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디자인거장 존 마에다의 다자인 법칙
나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느니 궁금해하는 것이 낫다고 믿어왔다. 두려움은 사람을 파괴적으로 만들지만, 호기심은 창의력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디자인 대학,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의 총장을 역임했고, MIT 미디어랩의 부학장을 역임했던 세계적인 UX 디자이너 존 마에다의 저서. 서문의 한 문장에 이끌려 빨려 들어가듯 탐독했다. 전반부는 공대생이라면 약간 지루하지만 후반부에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들의 책임감에 대한 글은 큰 공감을 느꼈다. 요약해보자면,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은 가상공간을 무대로 한 뉴로맨서(Neuromancer, 1984)라는 소설에서 사이버 공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매일 수십억 명이 자발적으로 사이버 공간이라는 환각에 빠졌다.' 컴퓨팅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책임을 질 사람은 바로 우리들인데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른척하다가 그 피해를 온전히 떠안게 될 것만 같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스스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해 인지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그만큼 책임감도 느끼는가?
디지털 제품은 완성된 형태로 배포되지 않는다. MVP 형태로 배포된 후 개선해나갈 뿐이다. 매일 반복을 통해 변화한다. 쉽게 예를 들자면, 하루에 1% 씩 제품이 개선된다면 1년이면 37.8배나 좋아진다. 반대로 1%씩 나빠진다면 본래 가치의 3%만이 남을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불행히도 몇몇은 이보다 심한 변화를 겪기도 한다.
즉, 우리의 디지털 제품은 사용자에게 '아주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확률만큼이나 반대의 위험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사용자는 언제나 '최신의' 컴퓨팅 제품으로 무장되어있다. '유행에 뒤처질' 수 없고 항상 '유행하는 세상' 살고 있다.
컴퓨팅 시스템은 밤낮없이 사용자의 아주 미세한 행동까지도 추적하고 분석한다. 스파이더맨 제작자인 스탠 리(Stan lee)가 정의한 슈퍼히어로 행동 수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대한 힘에는 위대한 책임이 따른다."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우리는 높은 윤리 의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
편리함을 위해 개인의 정보를 맞바꾼다. 항공사가 통로 좌석에 대한 내 선호를 알고 있는 것은 두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가 허락 없이 동의되는 일이 아주 흔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요즘에는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는 창이 불쑥 나타나 우리가 언제 무엇에 동의했는지 알기 어렵다. 당신은 무엇에 동의했는가?
우리의 디지털 제품이 실험하는 대상은 가상의 사람들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다. 페이스북은 2014년, 68만 명의 사용자의 게시물 노출 방식을 바꾸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술 산업은 누군가를 배제하며 성장한다. 그가 처음으로 '실리콘밸리 최고의 UX 디자이너 모임'에 갔을 때 여성 디자이너는 단 2명뿐이었다. 제품 팀이 가진 편견이 사용자 수백만 명에게 배포되다면 이는 아주 심각한 일이다.
다양성에 반대하는 메모로 인해 해고당한 구글 직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구글은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며 '제품 포용'이라는 유망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불균형적 시스템은 불균형적 결과를 낳는다.
빅 데이터 분석에 인간의 본성을 반영해야 한다. 정량적, 정성적 데이터 모두 100%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데이터로 추출한 숫자는 '얇은 생각'이라면 에스노그래피를 통해 깊게 분석한 사용자의 생각은 '두꺼운 설명'이다.
90퍼센트 사람은 자기 블로그 조회 수 통계를 보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는 얇은 설명은 페이지가 조회수 0을 보여줄 때 운영자는 블로그를 운영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두꺼운 설명에 반박된다. 통계 페이지 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운영자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게시글을 작성하는 경험의 촉진이 중요한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도 쉽게 놓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측면이 있다. 우리의 '후각'을 믿고 장애물에 부딪혀나가야 한다. 장애물은 크게 3가지가 있다.
1. 제대로 만드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라고 생각하는 것
헨리 포드는 사람들이 Model T를 검은색으로만 원한다고 믿었고, GM(General Motors)의 알프레드 P. 슬론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차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GM이 포드를 이겼다.
2. 모두가 당신의 해결책을 신봉하고 그것에 적응할 것이라 믿는 것.
'천재 디자이너'가 해주는 이야기는 성공의 열쇠가 아니다. 매혹적이지만, 그것을 당신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3. 과거에 통했던 방법이 분명히 다시 통할 것이라 믿는 것.
"내가 X에 있을 때 Y를 했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문제와 완전히 똑같아. 내가 해결책을 알고 있어. 나를 따르면 돼! 완전히 같은 문제도, 해결책도 없다. 과거의 성공을 '학습 취소'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놓친다.
존 마에다, 유엑스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