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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샘 Feb 15. 2020

영국여행 5, 중세의 아름다운 힐링도시 라이 Rye

- 영국여행의 숨겨진 도시, 중세도시, 힐링도시 라이

영국여행 5, 중세의 아름다운 힐링도시 라이 Rye

영국여행에서 중세를 체험하고 싶다면?

아마도 중세의 성을 테마파크처럼 운영하는 위릭성이나 리즈성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곳에 대하여는 다음에 시간을 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중세의 마을과 성당 그리고 펍의 모습까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아마도 라이(Rye)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은 중세의 도시 라이를 소개해 본다.

라이는 차로 런던에서 남쪽으로 약 2시간 반정도 가면 나오는 영국해협의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라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호밀을 뜻하는데 과거 중세에는 이곳이 유명한 호밀 산지여서 라이란 이름이 붙어졌다.


중세라는 시대 구분은 유럽에서는 일부는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 공인부터 보기도 하지만 보통은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476년부터 시작하여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1453년까지의 기간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영국은 당시에는 변방국가였기에 문화발달 수준이 느려서 1066년 정복왕 윌리엄 1세부터 중세의 시작으로 보며, 그 끝은 30년 동안의 장미전쟁이 끝나는 1485년까지의 기간으로 보고 있다.

중세는 ‘흑역사’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암흑기였다. 정치적으로는 왕과 지방영주들과의 봉신관계를 통해서 땅을 하사하고 그 댓가로 세금과 군사를 제공하는 봉건제도였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교적으로 카톨릭에 의한 교권이 강력한 시대였다. 특히 로마 교황청과 각 지역 대주교들의 막강한 권력에 왕들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시대였다. 그러다 보니 모든 과학과 인문학은 정체되고 신학이 최고의 학문이었다. 거기에 흑사병까지 창궐하면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할대로 피폐해  있었다.

아니 근데.. 라이라는 도시 이야기 한다면 뭔 역사이야기가 왜 이리 긴가??

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그 새디 배경과 역사를 알야야 제대로 그 지역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암튼 이만 각설하고 라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라이는 중세의 생활상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도시이다. 중세 건축의 특징인 고딕 성당이 있고, 중세의 프랑스 공격에 대비한 고성이 있으며, 중세에 유행한 흑사병 같은 전염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발달한 에일 맥주집들이 그 시절 모습 그대로 아직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기자기하고 예쁜 도시이다.

중세시대에는 원래 포도주를 주로 마셨다. 포도주는 주님의 피이자 주님의 약속이라  믿었기에 포도주를 마시면 병에 안 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국 토양과 기후는 포도나무 재배에 적합하지 않아서 포도주를 프랑스로부터 수입해왔었다. 하지만 백년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프랑스로부터의 포도주 수입이 막히자. 영국에서 가장 좋은 호프와 맥아가 나는 이곳 켄트와 서섹스 지방에서 에일맥주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곳 라이에서도 에일맥주를 파는 펍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곳 라이가 밀수업자들의 소굴이었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라이의 역사를 먼저 살펴봐야겠다.


라이(Rye)의 역사

라이의 역사는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이스트서식스 주의 윌든 지방에서 나오는 철 소재들이 라이를 통해 대륙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로마가 멸망한 이후 앵글로 색슨 시대에도 라이는 대륙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발전의 정점은 중세 시대였으며 12세기 다섯 항구 연맹(Cinque Ports Confederation)이 결성되면서 큰 도약을 한다. 영국 동남부에 위치한 다섯 항구 도시 샌드위치, 도버, 하이드, 뉴 롬니, 헤이스팅스는 1155년 왕립 헌장에 의해 왕실에 일정 기간 배를 제공해주는 대신에 세금 감면, 자치권 등을 보장받으며 발전하게 된다.

라이(Rye)는 다섯 항구 중 하나인 뉴 롬니에 속한 작은 마을이었지만 13세기 뉴 롬니가 홍수로 항구의 기능(홍수로 인한 퇴적으로 해안선에서 1.6km 떨어지게 된다)을 하지 못하게 되자 라이가 뉴 롬니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16세기에 들어서면서 왕실에 자치권을 박탈당하면서 라이를 비롯한 5개의 항구는 쇠퇴하게 된다. 다른 곳에 대체할 큰 항구가 생긴 것도 원인이지만 지형 변화로 인하여 이 항구들이 예전만큼 항구 기능을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지역이 쇠락하면서 이 지역 사람들은 불법적인 것에 관심을 두게 되어,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이곳은 밀수의 천국이 된다. 영국은 당시에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여 향신료나 차 같은 이국적인 사치품들을 수입하기 시작한다. 1671년 찰스 2세가 관세청을 설립하면서 이런 사치품들에 높은 관세를 매겨서 국가가 거의 독점적으로 수입하여 국가의 부를 증진코자 했다. 그러자 이런 고율의 관세를 회피하고자 밀수업자들이 이곳 라이에서 밀수를 하기 시작했다. 밀수품들은 주로 차, 각종 술, 커피, 향신료 등으로 다양한 물품들이 은밀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차는 당시 영국에서 소비되는 차의 3/4가 밀수품이었다고 한다.

라이는 밀수업자들이 작업을 하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었다. 대륙과의 거리도 짧았고, 쇠락한 지역이라 중앙 정부의 단속의 손길도 잘 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크허스트라는 거대 밀수 조직이 생겨났는데, 무장 조직원들이 600명이 넘게 활동하여 세관에 뺏긴 밀수품은 세관을 습격하여 다시 되찾아오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18세기 중반에 정부의 대대적인 소탕작전으로 조직은 와해되었다. 또한 19세기초에는 밀수의 주 품목들의 세율이 점차적으로 낮아지면서 밀수업의 황금기는 종료되게 된 것이다.


세인트 판클라스 역 사우스이스턴 라인 열차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라이로 가는 기차가 있다. 유로스타가 출발하는 세인트 판클라스 역에서 사우스이스턴 라인을 타고 가다, 에쉬포드 역에서 서던 라인으로 환승 후 20분 정도 열차를 타면 라이 역에 도착할 수 있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면 런던에서 라이까지 갈 수 있어 당일치기로도 충분히 라이를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현지 한국인 여행사의 가이드가 인솔하는 투어도 있으니 세븐 시스터즈, 브라이튼과 함께 묶어서 가는 것이 훨씬 편하고 경제적이다. (빨간바지투어)

라이 역에 도착했다면 라이 중심가까지는 도보로 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라이는 마을 전부를 돌아보는데는 1~2시간이면 되는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여기서 차도 마시고 펍에 가서 에일 맥주도 마셔보자.


랜드 게이트(Land Gate)

14세기에 지어진 이 오래된 성문은 라이의 관문이었습니다. 라이에는 4개의 성문이 있었지만 현재 온전하게 남아있는 건 이 랜드 게이트 하나이다.


이프르 타워(Ypres Tower)

이프르 타워는 규모는 작지만 볼거리가 가득 찬 요새다. 이프르 타워는 13세기 중반 헨리 3세의 명에 의해 대 프랑스 방어를 위해서 만들어졌다. 영국 남동부 해안은 백년전쟁 기간 프랑스와의 최전선이었다. 처음엔 요새로 만들어졌지만 이후 개인주택, 감옥, 장례식장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박물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브레드의 교수대

이프로 타워는 약 400년 동안 감옥으로 사용되어서 그런지 처형과 관련된 전시품도 있다. 지벳(Gibbet)이라 불리는 이 교수대는 범죄자들을 사형 시킨 후 효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전시되고 있는 브레드의 지벳(Breads Gibbet)은 라이 시장의 사위를 죽인 살인범 브레드의 효수대이며 라이 주변 늡지에서 무려 50년 동안 효수되었다고 한다.


세인트 메리 성당

라이에서 가장 큰 건물인 세인트 메리 교회는 성공회의 성당이다. 12세기에 지어진 노르만 양식의 건물로 14세기 프랑스인들의 침공 때 약탈과 방화를 당했지만 이후 고딕양식으로 재건되었다. 성당 건물은 영국 고딕양식의 특징인 플라잉 버틀리스(부벽)들을 볼 수 있다. 성당 앞에는 역시 1,2차 대전중에 전사한 이 지역 출신 병사들의 충혼탑이 서 있다.

성당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가 있는데, 이 시계는 독특하게 시계추는 성당 안에 있고 시계는 성당 밖에 있다.


라이의 메인 거리이자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머메이드 거리(Mermaid Street). 

중세 시대부터 조성된 이 언덕 거리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최고의 분위기를 자랑하는 골목이다. 좁은 골목의 양옆으로는 튜더 시대 지어진 반목조 가옥과 근현대 건물이 혼재되어 있다. 그리고 이 거리의 이름이 인어의 거리(머메이드 거리)가 된 이유는 이곳에 있는 유서 깊은 여관 머메이드 여관(The Mermaid Inn) 때문이다.


머메이드 인 (Mermaid Inn)

머메이드 인은 12세기에 지어진 아주 유서 깊은 여관이다.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1420년에 지어졌지만 지하실은 12세기 때 지어진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라이가 밀수업자들의 천국이 된 이후로 이곳은 범죄자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18세기에는 호크허스트(Hawkhurst) 갱단 같은 악명 높은 밀수 조직이 이 여관을 거점으로 삼아 범죄들을 저질렀다. 그리고 단속이 온다고 해도 이 여관의 무수히 많은 비밀 터널 등이 갱단들의 도주를 도왔다. 


올드 벨 인 (Old Bell Inn)

올드 벨 인도 15세기에 지어진 당시에 유명한 펍이었다. 이곳에는 정문위에 종이 있는데 밀수선이 들어올 때 두 번 치면은 사고가 있었던지 단속에 걸렸다는 이야기이고, 한번 치면은 아무일 없이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자이언츠 파이어플레이스 바(Giant’s Fireplace Bar)

자인언츠 파이어플레이스 바라는 이름이 붙어진 이 펍 역시 역사가 오래되었다. 자이언츠 파이어플레이스 바라는 이름이 왜 생겨났는지 알 수 있는 긴 벽난로. 이 벽난로가 있기 전 이곳에 비밀통로가 있었다고 한다. 

라이의 메인 거리인 머메이드 거리 말고도 라이는 모든 거리가 아름답다. 특히 하얀 벽에 검정색 나무가 기둥으로 있는 튜더양식의 건물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튜더양식의 건물은 특히 제티현상이라 하는 독특한 양식이 있는데, 건물이 위층으로 갈수록 면적이 더 넓어져 3층정도에서는 길건너 건물과 거의 맞다을 듯이 가까워지는 건물이다. 

영국여행에서 보통 코츠월드의 바이버리 마을을 가장 아픔답다고 생각하지만, 여기도 코츠월드와는 다른 느낌의 역사가 어울어진 아름다운 마을이다. 주말에는 영국여행의 숨겨진 도시, 중세도시, 힐링도시 라이에 가보자! 위올라이~~


https://www.youtube.com/watch?v=nQznJ1Wm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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