국을 승전국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조지 6세는 적성에 맞지 않는 왕 노릇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와 줄담배로 인해 폐암으로 1952년 사망하게 되고, 엘리자베스 공주가 왕위에 오르는데, 영연방 순방 중 케냐에 있다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귀국하여 왕위에 오른 그녀 자신도 생각보다 빨리 왕위에 올라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여준다.    

2차대전 이후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처하면서 무너져 가고 있던 왕실의 품위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초기 여왕 재임기를 보여주는 더 크라운 시즌 1에서는 세 가지 갈등 장면이 드라마의 핵심스토리이다. 먼저 남편인 필립공과의 갈등이다.    

원래 이름이 필립 마운트배튼인 필립 공은 그리스의 왕족 출신으로 어릴 때에 어머니를 따라 영국으로 망명와서 살다가 해군사관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해군사관학교 시절 이곳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공주의 경호를 맡게 되면서 둘은 사귀게 되었고 이후 1947년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여왕 즉위 후 해군으로서의 경력도 계속할 수 없고, 여왕보다 먼저 앞서 걸으면 안 되고, 대관식에서는 제일 먼저 여왕에게 무릎을 꿇고 충성 맹세를 해야하는 필립 공의 인간적 불편함이 드라마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녀들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주는 것을 포기하고 윈저라는 성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남자로서는 치욕스런 일들도 묵묵히 감내해야 하였다. 그래서 겉으로는 여왕을 잘 보필하는 따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여왕과 많이 다투기도 하고 매일 술을 마시거나 경비행기를 타며 나름의 일탈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남자로서 여왕의 장식품처럼 있어야 하는 현실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크라운에서는 이런 모습들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갈등은 여왕의 첫 번째 수상인 윈스턴 처칠 수상과의 관계이다.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 같은 인기 정치인인 처칠 수상. 그러나 이때는 이미 고령에다 고집이 세고 판단력이 흐려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나이의 여왕이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처칠과의 관계는 쉽지 않은 관계였다. 그냥 처칠에게 다 맡겨버리는게 쉬울 수도 있었겠지만 여왕은 변화하는 시기이고 위태로운 시기였던 1950년대 초반의 상황에서 꼰대같은 모습의 처칠에게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갈등을 겪는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라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여왕의 권위와 단호함을 보이기 위해 거인 처칠과도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결국 그를 물러나게 한다.    

마지막 갈등은 그녀의 유일한 여동생인 마가렛 공주와의 갈등이다. 마가렛은 언니에게 열등감과 시기심을 갖고 있지만, 그런 감점은 숨기고 전혀 욕심이 없는 듯이 행동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마가렛 공주는 이혼남인 왕실 장교 타운젠트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자 한다. 처음에는 이들 사랑을 인정하려 했던 여왕은, 큰아버지인 에드워드 8세가 이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 전력이 있는 왕실이 또 공주가 이혼남과 결혼한다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조언에 따라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게 된다. 동생의 행복보다 왕실의 입장을 고려하여 결혼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던 여왕의 입장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여왕이라는 자리가 마냥 좋아보이는 자리가 아님을 알게 해준다. 국가의 안녕과 왕실의 권위를 위해 인간적인 많은 부분은 고통 속에 희생해야만 하는 자리임을 확실하게 알게 해준다. 이러한 힘든 자리를 67년째 재위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가 다시 보이게 되는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특히 이 드라마로 에미상 드라마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클레어 포이의 진짜 여왕 같은 눈부신 연기는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힘이라고 느껴졌다. 향후 시즌 6까지 지켜보면서 영국 현대사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를 제대로 알고 싶다.

* 더 크라운 시즌 1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JWtnJjn6n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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