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김 Oct 11. 2021

타다의 혁신은 왜 14일 만에 좌초되었나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시사회 후기



기회가 되어 <타다: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영화는 타다 금지법이 통과된 이후, 타다의 운영사 VCNC의 6개월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VCNC로부터 투자받아 만든 홍보용 영화가 되지 않기 위해 100% 제작사 자본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영화 내 등장하는 타다의 베이직 차량도 중고차를 구입해 따로 복원했다고 하네요. 시사회에 오신 감독님 말로는 <다큐멘터리>보다는 잘 만든 <시네마>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시각적, 청각적 즐거움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화에 등장하는 재즈 사운드트랙이 너무 좋아서 지루하지 않게 몰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개봉 주에 해외 블록버스터가 함께 쏟아지기 때문에 묻힐 것 같아 슬프다는 코멘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니만큼, 스포랄 것도 없겠지만 영화 이야기보다 제 생각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개선'으로는 '혁신'을 만들 수 없다. 


새로운 세대가 맞이한 문제는 이전 세대의 해결책으로는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쓰레기 더미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우리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쓰레기의 양은 선형적으로 증가합니다. 현대 사회는 초지수적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즉, 자원을 유한시간 안에 무한하게 소비하기에 새로운 혁신이 더 빠르게 요구됩니다. 이전의 담당자가 더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담당자가 나타나서 문제를 재정의하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타다는 '이동의 기본'을 혁신하고자 했습니다. 기존 택시 업계와 다르게 비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고객 경험을 우선시했고, 휠체어를 끄는 이동 약자도 눈치보지 않고 기분 좋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법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14일은 너무 빨랐습니다.

미국의 SF 작가 Bruce Sterling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잘 뜯어보면 여러 겹(Layers)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각각 다른 속도로 변한다고 합니다. 거리, 산업, 법과 인프라, 그리고 지구와 환경 순서로 다른 층에 있습니다. 거리의 패션이 가장 먼저 변하고, 산업은 거리보다는 조금 더 천천히 변합니다. 그다음에는 인프라, 그다음에는 정책이 바뀝니다.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법률과 인프라가 등장합니다. 전기자동차가 개발된다고 한순간에 도로가 테슬라로 바뀌진 않으니까요. 전기차 시장은 매해 폭주하며 성장하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5% 정도밖에 안 됩니다. 


타다는 어땠나요. 타다 운행이 <무죄>로 판결난지 14일만에 <타타금지법>이 통과됩니다. 더 나은 이동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던 타다의 시도는 불법이어야했을까요? 


가장 강력한 이해관계자가 혁신을 막아버린다면.. 

잠재 고객만의 제품의 유일한 사용자는 아닙니다. 이해관계자(영어: stakeholder)는 기업의 제품, 서비스와 관련하여 직접·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제품 개발에 있어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설정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사용자와 제품 공급자 외에도, 노동조합, 채권자, 주주, 정부까지 때에 따라 서비스의 중요한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들 각각은 기업의 운영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를 할 수 있으며 실제로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칩니다. 타다는 서비스 런칭 전부터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 정부 부처로부터 법률 검토도 마쳤구요. 하지만 그들의 이해관계자는 그들보다 강력했습니다. 법을 바꿔버렸으니까요. 



여담) 감독님이 음악에 아주 공을 들였다고 말씀하셨는데, 얼마나 공들였길래 그래? 하며 영화를 봤는데 정말로 좋아서 귀가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F&R)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