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샘 Feb 20. 2020

영국여행 6, 런던 중의 런던 시티 오브 런던

- 치외법권의 자치 도시

영국여행 6, 런던 중의 런던 시티 오브 런던, 치외법권 도시 길드홀 갤러리

오늘은 여러분을 런던의 밤이 있는 시티오브런던으로 안내해 드리고자 한다. 

사실 우리는 젊은 시절 영국의 댄스 그룹 런던 보이스의 ‘London Nights’라는 곡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런던 보이스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 나이트 클럽을 휠쓸던 그룹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그룹이다. 그들의 대표곡 ‘Harlem Desire’나 ‘London Nights’는 그 당시 젊은이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zI9UR-5R40M


아무튼 런던보이스의 노래 ‘London Nghts’에도 나오지만 런던의 밤을 환하게 밝혀주는 지역이 바로 시티오브런던이다. 시티오브런던은 런던 인 듯 런던 아닌 런던 같은 런던! 런던 중의 런던 시티오브런던이다.

시티오브런던은 여기서는 간단하게 시티(City)라고 불린다. 세계 최초로 ‘City’ 라 불린 곳으로 지금은 카나리 워프와 함께 영국의 대표적인 금융가가 되었다. BC43년 로마제국이 역국을 점령한 이후 로마인들은 템즈강가에 있던 이곳에 로마식 성벽을 짓고 ‘론디니움’이라 이름 짓고 이곳을 중심으로 브리태니아 속주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즉 영국의 시작은 바로 이 곳 시티오브런던이었던 것이다. 

초기 성벽에는 5개의 성문 (Ludgate, Newgate, Cripplegate, Bishopgate, Aldgate)가 있었고, 이후 성문 3개가 추가(Aldergat, Mooregate)되면서 총 7개의 성문을 갖추게 됩니다. 몰론 지금은 대부분 남아있지 않고 지역이름이나 지하철역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 우리나라 조선의 한양에도 원래 4대문과 4소문을 합쳐서 8개의 대문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처음엔 작은 지역이었던 이곳 시티오브런던이 점점 성장하여 오늘날 영국을 만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던 중 1215년 ‘마그나 카르타 (대헌장)’ 에 명시된 전통으로 시티 오브 런던은 지리적으로 런던시 안에 위치하나 독자적인 자치도시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때문에 런던시장과 별도의 시장이 존재하며, 경제적, 정치적인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영국 여왕조차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이 시티오브런던 자치구의 시장에게 형식적으로나마 허락을 구하고 방문이 가능하다. 런던 경찰과 경찰력도 분리되어 있어 시티오브런던 경찰 800여명이 런던시의 경찰력을 대신한다. 역시 소방서도 별도이며, 시티와 런던 경계지역에는 용 두마리가 그려진 시티 문장이 건물, 거리 곳곳에 새겨져 있어 국경 표지같은 역할을 한다. 

시티오브런던은 런던 안에 있기는 하지만, 런던시와는 독립적인 별도의 자치구이다. 예전에 지어진 로마 성벽은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사라져 지금은 경계를 찾기 어렵지만, 시티오브런던의 경계에는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상징 로고를 볼 수 있다.

거리를 지나다가 이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상징 로고를 만나시면 ‘아 이제 시티오브런던에 들어옸구나’하고 생각하시면 된다. 로고 안에는 ‘DOMINE DIRIGE NOS’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주여, 우리를 인도하소서’라는 뜻이다. 우리가 아는 영국의 수도 런던은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인데, 그레이터 런던은 총 32개 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시티 오브 런던’은 런던에 소속된 구가 아니다. 시티 오브 런던은 ‘스퀘어 마일(Square Mile)’이란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한데, 겨우 1평방마일(약 2.59㎢) 밖에 안 되는 템스강에서 런던 월까지의 작은 구역이기 때문이다.

시티오브런던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의미는 지역내에서 받은 세금을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주 인구가 7천명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구역은 현재는 세계 금융과 비즈니스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시티 안에는 2만3천개가 넘는 회사가 있으며 매일 50만명이 출퇴근하고 있다고 한다. 시티오브런던의 세수가 서울시 전체에 10배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알 수 있으리라. 시티오브런던은 런던의 국세청에서 세무 조사나 업무 수색 등을 할 수 없어서, 이 안에 본사가 있는 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 수색이 불가능해 탈세에 유용. 많은 회사가 이곳으로 이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치외법권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치외법권 까지는 아니고요. 이곳이 오리지널 런던이고, 버킹엄 궁, 국회 등이 있는 다른 런던 내 자치구들은 원래 런던이 아니라 별도의 자치 행정구역 소속이었다. 과거부터 시티 오브 런던 인근의 지역까지 그냥 비공식적으로 ‘런던’ 이라 부르는 관행이 있었고 이 지역을 통합 관리하고 행정권역이 점점 커지며 지금의 런던, Greater London이 형성되게 된 것이다..

이곳에 현재 런던증권거래소가 있어 뉴욕과 함께 쌍두마차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핵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티 지역의 메인 지하철역 ‘Bank’ 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이 뭐하는 곳인지 문자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400여개의 각국의 은행, 보험, 투자회사 등이 모여 세계 최대의 외환거래가 일어나는 곳이며, 회사채 인수 등의 장기자금조달 규모는 맨해튼 월스트릿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이며, 이곳에서 얻는 수입 즉 외국 금융기관들이 내는 법인 영업세와 외국인 근무자들이 납부하는 개인 소득세로 얻는 수입이 영국 북해유전의 수입보다 70배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위치가 영국 전체를 통틀어도 남달라, 시티오브런던 시장의 의전 순위가 영국 여왕 다음으로 높아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비롯, 로이드뱅킹, 프루덴셜, 스텐다드차타드, 아비바 같은 대형 금융회사와 로펌, 컨설팅 회사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서 정말 영국 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시티오브런던의 정책의장 (Policy Chairman)은, 시티의 설립 역사부터 보면 중세 유럽 이후 유럽 왕실에 자금을 댔던 거대 상인들이 자치권을 사들임으로 시작한 지역이기 때문에, 자금/은행 길드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거대한 기업 연합체와 같은 도시라고 했다. 시티오브런던은 현재 런던의 금융 허브 기능을 세계에 더 알려 더 많은 고객사를 유치하는 것이고, 브렉시트의 불안함을 잠재울 여러 기업 혜택으로 금융사를 잡아두는 것이라고 한다. 도시 전체를 거대한 사무실처럼 운영 관리하기 때문에 제곱미터 단위로 청소하고, 전기를 제공하고, 도시 미관과 질서에 많은 투자를 기울인다고 한다.

시티오브런던 내에 길드홀이 있는데, 이 곳은 상업자들의 동업자조합인 길드의 연합본부인 곳이다. 12세기에 자치권을 획득한 이후로 이 시티오브런던의 행정적인 시청사 및 자치구 의회의 의사당 역할을 해오고 있는 곳이다. 현재 약 150여개의 길드가 가입되어 있는데, 이 길드연합의 장이 시장(Lord Mayor)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임기는 1년이다. 명예직이기는 하나, 영국의 여왕도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시티오브런던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길드홀에는 내가  좋아하는 길드홀 갤러리가 있다. 그림은 많지 않지만 특히 19세기의 영국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많이 있다. 길드홀 자리는 원래 로마시대에 원형경기장이 있던 곳이다. 2차대전중에 파괴된 길드홀 보수 공사중에 발견되어 지금도 길드홀 지하에서는 발굴작업이 한창이다.

그 외에도 시티오브런던에는 런던 중의 런던임을 나타내듯이 세인트폴 대성당, 문화 예술의 전당인 바비칸 센터, 런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런던 박물관, 대화재기념탑 등이 있는 곳이다. 런던을 제대로 보고자 한다면 런던 중의 런던 시티오브런던을 꼭 자세히 살펴보자.


작가의 이전글 영국여행 5, 중세의 아름다운 힐링도시 라이 Ry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